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교수의 ‘짧은 글 긴 생각’㉑ 초창기 민화 연구 활동

해방 후 지식인들에 의해 ‘국학부흥운동國學復興運動’이 펼쳐지면서 전통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국학부흥운동이 더욱 거세게 일어났으며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때부터 단절의 역사는 차츰 극복됐다.
이와 같은 국학부흥 기운이 제고되고, 한국미술계에 이념적 논쟁이 고조되면서 1960년대 말, 조선후기의 민화가 재조명되기 시작하였다. 권옥연 작가, 김기창 작가 등의 수집가들이 나타났고 조자용, 김호연,김철순, 이우환 등의 연구자들이 등장해, 우리 민화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작업 특히 민화의 역사적 유래와 함께 조형적 특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민화 연구자들은 대부분 민화를 ‘복고, 향수’의 관점으로 접근하였는데 이는 일본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감상주의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고 하겠다. 어떻든 60년대 말부터 연구자들에 의해 민화에 관련한 논문과 책이 발간되었고, 몇몇 작가들에 의해 민화가 적극적으로 수집되었으며 일반인들의 민화 애호가 늘면서 관련 연구도 속도를 내기 시작, 차별되는 주요 연구 이론서들과 화려한 화집이 발간되었다.
1968년, 김원룡金元龍(1922〜1994)은 《한국미술사》에서 한국미술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것을 ‘자연주의’로 보았다. 즉 기교나 완성도를 개의치 않는 소박, 소탈, 고졸의 특성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 미술사의 ‘주류는 화공畵工의 그림이며, 세화歲畵 중에 볼만한 그림이 있다’고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언급을 하였다.
조자용(1926〜2000)은 한국 민화의 재발견에 선각자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민화를 서민은 물론 도화서 화원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사람들의 그림으로 인식하면서 접근하였다. 그는 1968년에 직접 수집한 민화로 ‘에밀레 박물관’을 세우고, 1969년에는 민화를 대표할 수 있는 〈호랑이 그림〉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그는 우리 민화를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국외에까지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하였으며 그 결과 미국에서 우리 민화가 한국의 포크아트(Folk Art)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조자용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72년에 한창기 사장이 경영하는 한국 브리태니커 사에서 《한국민화의 멋》을 발간하였고 그 해 5월 한국일보에 〈이조의 민화〉를 19회에 걸쳐 연재하였으며 1973년에는 〈한화, 호랑이도〉라는 화집을 발간하였다. 또한 조자용은 1977년 8월 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전시회 결과를 〈세계의 길목, 본 대로 느낀 대로, 미국에 심은 문화외교〉라는 글로 정리하여 경향신문에 실어 눈길을 끌었다.


글 김용권(문학박사/겸재정선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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