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관장의 ‘짧은 글 긴 생각’ (51)
– 무교와 외래종교(음양오행·유·불·도)의 영향

글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민화는 우리 민족이 신봉해 온 무교巫敎를 비롯한 외래종교(음양오행陰陽五行, 유儒, 불佛, 도道)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민화가 지닌 상징성은 우리 민족의 종교관과 상호불가분의 통합성을 띠며 표현 양식 또한 의례용 종교화, 무교화巫敎畵, 유교화儒敎畵, 불교화佛敎畵, 도교화道敎畵 등과 거의 닮아있거나 아예 도상을 직접 빌려 쓰기도 했다.
한편 위 종교들은 서로간의 필요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민화는 그러한 관계 속에서 습합된 제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말하자면 무당들이 불교의 불상을 모셔 놓고 불경문을 읽으며 극락왕생을 염원하였고, 불교의 목탁과 염주를 무구巫具로 사용하였다. 반대로 불교 의례나 도교 의례 속에 무속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불교의 석가모니를 비롯한 보살들과 도교의 여러 신들 중에는 무교화巫敎化되어 사용된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종교가 필요에 따라 서로 습합되어 나타난 수성노인, 신선, 선녀, 직일신장, 금갑장군, 귀두, 3재부 등이 모두 민화의 주요 제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렇게 민화는 무교화, 불교화, 유교화, 도교화되면서 각 종교의 상징성과 도상을 받아들였다. 이른바 민화는 한민족의 토속신앙인 무교를 바탕으로 한 삼교(유교, 불교, 도교)의 습합된 상징성과 통합된 도상의 영향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결탁된 여러 종교의 상징물들은 전통 사회의 모든 의례적 행사 즉, 일상생활은 물론 민족의 명절 행사나 정치, 사회의 질서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게 그려지고 애용되었던 것이다.
생각해보고 끝낼 것은, 순교純敎라는 권위주의 종교관에서 볼 때 무교, 불교, 유교, 도교는 그 발생 배경이 다르고 종교적 철학도 각기 달라 하나로 뭉쳐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종교는 사회집단의 공통된 감수성인 한국인의 소망과 믿음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 말하자면 인간 본능에서 요구되는 공통적인 소망을 염원하기 위해 통일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공통적인 소망이란 다름 아닌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욕구와 영생불사永生不死 즉, 오래 살겠다는 장생에의 집착 그리고 이와 같은 구복기원求福祈願을 방해하는 악귀들과 싸워야 하는 벽사사상을 말한다. 결국 민화는 한국적 종교가 지닌 혼합주의의 전형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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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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