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관장의 ‘짧은 글 긴 생각’ ㊷ 우리 민족 고유의 문배門排 풍습

글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민화 시원의 직접적인 갈래 하나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배門排 풍습이다. 즉 민화와 문배는 ‘문배→세화→민화’로 연결돼 서로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모든 것이 문門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나간다. 즉 문은 집안의 통로이자 집안의 상징이며 중요한 방어기능을 한다. 문배는 바로 이와 같은 문 즉, ‘공간’과 그 공간을 구역화하는 장치인 동시에 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일찍부터 우리 선조들은 집안의 재산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문앞에서 여러 가지 제의적 행위를 벌이거나 문에 특별한 사물을 설치해 왔다. 이는 오늘날에도 흔히 목격되는데, 마을 입구에 장승과 솟대를 세우는 것은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부정과 잡귀를 막고자 함이요, 당산나무와 마을 외진 곳에 신당을 지어 해마다 의례 행위를 벌이는 것은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출입하는 문에 닭이나 개의 피 등을 바르기 시작했으며 점차 닭의 머리[鷄頭]나 범뼈 등을 걸어두는 풍습으로 바뀌어 갔다. 또한 보조적으로 문 위 한곳에 엄나무 가지 다발, 빗자루, 복조리 등을 걸어두기도 했다. 엄나무 가지 다발을 걸어둔 이유는 잡귀가 굵은 가시가 촘촘하게 돋은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달아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빗자루를 걸어둔 이유는 집에 해가 되는 것이 들어오면 빗자루로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복조리의 경우 복만 걸러내고 부정과 잡귀는 빠져나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밖에 복숭아 가지, 버드나무 가지, 소나무 가지, 쑥다발 등을 문 위에 걸어두기도 하는데 이 역시 잡귀와 부정을 막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에서였다.
흥미롭게도 바다가 인접해 있는 어촌에서는 대문 처마에 큰 게를 매달아 두기도 했는데, 이는 게의 집게다리가 힘이 뛰어나기 때문에 들어오는 잡귀를 그 다리로 꽉 붙들어달라는 믿음에서였다. 또한 아기를 낳으면 문에 금줄(禁줄, 또는 人줄이라고도 한다)을 걸어 놓는데 이 역시 잡귀와 부정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 풍습이다. 즉 아이를 낳은 집 대문간에 새끼로 꼰 금줄을 걸어둠으로써 출생을 알리는 동시에 타인의 출입과 잡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책이었다.
생각해보면, 모두들 범뼈를 걸어 놓고 싶었지만 범뼈는 금값에 버금가기 때문에 이를 구하지 못하는 집에서는 엄나무 가지 다발, 빗자루, 복조리 등 다양한 보조적인 장치로 대신하였다. 그러나 범뼈만이 큰 효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범 그림이나 범에 관련한 글귀, 부적 등으로 대신하여 잡귀를 쫓고자 했다. 벽사 그림이나 글귀, 부적은 복을 빌기에 아주 편리하였기에 계속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그런 이유에서 잡귀를 물리치는 그림이나 부적, 글씨 등을 붙여서 악운을 쫓고자 하는 문배 풍습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생활 의례에 사용할 목적으로 병풍으로까지 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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