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취정 박사의 민화 속 곤충이야기 ⑦ 뚝심있고 영리한 곤충, 소똥구리

도2 <초충도草蟲圖>, 조선,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소장



소똥구리는 해와 달을 보며 방향을 가늠해 소똥을 데굴데굴 굴리며 길을 간다.
간혹 소똥이 굴러가지 않으면 소똥 주위를 살피며 원인을 분석해 해결한 후 어김없이 다시 소똥을 굴리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 꿋꿋하고 영리한 곤충인 소똥구리가 민화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글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고려대학교 강사)


소똥구리, Scarabs, 강랑蜣蜋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쇠똥구리’와 ‘소똥구리’는 모두 표기할 수 있지만 학술 명칭으로는 ‘소똥구리’만 사용된다. 대한민국에는 뿔소똥구리, 왕소똥구리, 작은눈왕소똥구리, 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창뿔소똥구리 등이 서식하는데 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소똥구리와 애기뿔소똥구리는 멸종위기 2급 곤충이다. 한국에는 왕소똥구리 속에 왕소똥구리 1종만이 알려져 있었으나 농촌진흥청은 곤충자원 DNA 염기서열 바코드를 분석해 기존에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눈왕소똥구리를 발견했다. 사료에 함유된 항생제, 농약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똥구리는 갑충석甲蟲石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갑충석은 옛 이집트 사람이 숭배한 풍뎅이의 일종이다. 갑충석은 태양, 황도皇道, 자기 중심력, 창조신 캐페라, 부활, 불사不死, 신적 예지, 그리고 자연의 생산력을 통제하는 섭리의 상징이다. 갑충석은 수컷뿐이라고 생각되며, 남성적 활력,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힘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의 콩고 지방에서 갑충석은 달에 속하며 영원히 반복되는 재생의 상징이다.
소똥구리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소똥구리가 똥을 굴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태양신 라가 태양을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렸다. 라의 분신인 케프리는 소똥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똥이나 죽은 동물에 알을 낳는 모습은 부활을 상징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무덤에 돌로 만든 소똥구리로 장식한 장신구를 넣어 부활을 기원했다. 필자가 월간민화에 ‘민화 속 상징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할 때부터 가장 먼저 떠올린 주제는 소똥구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화에서 많이 그려진 곤충 도상은 나비나 벌, 잠자리 등이었기에 소똥구리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뒀던 것이다.

도1 전傳 신사임당필申師任堂筆, 《초충도草蟲圖》 중 <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조선, 32.8×2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친숙한 곤충, 소똥구리

우리 선조들은 그림, 글의 주제나 옷, 장신구 등에 나비, 매미, 비단벌레 등을 많이 이용하였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소똥구리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나비를 신으로 숭배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문화가 있었으며 현대에는 곤충전시회와 곤충생태원, 나비공원, 결혼식, 함평나비축제, 무주반딪불이축제 등 여러 행사와 여가생활의 주제로 사용된다. 또 아이들의 장난감에서부터 장신구, 자동차, 우표, 영화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곤충이 이용되고 있다.
우리 옛 그림 속 곤충을 떠올려보면 나비나 벌, 잠자리, 매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소똥구리일 것이다. 이는 아마도 초충도로 명성 높은 신사임당 작품 속 소똥구리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도1). 실제로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칭되고 있는 《초충도草蟲圖》 중 <맨드라미와 쇠똥벌레>와 거의 같은 구성과 화풍으로 제작되어 따로 보면 동일한 작품으로 오인할 정도로 닮아 있는 경기대학교소성박물관 소장의 <초충도草蟲圖>만 봐도 초충도 그림 장르에 있어 신사임당의 강한 영향력을 알 수 있다(도2).
소똥구리아과(Scarabaeinae, dung beetle(소똥구리))는 딱정벌레목 풍뎅잇과의 하위 분류 중 하나이다. 사막, 초원, 숲 등 서식 환경이 다양하다.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 분포해 있다. 소똥구리와 곤충의 먹이 대부분은 낙타나 소 등 초식 동물의 똥이지만, 일부 종은 버섯이나 잎사귀 등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똥에서 모든 영양분을 취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심지어는 물도) 먹을 필요가 없다. 똥을 굴려 구덩이에 넣은 다음 그 안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도 똥을 파먹는다. 번데기 과정을 거쳐서 성충으로 자란다.

(왼쪽) 도3 전傳 상고재尙古齋 필筆, <꽃, 새, 곤충 무리를 그린 그림[花鳥蟲類圖]>, 조선, 지본수묵, 41.2×31.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른쪽) 도4 전傳 전기田琦 필筆, <꽃, 새, 곤충, 물고기 그림[花鳥蟲魚圖]>, 조선, 지본담채, 28.5×19.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소똥구리에 대한 기록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는 《곤충기》에서 왕소똥구리(Scarabaeus sacer)의 생태를 자세히 언급했다.
“소똥구리는 자신이 만든 쇠똥경단을 옮기는데 태양이나 달을 보고 방향을 찾는다. 스웨덴의 마리 데크 박사팀은 아프리카산 소똥구리(Scarabaeus satyrus)가 달이 없는 밤에는 은하수를 기준으로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제강점기 동물학자이자 교육자였던 조복성(趙福成, 1905~1971)은 1929년 8월 1일 《별건곤》 제22호에 소똥구리의 습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소똥[牛糞] 빗는 것을 천직天職으로 아는 세 종류種類의 각물各物 갑충甲蟲이 있어서 일심一心으로 지구 덩어리를 빚고 있으니 조선에서는 이것을 총칭하야 ‘소똥구리’ 혹은 ‘말똥구리’ 혹은 ‘구리(강랑蜣蜋)’라 한다. 분망奔忙히 입[口]으로는 소똥을 깎아내며 그것을 앞발[前脚] 사이에 넣어 지구형地球形을 빚기 시작始作한다. 팥알만 하던 것이 콩알만 하게, 콩알만 하던 것이 경단과 같이 점점 형상에 변화가 생기게 되매 ‘소똥구리’는 앞발로 분구糞球를 부둥켜안고 둥실둥실 굴리며 부족不足한 곳에는 소똥을 물어다가 앞발로 부쳐 메우고는 둥실둥실 굴리니 잠깐 동안에 적어도 직경이 6. 7푼分 가량 되는 훌륭한 분구糞球를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이 만든 분구糞球는 지금부터 자기 집으로 운반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전과 반대로 거꾸로 서서 뒷다리[後脚] 사이에 분구糞球를 넣고 데굴데굴 뒤로 밀어간다. 밀고 가는 도중에 돌에 걸리든지 수풀에 걸리든지 피해 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밀고 간다. 물론 거꾸로 서서 밀고 가는 후면後面이 보일 이치理致도 없겠지만 자기의 처소處所를 아는 듯이 보이는 소똥구리는 둥실둥실 굴려 간다. 연중然中에 나타나는 장애물에 닥쳐 분구糞球가 굴지 않게 될 때가 많지만 미련하다고 할는지 노력가라고 할는지 소똥구리는 안전安全한 곳으로 피해 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막 밀어가려고만 애를 박박 쓴다. 이런 곳을 무리하게 돌파하는 것이 소똥구리의 자랑할만한 완력이라 할까! 그렇지만 암만 애를 써도 굴지 않을 때에는 소똥구리는 하는 수 없이 부동不動의 원인을 연구硏究하게 되매 무엇보다도 먼저 분구糞球의 주위를 돌아 살핀다. 다음에는 분구糞球의 위로 올라가 장애물障碍物이 대저大抵 무엇인가를 살펴보게 된다. 원인原因을 안 소똥구리는 방향을 변경시켜 굴리기를 시작始作한다. 이런 점點을 보면 말할 수 없이 영리怜悧한 행동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던 분구糞球는 데굴데굴 굴러가기를 시작始作한다.”

도5 화조도, 20세기, 지본채색, 98×33㎝×8,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화폭 속 소똥구리의 모습

소똥구리는 동물의 똥을 먹는 종류의 풍뎅잇과에 속한 곤충이다. 풍뎅잇과에는 동물의 똥이나 시체를 먹는 종류, 식물의 잎이나 꽃가루를 먹는 종류, 수액을 먹는 종류 등이 있다. 동물의 똥을 먹는 풍뎅이들을 소똥구리라고 한다. 한국에 약 35종이 있다.
풍뎅이 무리로 보이는 형태로 보이는 외형, 즉 단단한 껍질을 지니고 강한 뿔을 달고 있는 풍뎅이 종류가 둥근 똥 근처에 있거나 둥근 똥을 굴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그것은 소똥구리라고 볼 수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에 그려진 소똥구리의 종류는 뿔소똥구리이다. 뿔소똥구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주로 소똥에 모여들며, 방목지 등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 뿔소똥구리는 똥을 땅 밑에 있는 둥지로 옮기며, 둥글게 빚어 공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똥으로 만든 공안에서 주위의 똥을 먹으며 자란다.
소똥구리는 풍뎅잇과에 속하는 곤충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림 속 곤충이 소똥구리가 맞는지에 대한 여부가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둥근 똥 근처에 있거나 둥근 똥을 굴리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똥과 관계없이, 그러니까 똥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똥구리와 닮은 풍뎅잇과 곤충은 주로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민화에서는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고 나뭇가지나 풀잎에 매달린 모습으로 주로 그려진다. 똥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소똥구리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사슴벌레는 풍뎅잇과 곤충과 많이 비슷한 듯하지만 사슴벌레는 위아래로 좀 더 긴 형태라든지, 좀 더 길고 강한 뿔 등으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그림에 적지 않게 등장하는 곤충 도상, 사슴벌레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참고자료]
<새 이름… ‘왕소똥구리’, ‘큰자색호랑꽃무지’>, 《한국농업신문》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진 쿠퍼(Cooper, J.C) 저, 이윤기 역
<인간과 곤충>, 《자연보존》, 정종철
《파브르 곤충기 1:신기한 소똥구리》, Fabre, Jean-Henri(1823-1915) 저, 오쿠모토 다이사부로 해설, 이종은 역
<趣味活動講座, 牛馬糞으로 膏粱珍味를 삼는 소똥구리>, 《별건곤》 제22호, 조복성
《움직이는 도감 MOVE 곤충》, 고단샤[講談社] 편저, 요로 다케시 감수, 박재영 역


김취정 |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강사, 서울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한국민화학회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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