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취정 박사의 민화 속 곤충이야기 ⑧ 영롱하고 화려한 옥충玉蟲, 비단벌레

도5 전 전기, <꽃, 새, 곤충, 물고기 그림>, 조선, 지본담채, 28.5×19.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리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비단벌레는 그 영롱한 빛깔은 숨긴 채 그 형태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마도 비단벌레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지녔으나, 불사不死의 염원을 담아 죽은 자의 공간 속 부장품으로써의 미술 공예품 제작에 사용된 곤충이기에 아름다운 빛깔을 숨긴 채 그 형태만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글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고려대학교 강사)


신라 상고기 대표적 무덤 양식인 경주지역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에서 치장물로 자주 출토되는 갑각류의 일종인 옥충玉蟲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비단벌레라고 한다.
오색영롱한 비단벌레(학명:Chrysochroa fulgidissima)는 몸길이 30~40㎜이며, 몸 빛깔은 초록색 또는 금록색으로 화려한 빛깔을 띠는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앞가슴등판과 딱지날개(굳은 날개)에 붉은색의 가로줄무늬가 굵게 나 있다. 몸의 배면은 금록색이고 가슴과 배의 중앙부는 금적색이다. 머리 앞쪽이 넓고 날개 뒤쪽은 좁아 오각형처럼 보인다. 수컷은 겹눈이 튀어나오고 배끝이 삼각형으로 파여 있으며 몸의 양쪽에 연한 털이 암컷보다 많다. 비단벌레과 곤충은 전 세계에 1만 5,0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7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단벌레는 갑충甲蟲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옥충玉蟲이라 불린다. 우리 옛 문헌에 옥충玉蟲이 시의 소재로 등장하는 예가 종종 보인다. 이 옥충은 비단벌레라 이해하면 된다. 옥충 혹은 비단벌레는 길정吉丁이나 길정충吉丁蟲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비단벌레는 그 유사한 형태 때문에 반딧불이와 혼돈되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딧불이와 비단벌레는 다르다. 우리 옛 문헌을 보면 비단벌레인 옥충玉蟲을 등불이나 빛에 비유하여 언급한 예가 많은데, 아마도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생태적 특징을 떠올린 듯하다. 비단벌레 옥충을 언급한 경우 거의 전부가 이런 예이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이 비단벌레와 반딧불이를 같은 것으로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도1 <옥충장안교玉蟲裝鞍橋(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신라, 금동, 55.3·, 황남대총 남분 부곽 출토,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옥충이 꺼지지 않고 타나니[玉蟲燒不盡]
초가집에 밤은 삼경이로세[茅閣夜三更]
달은 뜰 앞에다 좋은 빛을 주고[月餉庭前色]
바람은 나뭇가지에 소리 고요해라[風恬樹梢聲]
향 연기는 가늘게 피어오르고[篆烟飛上直]
화롯불은 재 속에서 이글거리네[爐火燼中明]
만뢰가 가라앉아서 고요한데[萬籟沈還寂]
창룡은 칼집 속에서 우누나[蒼龍匣裏鳴] -이응희(李應禧, 1579-1651),
<등잔 앞에서 회포를 읊다[燈前詠懷]>, 《옥담시집玉潭詩集》



중국 문헌에서도 마찬가지로 옥충을 등잔불의 이칭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중국 당唐나라의 문인文人 한유(韓愈, 768~824)의 시 <영등화詠燈花>에 “황색의 중간엔 금속을 늘어놓은 듯, 비녀 머리엔 옥충을 장식한 듯하네[黃裏排金粟 釵頭綴玉蟲]”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다.

도3 <금동제비단벌레장식허리띠[金銅製玉蟲裝銙帶]>, 신라, 금동, 4×3.7㎝, 경주시 출토,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비슷한 듯 다른 비단벌레와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의 곤충으로 흔히 ‘개똥벌레’로도 알려져 있다. 체색은 노란색인 것, 검고 바깥 가장자리가 노란색인 것, 앞가슴등판이 주황색인 것 등이 있다. 배 마디 끝은 흐린 노랑 또는 주황색이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배 끝의 마디들에서 나온다. 그 부분에 발광세포가 있으며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노란색 또는 황록색의 빛이 만들어진다. 반딧불이는 암수 모두 빛을 내며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중국에서는 반딧불이를 여러 마리 잡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방안에서 침실 등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옛 고사성어인 ‘형설지공螢雪之功’은 반딧불이와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공을 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깜깜한 밤하늘에 작은 불빛을 내며 나는 반딧불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며 각종 동화 등 이야깃거리의 소재로 등장한다.
일본에서 발간된 가장 대표적인 한자어 사전인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는 옥충을 ‘타마무시(タマムシ)’라고 읽는다고 하며 “모양이 아름다워 옥충(옥과 같은 벌레라는 뜻)이라 부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다른 명칭으로 길정충吉丁蟲과 금화충金花蟲을 들고 있다.
반딧불이나 비단벌레의 무리는 종류가 많고 전 세계에 서식한다. 매우 화려한 자태의 비단벌레나 나무 한 그루에 모여 일제히 빛을 내는 반딧불이 등 그 특징이 각양각색이다.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등에서 수많은 반딧불이가 나무 한 그루에 모여 앉아 타이밍을 맞춰 일제히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단벌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유물들

화려한 비단벌레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유물을 들라면 단연 1973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왕의 무덤)의 부곽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를 꼽을 수 있다.(도1) 국립경주박물관은 2011년 선보인 ‘황남대총-신라王, 왕비와 함께 잠들다’ 특별전에 비단벌레 장식 실물을 36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도2 <옥충주자玉蟲廚子>, 백제,
2,563장의 비단벌레 날개, 나무,
일본 호류지 대보장원 소장

비단벌레와 관련된 것으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외국 문화재는 일본 호류지[法隆寺]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불교사찰에서 현전하고 있는 옥충주자玉蟲廚子일 것이다.(도2) 호류지 대보장원大寶藏院에 소장된 옥충주자는 옻칠을 입힌 이 목공예품으로 명칭이 시사하듯이 천 마리가 넘은 비단벌레 등껍데기로 무늬를 낸 불감佛龕이다.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호랑이에게 몸을 공양하는 장면과 계송을 듣기 위해 나찰에게 몸을 보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불교 용구를 장식하는 데 비단벌레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7세기 일본 아스카시대의 유물인 옥충(비단벌레)주자는 2,563장의 비단벌레 날개를 깔아 만든 작품이다. 탑 모양 나무 조각품인 232.7㎝ 높이의 옥충주자玉蟲廚子는 기단과 2층으로 된 탑신, 주불을 모신 조그만 감실과 지붕의 4부분으로 구성돼있는데 아스카 예술품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복합적인 것으로 ‘일본예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이 옥충주자는 백제로부터의 수입품인데 지금 남아있는 600년경 유물 중 가장 귀한 것이어서 일본은 옥충주자가 원래 백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벽면이 나전으로 된 일본 장인의 훌륭한 작품이라고 내세우거나 중국수입품이라고 얼버무린다. 하지만 옥충주자에는 일본에 없는 호랑이 그림이 있고, 사천왕상이 있는 등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일본과 한국 미술사를 깊이 연구한 미술사학자 존 코벨은 강조한다.
한반도의 경우 신라 무덤 외에 비단벌레를 이용한 유물로 보고가 된 것으로는 평안남도 중화군 진파리 1호분에서 발견된 금동투조金銅透彫 관식금구節冠金具가 있다.(도3) 이 유물은 유려한 용봉龍鳳 무늬 및 용봉을 둘러싸고 흘러가는 구름무늬를 새기고 있으며 그 중앙에는 삼족오三足烏라고 하는 세 발 달린 까마귀를 형상화하고 있다. 흔히 삼족오는 태양太陽과 늘 붙어 다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단벌레 껍데기가 이런 태양 및 삼족오 무늬 부근에 장식물로 붙어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단벌레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징성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단벌레 날개와 함께 형상화된 용이나 봉황, 태양, 삼족오는 말할 것도 없이 도가 혹은 신선사상과 뗄 수 없는 상징들이다. 그러니
이들과 함께 비단벌레가 장식물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비단벌레 또한 신선 사상과 밀접한 곤충임을 추정케 하고 있다.

도4 전 신사임당필, <초충도>, 조선, 32.8×2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사不死의 염원이 깃든 비단벌레

어떻든 지금까지 간단한 고찰을 통해 비단벌레에서 우리는 의복 등의 치렛거리, 성욕을 자아내는 일종의 비아그라 같은 약품성 및 영혼불명, 영생불사를 추구하는 신선 사상이라는 세 가지 코드를 적출하게 됐다. 여기서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전근대 동양사회에서 약물 혹은 약품은 그 자체가 종교사적으로는 선약仙藥이라는 특성을 아울러 지닌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한방에서 약재로 언급된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선약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동양 한의학이 도교와 밀접성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단벌레가 이미 신라 상고시대에 의복이라든가, 마구馬具류 등지에 장식물로 애용된 것은 그 뛰어난 장식성과 함께 이러한 종교적 의미를 아울러 내포했을 것이다. 요컨대 비단벌레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거기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불사不死를 향한 신라인들의 염원이 서려 있었던 것이다.
일본 나라[奈良] 호류[法隆]사의 일본 국보 옥충주자玉蟲廚子(7세기)는 일본 고대 문화재의 명품으로 꼽히며, 이는 회화, 조각, 공예, 건축 회화 등 다양한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예술품이다. 옥충주자는 비단벌레(옥충)의 날개로 장식한 불감佛龕(주자·불상을 넣는 집 모양의 작은 상자)을 말한다. 그동안 옥충주자는 백제나 중국 남조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안휘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백제나 중국이 아니라 고구려 미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다.
2,563장의 비단벌레 날개를 깔아 만든 옥충(비단벌레)주자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롱하고 화려한 비단벌레는 분명히 그림의 소재로 등장할만한 곤충이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비단벌레는 그 영롱한 빛깔은 숨긴 채 그 형태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도4, 도5) 아마도 비단벌레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지녔으나, 불사不死의 염원을 담아 죽은 자의 공간 속 부장품으로써의 미술 공예품 제작에 사용된 곤충이기에 비단벌레를 그리더라도 부장품에 사용된 아름다운 빛깔을 숨긴 채 그 형태만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고자료


김태식, <특별기고-불사不死의 염원, 옥충玉蟲>, 《민속소식》 (국립민속박물관, 2003, 9)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 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남:정신문화연구원, 1989-1991)
박해철, 《딱정벌레》 (다른세상, 2007)
최정 외, 《원색 곤충류약물도감》 (신일상사, 2002)
고단샤 편저, 요로 다케시 감수, 박재영 역, 《움직이는 도감 MOVE 곤충》 (루덴스미디어, 2019)
존 카터 코벨 저, 김유경 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
안휘준, 《고구려 회화: 고대 한국 문화가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파주: 효형출판, 2007)



김취정 |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강사,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한국민화학회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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