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취정 박사의 민화 속 곤충이야기 ⑩ 다산을 상징하는 곤충, 방아깨비

도2 전傳 전기田琦, <꽃, 새, 곤충, 물고기 그림(花鳥蟲魚圖)>, 조선, 28.5×19.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드러내는 곤충, 방아깨비.
푸릇한 몸집 또는 갈색의 몸집을 지닌 방아깨비는 특유의 몸놀림으로 독특함을 자아낸다.
민화 속 방아깨비는 어떤 상징으로 등장할까?

글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고려대학교 강사)


방아깨비가 방아깨비인 이유

‘방아깨비’는 몸집이 커서 재빠르지 않기에 쉽게 잡을 수 있다. 방아깨비를 잡아 뒷다리를 쥐면 방아를 찧듯 몸을 끄덕끄덕 움직인다. 방아깨비의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방아깨비 놀리기’ 놀이가 생겨나기도 했다. ‘방아깨비 놀리기’ 놀이는 여름철에 어린이들이 잡아 쥔 방아깨비의 몸짓을 보며 즐기는 놀이다. 방아깨비는 여름철 풀밭에 많이 서식하는데 뒷다리 끝을 손으로 모아 쥐고 흔들면 방아깨비가 달아나려고 끄덕끄덕 몸을 움직인다. 그 모습이 디딜방아의 공이가 오르내리는 듯하여 어린이들이 보고 즐기며 “아침 방아 찧어라. 저녁 방아 찧어라. 콩콩 찧어라”고 노래 부르며 놀기도 했다. 여러 아이가 각기 방아깨비를 잡아 쥐고 어느 쪽 방아깨비가 더 오래 방아를 찧는지 겨루기도 한다.
이쯤 되면 ‘방아깨비’의 ‘방아’가 ‘곡식 따위를 찧거나 빻는 기구’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곤충도감에서도 방아깨비를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처럼 움직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 설명한다. 허나 이 설명은 ‘깨비’의 어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기에 온전하지 않다. 깨비의 어원은 《물명고》(19세기)에 나오는 ‘방하아비’를 통해 쉽게 풀이할 수 있다.
‘방하아비’는 ‘방하’와 ‘아비’가 결합된 형태여서 ‘깨비’가 ‘아비’와 관련된 어형임이 드러난다. ‘아비’는 본래 ‘부父’의 뜻이나 여기서는 ‘다 자란 곤충’, 곧 ‘성충成蟲’을 지시한다. ‘등에아비(등에의 옛말)’, ‘장구아비(장구벌레의 방언)’ 등의 아비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방하아비’는 ‘방아를 찧는 듯한 행동을 하는 성충’ 정도로 해석된다.
19세기의 ‘방하아비’는 20세기 초 문헌에 ‘방아까비’로 변해 나온다. ‘방하’가 ‘ㅎ’ 탈락에 의해 방아로 변한 것은 자연스러우나, ‘아비’가 까비로 변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유추에 의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방아까비’는 ‘ㅣ’ 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방아깨비로 변해 현재에 이른다.
방아깨비는 평지의 볏과 식물이 자라는 초원에 많이 서식하며 날아갈 때 ‘딱딱’하고 운다. 그래서 방아깨비는 벼과 식물이나 풀잎 위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도1), (도2). 방아깨비는 갈색형과 녹색형이 있다. 다른 메뚜기 무리과 곤충들이 그러하듯 방아깨비도 크게 뛰어오를 수 있도록 뒷다리가 발달했다.

도1 <화조도>, 20세기, 지본채색, 98×33㎝×8,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도3, 도4 전傳 신사임당申師任堂 필筆, <초충도草蟲圖>, 조선, 지본채색, 32.8×28㎝×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에 등장하는 방아깨비

방아깨비는 한자로 종사螽斯이고, 한꺼번에 알을 99개나 낳아 많은 자손을 뜻한다.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초충도草蟲圖> 중에 방아깨비가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 여러 가지 도상이 그려진 만큼 그 뜻도 복합적이다. 원하는 여러 가지 염원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려진 것은 민화와 매우 닮아있다. 이 그림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그림에 그려진 도상들의 상징성을 통해 읽어보면 ‘귀한 자식(가지) 덩굴져 퍼져가듯(산딸기) 많이 낳고(방아깨비), 장원급제해서(무당벌레), 임금께 충성하며(벌과 개미), 변화 발전하여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나비) 바란다’는 의미가 된다(도3).
이 그림에는 고추잠자리가 보인다(도4). 고추잠자리라는 이름은 잠자리가 고추처럼 빨개서 붙은 이름이며 성숙한 수컷에만 이런 색이 나타난다.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빛을 띠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착각하기 쉽다.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인 고추잠자리와 가을을 상징하는 방아깨비가 함께 그려져 깊어가는 가을의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방아깨비는 예전부터 가을 들판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을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와 같이 가을 풍경을 묘사하고자 할 때 방아깨비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에는 겸재의 세심한 관찰력과 실물을 그대로 그려내는 능력이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가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연보랏빛 국화가 핀 뜰에 금빛 눈의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멋모르고 땅에 내려앉은 방아깨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고양이, 방아깨비, 국화 꽃잎은 실물과 다름없이 세밀하게 묘사했지만 국화 줄기와 잎은 간략하게 묘사했다. 세밀함과 간략함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청대의 <화훼초충도>에도 방아깨비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도5).
방아깨비는 문인화가 강세황 또한 즐겨 그렸던 소재이기도 하다. 강세황의 <벼와 방아깨비>가 그 예이다(도6). 청대淸代에는 운수평(惲壽平, 1633-1690)과 추일계(鄒一桂, 1686-1772) 등에 의해 채색 화훼화가 매우 발전하고 성행하였다. <화훼초충도>도 청대에 왕성하게 제작된 화훼화 중의 하나로 보인다.
필자를 알 수 없는 채색의 <화훼초충도>는 몰골법으로 그려져 있는데 아마도 화첩에서 떨어져나온 것 같다. 화면 중앙에 좌우로 종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서로 다른 몇 그루의 꽃나무 가지를 배치하고 그 사이로 방아깨비가 날아드는 장면을 그렸다. 잎의 녹색과 꽃잎의 붉은색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날아드는 방아깨비가 화면에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윤열수 저서 《민화1》에 실린 <초충도> 방아깨비 그림은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 속 방아깨비 그림에서와 같이 다산을 기원하는 뜻에서 그려졌다. 《민화1》 속 <초충도>도 다른 민화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여러 가지 염원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려졌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붉은 나리꽃과 나리꽃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짙푸른 커다란 나비가 화면을 압도한다. 나비와 나리꽃 사이에 나리꽃의 풀잎 위에 잔뜩 긴장한 듯한 방아깨비가 그려져 있다. 여러 가지 도상이 그려진 만큼 그 뜻도 복합적이다.

도5 <화훼초충도>, 중국 청대, 견본담채, 26.5×25.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6 강세황, <벼와 방아깨비>, 종이에 옅은 채색, 24.3×15㎝, 서울대박물관 소장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 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9:박석고개-복시》
(성남:정신문화연구원, 1989-1991):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경기편京畿篇》
(문화재관리국,1978)
고단샤 저, 《움직이는 도감 MOVE 곤충》, 루덴스미디어, 2019

김취정 |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강사,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한국민화학회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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