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취정 박사의 민화 속 신이한 이야기 ② 달에 사는 옥토끼의 전설

(왼쪽) 도3 <방아 찧는 토끼>, 20세기, 82㎝×32㎝, 삼척시립박물관 소장
(오른쪽위) 도2 <일월성신도日月星辰圖> 중 ‘삼족오三足烏’와 ‘두꺼비·옥토끼’ 부분, 집안 장천1호분集安長川一號墳의 널방 천장석 그림, 고구려시대(5세기 후반), (벽화무덤, 횡혈식석실분), 중국 길림성 집안시 황백향黃伯鄕 장천촌長川村(도판 출처: 연합뉴스 편, 《(인류의 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 (서울 : 연합뉴스, 2006)
(오른쪽아래) 도4 <귀수무극貴壽無極>(도판 출처: 《중국미술상징사전》)



육안으로 밤하늘의 달을 관찰하면 바다가 만드는 음영 때문에 어떤 모양처럼 보이는데, 문화권마다 이를 다르게 인식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토끼로 보았으며, 달에 사는 옥토끼가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글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고려대학교 강사)


옥토끼의 전설

옥토끼 떡방아 설화는 한나라 때 퍼졌으므로, 옥토끼 설화의 기원은 한대로 올라간다. 미지관장화상석묘米脂官庄画像石墓 2호분에서 출토된 위묘실횡액화상석為墓室橫額畫像石에 새겨진 도상 중 방아 찧는 옥토끼 그림이 보인다(도1). 옥토끼 떡방아 설화는 적어도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때 널리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옥토끼 설화가 우리나라에 언제 유입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달에 사는 옥토끼를 언급한 문헌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나타난다.

늙어가며 앉은뱅이 승려와 정말 다름없어 [老來眞似躄浮圖]
밤에도 가을 마루 앉아 벽오동을 대하노라 [夜坐秋堂對碧梧]
옥토끼는 나의 삼탄식 몰래 엿보는 듯 [玉兔似窺三歎息]
풀벌레는 칠오호에 화답을 하려는 듯 [草虫相和七嗚呼]
산과 강은 아득하게 하늘 끝에 이어지고 [山河縹渺連天際]
바람 이슬 희미하게 자리 옆에 스며드네 [風露淒迷入座隅]
백발이 다 되도록 국은에 보답을 못했으니 [白盡我頭無寸效]
어느 날에나 사직하고 강호로 돌아갈거나 [乞身何日向江湖]
– 이색(李穡, 1328~1396), <어젯밤 뜨락에 달빛이 가득한 가운데 풀벌레가 울어 대기에 뭔가 느껴져서 한구절을 얻고 나서는 새벽에 일어나 이를 보충해서 한 수를 완성하였다>, 《목은집牧隱集》 제32권

고려 말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도 토끼와 달의 모습을 시로 읊고 있다.

오작교 빌어 월궁으로 들어가서 [想借銀橋入]
옥도끼로 계수나무 다듬고 싶지만 [期將玉斧修]
저 높은 계수나무 그 누가 꺾으며 [桂高誰可折]
항아가 감춘 약 훔치기 어려우리 [藥秘不容偸]

시 안에서 월궁과 옥토끼, 계수나무를 묘사했다. 월궁에서 항아선자의 불사약을 훔치려고 하는데 훔칠 수 없다는 시문이다. 이 시를 통해 고려시대 사람들의 달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옥토끼 관련 문헌기록은 고려의 것부터 나타나지만, 옥토끼 도상은 늦어도 삼국시대에는 유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의 모습은 이미 5세기 후반 고구려 고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만주 집안 지역 장천1호분에는 절구 앞에 서서 두 앞발로 공이를 쥐고 불사약을 찧는 토끼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는 고구려 벽화 고분인 집안장천1호분集安長川一號墳의 벽화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널방 천장석 그림은 일월성신도日月星辰圖로 별들을 ‘X’자로 교차하는 대각선에 의해 4개의 정삼각형으로 나누어진 화면 속에 배치하였다. 일상日像·월상月像은 각기 원 속의 삼족오三足烏와 두꺼비·옥토끼로 표현하였다(도2).


도1 <위묘실횡액화상석為墓室橫額畫像石>, 미지관장화상석묘米脂官庄画像石墓 2호분 출토, 중국 한 대
(도판 출처: 서안비림西安碑林박물관 홈페이지)


고구려 고분의 벽화 천장에는 북두칠성을 포함한 다양한 성좌星座와 해와 달[日月象]이 장식되어 있다. 벽화 중에서 동물화상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실제 동물을 그린 것이 있고, 환상적인 동물을 그린 것도 있으며, 그중에 달 속에 그려진 토끼의 그림이 있다. 토끼는 달을 상징하는 요소로서 두꺼비, 계수나무와 조합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초기 고분벽화에 속하는 안악1호분(4세기말)으로부터 후기의 집안 4·5호분(6세기)까지 20여 곳의 고분벽화에서 다루어진 소재이다. 집안 지역 장천1호분(5세기 후반)에 현실천장고임 4단 서쪽에 달에서 약 찧는 옥토끼가 두꺼비와 함께 표현되어 있다. 실물적으로 표현된 옥토끼는 아가리 부분은 좁고 둥근 반면 밑동 부분은 넓은, 특이한 형태의 약 절구 앞에 서서 두 앞발로는 공이를 쥐고 불사약不死藥을 찧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토끼는 우리 민족에게 달의 정령이었으며 장수의 상징이었다. 한대의 문헌을 보면 옥토끼는 장생의 선약을 찧어 만든 존재인 동시에 스스로 천년을 사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데 한국과 일본은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한 반면, 중국에서는 떡방아 대신 불로초(不⽼草)를 찧고 있다고 믿어왔다. 즉 한대(漢代) 이전부터 ‘토끼는 달 표면에서 살고 있다.’라고 이야기되었고, 이 토끼는 후대 도교에서는 불로불사(不⽼不死)의 영약을 만들기 위해 절구질하는 옥토끼로 불렸다.”
-천진기, 《한국동물민속론》 (민속원, 2003)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는 태음太陰을 상징한다. 삼족오와 함께 금조옥토金鳥玉兎라 하였고, 태양과 태음의 대표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本草鋼木》에 “토끼는 명월의 정”이라 하였고 《예기禮記》 <곡례曲禮>에는 “달의 정은 명시明視이고 그 상은 토끼”라고 되어 있다.
토끼의 형상은 대개 7세기 이후부터 나타나게 되는데, 계수나무 아래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그 옆에 두꺼비가 엎드려 있거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 매우 해학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달 속의 토끼와 계수나무의 전설은 멀리 인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의 미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유래는 인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불교와 함께 들어온 것이라 생각된다. 달과 토끼의 관계는 그 역사가 깊다. 달나라에 약방아 찧는 토끼의 유래는 2,000여 년 전 중국 전한시대 학자 유향劉向이 쓴 《오경통의五經通義》에 나온다.
“달 속에 토끼가 있었다. 진晋의 시중侍中 부현傅玄이 하늘을 가리키며 묻기를 달 속에 무엇이 있는가? 흰 토끼가 약을 찧고 있다[月中有兎, 傅玄擬天問, 月中何有? 白兎擣藥].”
당나라 학자 단성식段成式은 그의 《유양잡조酉陽雜爼》에서 달 속 계수나무와 토끼에 대해 언급하였다.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는데, 그 아래에 한 사람이 있어 항상 도끼로 나무를 찍었으나 나무는 곧바로 합쳐져 버렸다. 그 사람은 성이 오吳요, 이름은 강剛이다[月中有桂樹, 下有一人, 常斫之, 樹隨合, 其人姓吳名剛].”
당唐나라 시선詩仙이라 일컬어지는 이백(李白, 701~762)은 그의 시 <파주문월把酒問月>에서 옥토끼를 이야기했다.

맑은 하늘에 뜬 달은 언제 떴느뇨? [靑天有月來幾時]
내 술잔을 내려놓고 한 가지 물어보겠네 [我今停盃一問之]
사람은 밝은 달을 잡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네 [人攀明月不可得]
달은 멀리 물러서 있지만 사람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네 [月行却與人相隨 ]
하늘에서 비추는 거울과 같은 달빛이 붉은 처마를 비추니 [皎如飛鏡臨丹闕]
(달 주위를 감쌌던) 푸른 연기가 사라지며 맑은 빛이 휘황하네 [綠煙滅盡淸輝發]
단지 밤이 오면 바다 위에 드는 달을 봤을 뿐 [但見宵從海上來]
새벽이 되면 구름 사이로 사라질 것을 어찌 알았으랴! [寧知曉向雲間沒]
흰토끼가 가을이고 봄이고 약을 찧는 곳 [白兎搗藥秋復春]
달에 홀로 살고 있는 항아는 누구와 이웃을 할까? [姮娥孤栖與誰隣] (후략)
-이백李白, <파주문월把酒問月>

조선 중기의 문신 경섬(慶暹)이 통신부사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사행일록인 《해사록海槎錄》에도 옥토끼가 언급된다.


도5 <화조도> 8폭 병풍 중 부분, 19세기, 지본채색, 각 557×433.8㎝, 개인 소장(도판 출처: 《한국의 채색화2》)



밝은 달이 동해에서 솟아오르니 [明月出東海]
해맑은 모습 마치 기약이 있었던 듯싶다 [皎然如有期]
항아의 거울은 내 품 안에 들고 [娥鏡入我懷]
옥토끼가 찧은 약 내 술잔에 넘치네 [兎藥盈我巵](후략)
-경섬慶暹, <배 안에서 달을 대하다>, 《해사록海槎錄》

옥토玉兎(달 속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옥토끼)는 달의 이명異名으로 각종 도안에 응용된다. 이구묵李久墨이 지은 《문실록聞實錄》 가운데에서는 “당나라 현종이 팔월 한가위 날 밤에 달 속에서 노닐다가 큰 궁궐을 보았는데, 현판에 ‘광한청허지부廣寒淸虛之府’라고 쓰여 있었다[明皇中秋夜遊月中, 見一大宮府. 榜曰, 廣寒淸虛之府]”라 기록하고 있다. 중추절(仲秋節, 음력 8월 15일)에 달 속의 광한궁廣寒宮에서 옥토끼가 약을 찧고 있는 그림[廣寒宮中玉兎搗藥圖]을 걸어 놓고 뜰에서 제사 지내는 풍속은 오늘날에도 아직 남아 있다.

항아嫦娥가 영약靈藥을 훔쳐 [嫦娥竊靈藥]
광한궁廣寒宮에 숨어드니 [逃入廣寒宮]
하느님이 붙잡으려 [天帝將捕治]
만 리 허공 둘러쌌네 [長圍萬里空]
-윤기尹愭, <달무리[月暈]>, 《무명자집無名子集》제1책, 병인년(1746, 영조22)



도6 <화조도> 6폭 병풍 중 부분, 19세기, 지본채색, 각 102×35.5㎝,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소장
(도판 출처: 《한국의 채색화2》)


민화 속 옥토끼

도7 <화조도花鳥圖, Flowers and Birds>, 19세기, 지본채색, 구라시키민예관[倉敷民藝館](도판 출처: 구라시키민예관 홈페이지)

옥토끼 관련 도상은 일찍이 한나라때부터 나타났으며 관련 문헌기록도 함께 등장하기 시작하여 당대 이후 시기에도 계속 보이며, 우리나라 또한 옥토끼 관련 문헌 기록이 고려부터 조선, 근대기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옥토끼 설화는 늦어도 고려때부터 명확히 인식되고 있었으며, 그 인식이 조선과 근대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 그림은 주로 민화로 많이 남아 있다. 삼척시립박물관 소장 <방아 찧는 토끼>(도3)에는 채운彩雲을 이고 있는 듯한 계수나무 아래 토끼 두 마리가 방아 찧는 모습이 그려졌다. 원경에는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어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를 상기시킨다.
계수나무가 그려진 도안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귀수무극貴壽無極’이 있다(도4). 계수나무는 높은 지위를 상징하며, 계수나무의 계桂와 귀貴는 동음동성이다. 귀수무극은 높은 지위에 올라 오래도록 장수하기를 축원하는 도안이다. 계수나무꽃과 복숭아(혹은 복숭아 꽃)의 그림으로 도안을 구성한다. 계수나무꽃[桂花]은 바로 목서화木犀花로 그 산지 및 특성의 차이에 따라 단계丹桂, 금계金桂, 은계銀桂, 월계月桂, 팔월계八月桂, 유엽계柳葉桂 등 매우 많은 종류가 있다. ‘귀수무극貴壽無極’ 네 글자는 춘련春聯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 춘련은 매년 정월에 대문이나 방문에 붙이는 가로로 쓴 글씨이다. 때로는 출생을 축하하여 보내는 머리 장식 등의 예물에 이 글자를 주조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삼척시립박물관 소장 <방아 찧는 토끼>와 너무도 닮은 그림이 있다. 이 작품 배경 속 나무의 종류와 채운의 유무만 차이가 있을 뿐, <방아 찧는 토끼>의 토끼 그림에서 그 형태와 색감, 필치가 일치하여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보일 정도로 유사한 화풍의 민화가 있어 주목할 만한데 그것은 바로 개인소장 8폭 병풍 <화조도> 중 한 폭이다(도5).
한편, 민화의 자유분방한 면모가 잘 드러난 방아 찧는 토끼 그림이 있어 흥미롭다(도6), (도7). 달과 계수나무를 배경으로 방아 찧는 토끼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방아 찧는 토끼 아래에 보이는 키질하는 토끼의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이 도상으로 인하여 토끼 두 마리가 찧고 있는 방아가 확실히 약초가 아닌 곡물이나 떡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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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해·조효속, <고구려 고분벽화의 장식문양 소고>, 고구려연구회, 16집, 2003
천진기, 《한국동물민속론》(민속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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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키 세이킨(Nozaki, Nobuchika) 지음, 변영섭, 안영길 옮김, 《중국미술상징사전 : 성서로운 도안과 문양의 상징적인 의미》 (서울 : 고려대학교 출판부, 2011)


김취정 |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강사,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한국민화학회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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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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