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교수의 ‘짧은 글 긴 생각’② 민화 재현과 창작에 대하여Ⅰ

민화 재현과 창작에 대하여Ⅰ

얼마 전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대형의 재현작과 창작을 한자리에서 함께 선보이는 자리가 있었다. 이는 더 늦기 전에 양자가 서로의 소중함과 조화로운 공존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옳은 방향으로 함께 실천해 나가기 위한 가슴 따뜻한 전시로 평가할 수 있겠다.
재현작 민화와 창작 민화의 만남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의외로 아주 크다. 물론 양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주 만나왔으며 함께 성장, 발전하기 위한 시도도 여러 번 있었으나 이렇게 역사적, 미술사적 의미를 가지고 만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동안 서로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개념과 현란한 논리로 진검승부 하듯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독버섯이 되었고 훼방꾼이 되었던 아주 불편하고 이상한 관계였다.
재현작 민화와 창작 민화는 서로 다른 존재이유가 있고 요구하는 바가 다르며 매력 발산도 다르다. 그래서 양자가 서로 비방하는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시대에는 전통이라는 고전의 깊이와 품위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과 현대적 감각으로 명랑하게 재탄생시켜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권장 대상이다. 그것은 양자가 다 같은 생명의 그림으로,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치유해주는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그 사실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이제 그 인식을 새로이 하면서 마침내 재현작 민화와 창작 민화가 서로 다른 가치를 향해 간다는 것과 우리 시대에는 양자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양자는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보다 큰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로 수호자가 되어 바람을 막아주고 문을 열어 주고 기氣를 충전시켜주는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한다. 어떠한 잣대로 계산될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에는 재현작 민화 20%, 창작 민화 80%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공급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물론 이와 같은 비율은 이상적인 것일 뿐 각자의 취향대로 마음 가는대로 선택해 작업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떻든 재현작 민화와 창작 민화는 상호연관성과 공유성을 찾으면서 함께 가야 한다. 또다시 어색해지지 않도록 계속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 발전해 가야만 한다. 사실 이런 자리는 오래전에 있었어야 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각자 무작정 전진만 하던 차에, 이번 기획 전시를 통해 서로 공존, 조화, 평등해 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충분히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다. 양자는 한 우산아래 ‘그대로’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제대로’ 독특하게 창작해 내는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글 : 김용권(문학박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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