김취정 박사의 민화 속 신이한 이야기 ⑦심우도尋牛圖

도3 <화조도>, 20세기, 지본채색, 60×35㎝,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나는 누구인가,진리를 찾아가는 여행의 시각화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하여 10단계로 그린 것을 말한다. 심우도는 주로 사찰 벽화로 많이 그려 졌는데, 민화로도 남아있어 흥미롭다.

글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고려대학교 강사)


도1 《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 世祖12(1467), 木板本, 1冊, 27.5×16.6㎝, 고려대도서관 소장

심우도尋牛圖는 불교의 선종禪宗에서 존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禪畫이다.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그림으로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선의 <십우도>는 자신이라고 하는 존재자의 비소한 내면에서 세계 일주를 하는 것처럼, 마음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계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일상생활의 가까이에 있는 동물인 소를, 자신(자기)에 비유해 자신 찾기를 하는, 이른바 <기사규명己事究明>의 여러 상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심우도는 12세기 송나라의 곽암화상廓庵和尙이 저술한 《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라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 대부분이다(도1). 《법화경》에서는 삼거三車라고 하여 양거羊車, 녹거鹿車, 우거牛車를 각각 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 보살승菩薩乘에 비유하였다. 소에 비유한 깨달음을 구체화하여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곽암화상의 십우도이다. 곽암화상은 ①심우尋牛, ②견적見跡, ③견우見牛, ④득우得牛, ⑤목우牧牛, ⑥기우귀가騎牛歸家, ⑦망우존인忘牛存人, ⑧인우구망人牛俱妄, ⑨반본환원返本還源, ⑩입전수수入廛垂手의 10가지의 과정을 통해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단계별로 표현하였다(표1).



표1 《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 중 <십우도>, 世祖12(1467), 木板本, 1冊, 고려대도서관 소장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의 호가 소를 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목우자牧牛子인 것과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이 말년에 심우장尋牛莊으로 거처의 이름을 지은 것 등도 불교에서 소가 내 마음, 즉 불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하는 것에 기인한다.
십우도 중에 가장 유명하고 본격적으로 널리 퍼진 십우도는 송대 곽암(廓庵, 약 1150 전후)의 십우도이다. 일본에서도 십우도는 중국 송대 곽암의 십우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일본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에 제작된 십우도를 들 수 있다. 이는 일본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에 다양화된 송대에 곽암이 제작한 십우도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심우도의 연원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십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 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대체로 곽암의 것을 많이 그리고 있으며, 주로 사찰의 법당 벽화로 많이 묘사되고 있다. 심우도는 중국, 일본, 티베트에도 남아있는데(도2), 티벳 불교에 전래된 이 <십우도>는 목판 인출본 위에 채색을 한 것이다. 수행의 열 단계를 한 폭의 그림에 담아둔 채 각각 구획과 함께 게송을 적어둔 것으로, 하단으로부터 <좌→우→중앙>의 순서에 따라
10개의 도상이 각각 게송과 함께 배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번뇌에 물든 마음을 ‘초생달’과 ‘검정소’로 상징한 채 그 번뇌를 맑혀, 9단계에 이르러서는 초생달 대신 번뇌가 멸진한 경지를 ‘보름달’로 표현하며 그 과정을 통해 ‘검정소’는 ‘흰소’로 변해 있음을 볼 수 있다. 10단계에서는 ‘소’ 대신 ‘천상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바, 이는 번뇌를 멸한 상락아정常樂我淨의 단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위 그림 가운데 ‘소’는 티벳 고원지대에 널리 서식하는 ‘야크’의 모습과 흡사함을 볼 수 있는 바, 나라 및 지역에 따라 도상의 변화가 진행됨을 위 그림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는 십우도의 도상 및 그 전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중국의 경우에 십우도 대신에 말을 묘사한 십마도十馬圖를 그린 경우도 있고, 티벳에서는 코끼리를 묘사한 십상도十象圖가 전해져 오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보명의 것은 소를 길들인다는 뜻에서 목우도牧牛圖라고 한 반면, 곽암의 것은 소를 찾는 것을 열 가지로 묘사했다고 하여 십우도라고 한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문학과 그림에서 많은 부분을 수용하였고, 소 그림 분야에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기록된 백장회해(百丈懷海, 784-814)와 장경대안(長慶大安, 793-883) 사이의 대화에서도 소를 통해 수양하고 깨우침을 얻는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장경: “학인學人이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어느 것입니까?”
백장: “흡사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과 같다.”
장경: “알아챈 뒤에는 어떠합니까?”
백장: “사람이 소를 타고 집에 가는 것과 같다.”
장경: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보임保任해 합니까?
백장: “목동이 지팡이를 들고 지키면서 남의 밭을 침범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도2 <십우도>, 티베트 18-19세기, 지본채색, 34.5×43㎝, 이미지 출처 원각사 성보박물관



이처럼 불교에서는 불가의 수행에 있어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소를 길들이는 것으로 비유해 왔으며,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그려진 그림이 심우도라고 할 수 있다.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하여 10단계로 그린 것을 말한다. 중국 불교에서 심우도의 원류는 청거선사(淸居禪師, 11세기 초)의 12장면으로 이루어진 것과 보명선사普明禪師의 10장면으로 이루어진 것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때까지는 <목우도>라 하였다.
보명普明 목우도牧牛圖의 단계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미목未牧: 아직 길들여지지 않음은 소와 사람의 갈등을 나타낸다.
②초조初調: 일차로 소를 조복 받음, 소를 길들이기 시작함은 닦음이 있기 때문이다.
③수제受制: 소가 목동의 말을 듣는 것은 곧 끝없는 닦음으로 자기를 이겨나가고 있음을 보임. 이 증거로 소의 머리 부분이 백색으로 바뀜.
④회수廻首: 자신을 돌이켜 반조하는 마음, 계속되는 소의 정진으로 소의 반이 백색으로 바뀜.
⑤순복馴伏: 순순히 잘 따르니 고삐가 필요 없는 단계,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지 않아도 수행이 절로 됨.
⑥무애無碍: 소와 목동이 서로 하나 되어 더 이상의 회초리가 필요 없다. 소는 소대로 목동은 목동대로 자유를 느낀다.
⑦주운住運: 이제는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이룬다. 임의자제하여 목동은 편안히 잠을 잔다.
⑧상망相忘: 서로를 잊음이 목동과 소가 승화됨, 무심과 무아에 달하였다.
⑨독조獨照: 홀로 비추니 유희삼매의 경지이다. 소는 사라졌고 소가 없으므로 나도 더 이상의 목동이 아님.
⑩쌍민雙泯: 소가 사라지고 나마저도 사라진다. 최고의 경지에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곽암(廓庵, 약 1150 전후)의 십우도이며, 가장 유명하다. 이 곽암의 십우도가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곽암廓庵 십우도十牛圖의 단계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심우尋牛: 동자승이 소를 찾고 있는 장면이다. 자신의 본성을 잊고 찾아 헤매는 것은 불도 수행 입문을 일컫는다.
②견적見跡: 동자승이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간다. 수행자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본성의 발자취를 느끼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③견우見牛: 동자승이 소의 뒷모습이나 소의 꼬리를 발견한다. 수행자가 사물의 근원을 보기 시작하여 견성見性에 가까웠음을 뜻한다.
④득우得牛: 동자승이 드디어 소의 꼬리를 잡아 막 고삐를 건 모습이다.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에 있는 불성佛性을 꿰뚫어 보는 견성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⑤목우牧牛: 동자승이 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며 끌고 가는 모습이다. 얻은 본성을 고행과 수행으로 길들여서 삼독의 때를 지우는 단계로 소도 점점 흰색으로 변화된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 흰소에 올라탄 동자승이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더 이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자유로운 무애의 단계로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때이다.
⑦망우재인忘牛在人: 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다.
소는 단지 방편일 뿐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모두 잊어야 한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 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모두 공空임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텅 빈 원상만 그려져 있다.
⑨반본환원返本還源: 강은 잔잔히 흐르고 꽃은 붉게 피어 있는 산수풍경만이 그려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다는 것으로 이는 우주를 아무런 번뇌 없이 참된 경지로서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⑩입전수수入廛垂手: 지팡이에 도포를 두른 행각승의 모습이나 목동이 포대화상布袋和尙과 마주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육도중생의 골목에 들어가 손을 드리운다는 뜻으로 중생제도를 위해 속세로 나아감을 뜻한다.

불교에서 소의 의미

소 그림의 주제 중에서 또 한 가지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목동이 소를 타고 있거나 소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이는 일반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이지만, 사실 그 연원은 불교회화의 성격을 가진 심우도에 두고 있다. 소는 불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동물이다. 부처의 이름은 고타마 싯달 다(Gotama siddahartha)인데, 고타마(gotama)를 산스크리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gi’는 명사로 ‘牛’, ‘牛王’, ‘水牛’의 뜻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tama’가 붙으면 최상급이 된다. 즉, 고타마는 ‘최고의 우왕牛王’이라는 뜻으로 ‘가장 좋은 소’, ‘거룩한 소’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세기 말에 번역 제작된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의 목우품牧牛品에는 부처가 열한 가지 소 치는 법을 수행자에게 적용시켜 소를 다루는 일이 수행자에게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은유는 제자들을 인도하기 위한 선승禪僧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선승의 어록에서 자주 발견된다.
스님들이 수행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위 없는 깨달음’이다. 그 깨달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심우도尋牛圖다. 일반적으로 대웅전 등 전각 외벽에 그려진 심우도는 열 장면으로 이뤄져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문인들에게 문학의 좋은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심우도를 소재로 한 가장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만해 한용운 스님의 ‘십우송’을 들 수 있다.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 시 분명하다면 찾은들 지닐 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시조형식을 취한 이 작품에 대해 강경호 시인은 “이 작품은 십우도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해 형상화했다. 만해 스님의 심우장은 깊은 산속이며, 한때 소를 키웠던 외양간이며, 그가 깨달음을 얻고 버린 공간이다. 즉 실재 삶의 공간이면서 구도를 얻고 버린 공간이다. 소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심우장은 만해 스님이 말년에 기거했던 거처이기도 하다.
만해 스님의 십우송이 깨달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면, 박제천 前문학과창작 발행인이 읊은 십우도는 “아직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자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박제천 시인은 연꽃, 동치미, 부석사 등 다양한 풍경을 시로 옮기면서 ‘심우도’를 자주 부제로 붙였다. 자연을 보면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시인의 마음을 제목에서 나타낸 것이다.
이 시는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십우도는 목정배, 오현스님, 고은, 윤구봉, 김용태, 김지하, 박제천, 강현국, 김영산, 권대웅, 박형준 등 수많은 문인의 작품에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도4 《정주양산곽암화상십우도송병서鼎州梁山廓庵和尙十牛圖頌幷序》 판화 중 기우귀가騎牛歸家, 世祖12(1467), 木板本, 고려대도서관 소장


민화에 등장한 심우도 중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상징을 형성해 왔고, 회화 작품에서는 다양한 장면으로 그려졌는데 그 가운데 주로 선호되었던 주제는 방우도放牛圖, 기우도騎牛圖, 목우도牧牛圖, 심우도尋牛圖 등이 해당된다. 심우도는 주로 사찰 벽화로 많이 그려 졌는데, 민화로도 남아있어 흥미롭다. 열 장면으로 구성된 심우도 전체를 그린 것은 아니고, 심우도 중 한 장면인 ‘기우귀가騎牛歸家’, 즉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면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도3). 기우귀가騎牛歸家는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면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의 묘사다. 이는 소를 타고 마음의 깊은 곳으로 회귀한다는 내용이다(도4).
이때의 소는 완전한 흰색으로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아도 동자와 일체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또 기우귀가騎牛歸家는 잘 길들여진 소를 타고 마음의 본향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단계이다. 번뇌와 망상, 욕망이 끊겨서 소는 무심하고, 그 위에 있는 목동도 무심하다. 목동이 구멍 없는 피리를 부는 것은 육안으로 살필 수 없는 본성에서 나오는 소리를 의미한다.

[참고문헌]
오쇼 라즈니쉬(1931~1990)의 《십우도(근원을 찾아 떠나는 구도 여행)》 (태일출판사, 2011)
岡本 重慶, <禅の「十牛図> と森田療法─正馬先生の <心牛」探しの旅─> (京都森田療法硏究所, 2015)
박광헌, <고문헌 속, 소의 상징과 의미>, 《월간 문화재사랑》 (문화재청, 2021년 1월 27일); 문화재청, “고문헌 속, 소의 상징과 의미”
김월운, 《전등록》1 (동국역경원, 2008)
김영헌, <조선 후기 소 그림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7)
김남희, <十牛圖 硏究:廓庵十牛圖를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선학과 석사 학위 논문, 1996)
유윤빈, <심우도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2002)
김월운, 《증일아함경》4 (동국역경원, 2007)
김영헌, <조선 후기 소 그림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7)
김종만, <‘禪詩’를 찾아서[17]-확암지원의 ‘牛十圖’>, 《법보신문》, 2004년 8월 10일


김취정 |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강사,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한국민화학회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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