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관장의 ‘짧은 글 긴 생각’ (59)

무교화, 불교화, 유교화, 도교화 간 습합과 영향Ⅱ

글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앞선 글에서 민화는 무교화, 불교화, 유교화, 도교화 제재의 영향을 독립적으로 받기도 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서로 습합되어 상징이나 도상이 섞인 상태로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언급했었다. 구체적으로 우리 민화의 주요 제재인 신선 그림, 연꽃 그림, 개그림, 십이지 그림 등이 바로 토착종교인 무교 바탕 아래 불교, 도교를 접목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신선 그림’의 경우, 무교, 불교, 도교적 성격이 짙다. 무교의 산신이나 도교의 신선은, 불교 전래 이후 불교가 호법선신護法善神으로 포용, 신앙 되면서 사찰 내의 산신각山神閣에 봉안되었다. 말하자면 무교의 산신이 불교화佛敎化된 것인데, 이처럼 산신은 불교 본연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산신 그림을 봉안한 산신각 건물을 전殿이라 하지 않고 각閣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된 것을 새삼 이해하게 된다.
‘연꽃 그림’의 경우, 불교에서 연꽃은 청정, 불염不染, 초탈, 불타 탄생의 상징물과 속세를 밝히는 진리를 상징한다. 유교에서는 연꽃이 청렴과 군자를 상징하는 동시에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살아가는 은일지사隱逸之士를 의미한다. 도교에서는 연꽃을 신선의 지물持物로 여기며 소중하게 취급했다. 이와 같이 연꽃이 여러 종교에서 주요 상징물로 여기며 사용된 가운데, 어느 순간 민화에서도 주요 제재로 받아들이면서, 다산·행복·풍요·평화·생명 창조 등의 길상적 의미까지 담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사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민화는 무교화, 불교화, 유교화, 도교화 등이 융합, 혼용되어 형성된 상징과 도상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민화는 한민족의 토속신앙인 무교를 바탕으로 한 삼교(유교·불교·도교)의 영향 그리고 이와 같은 여러 종교의 습합된 상징성과 통합된 도상의 영향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사실 그렇게 결탁된 여러 종교의 습합된 상징물들은 전통 사회의 모든 의례적 행사 즉, 일상생활은 물론 민족의 명절 행사나 정치·사회의 질서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게 그려지고 애용되었다.
끝으로 순교純敎라는 권위주의 종교관에서 볼 때 무교, 불교, 유교, 도교는 그 발생 배경이 다르고 종교적 철학도 각기 달라 하나로 뭉쳐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종교는 사회집단의 공통된 감수성 즉, 한국인의 소망과 믿음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 또는 인간 본능에서 요구되는 공통적인 요소를 염원하기 위해 통일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공통적인 요소란 다름 아닌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길흉화복 즉, 오래 살겠다는 장생에의 집착과 좀 더 잘 살겠다는 복의 욕구, 그리고 이와 같은 구복기원求福祈願을 방해하는 악귀들과 싸워야 하는 벽사사상을 말하는데, 이로써 보면 결국 민화는 한국적 종교 혼합주의의 전형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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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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