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감정위원의 고지도 읽기 ⑨
1872년 군현지도 : 지리가 아름다운 경상도 지도

《1872년 군현지도》에 수록된 경상도 지도는 해안가 고을의 자연 경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으며,
바위나 산형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산수화풍 지도들이 주목된다.

글 김성희(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한반도 동부의 남쪽에 위치한 경상도는 지형적으로 북쪽과 서쪽을 둘러싼 소백산맥을 경계로 다른 지방과 구분되고 동쪽과 남쪽은 바다에 접해 있다. 산줄기 사이로 경상도 지역의 가운데를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낙동강의 수많은 지류 주변에 발달한 크고 작은 분지에 경상도의 여러 고을이 형성됐다. 조선시대 경상도는 1895년 이전까지 모두 71개의 고을이 있었다. 낙동강 유역분지를 중심으로 산간 지대에 있는 고을[山邑]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지고 동해와 남해 연안에 자리한 고을과 도서 지역을 포함한 바닷가 고을[海邑]은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군사적 성격으로 중요하게 운영됐다.(도1) ‘경상慶尙’이라는 지명은 1314년(고려 충숙왕 원년)에 처음 불리어진 것으로 경주慶州와 상주尙州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1407년(태종 7)에 군사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낙동강을 중심으로 낙동강 동쪽을 경상좌도慶尙左道, 서쪽을 경상우도慶尙右道로 나누었다가 1896년(고종 33) 13도제가 실시되면서 행정구역을 남·북으로 분리하고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행정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1872년에 만들어진 경상도 고을 지도

경상도 각 고을의 지리적인 내용을 상세히 담은 읍지邑誌가 19세기 들어 여러 차례 편찬됐고 읍지에 수록된 지도 외에 단독 형태의 경상도 고을지도도 제작됐다. 1872년에 각 도별로 그려 올린 전국 고을지도를 모아놓은 《1872년 군현지도》(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가운데 경상도는 가장 많은 지도가 수록됐다. 경상도 71개 고을 중 경주부, 김해부, 대구부, 상주목, 성주목, 안동부, 울산부, 진주목, 창원부를 제외한 62개 고을의 지도와 산성, 목장, 진鎭의 지도로 구성된 경상도 지도는 하동부의 지도가 누락됐고 진지도 중에서 지세진, 거제장목포진, 옥포진, 조라포진, 적량진, 미조항진의 지도는 2점씩 그려졌으며, 여기에 경상도 지도첩에서 따로 분리해 족자 형태로 개장한 <삼천진지도>와 <통영지도> 2점까지 포함하면 모두 106점의 채색지도가 있다.
《1872년 군현지도》는 각각 낱장의 고을지도 뒷면에 표지가 붙어 접으면 하나의 첩帖이 되는 형태이나 경상도 지도는 한 권의 첩에 여러 점의 지도가 수록됐다. 경상도 지도첩은 모두 9권이며 첩 한권에 적게는 9점, 많게는 20점의 지도가 있다. 지도첩의 표지에는 좌측 상단에 ‘경상도지도慶尙道地圖’로 제명題銘을 쓰고 우측 상단에는 첩에 수록된 지도의 지역명을 적었다.(도2) 경상도는 동남쪽이 바다에 접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국경지역인 평안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진지도가 수록됐으며 이 지도들은 별도로 두 권의 첩으로 만들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은 조선은 이양선이 출몰하는 해안가 방어에 대한 정비가 시급했으며 동래부와 거제부, 통영, 남해현을 중심으로 진지도가 집중적으로 그려졌다.

1870년에는 바닷가 지역을 위주로 포군砲軍을 설치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경상도 해안 지역의 지도를 중심으로 병사들의 조총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된 화포청火砲廳과 포수청砲手廳이 확인된다. <가덕진지도>, <가배량진지도>, <영등진지도>, <구산진지도>, <남촌진지도>, <당포진지도>, <사량진지도>, <안골진지도>, <율포진지도>, <적량진지도>, <제포진지도> 등에는 군기고, 화포청과 포수청의 포군시설이 그려져 있어 국방과 치안을 위한 군사시설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다.(도3) 서양세력의 침략에 반대하는 투쟁 의지를 고취하고자 세운 척화비斥和碑의 모습도 <군위지도>, <산청현지도>, <선산부지도>, <예안현지도>, <의령현지도>, <의성현지도>, <인동부지도>, <진해현지도>, <칠곡부지도>, <함안군지도> 등에서 확인되고 척사비斥邪碑, 척사비각斥邪碑閣, 척양비斥洋碑, 양이척화비洋夷斥和碑, 양이비각洋夷碑閣의 이름으로 표시됐다.(도4) <거제부지도>, <영등진지도>, <지세진지도>, <경상좌수영영지도형>, <옥포진지도>, <울산서생진지도> 등에는 후선候船, 구선龜船, 병선兵船과 전선戰船 등 각종 선박의 모습도 확인된다.(도5)

높고 아름다운 산지의 지도

경상도 지도는 다른 도의 지도와 비교하여 표현 방식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산수화식 지도들이 주목된다. <기장지도>, <비안지도>, <영일현지도>, <영천군지도>, <선산부지도>, <사천현지도> 등은 경상도 지도 중에서 산수화풍으로 그려진 대표적인 지도들이며 표현 방식에 회화기법이 적극적으로 구사됐다. <기장지도>는 동남쪽 끝 해안가에 위치한 기장현을 그린 지도로 지금의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대에 해당한다. 산지와 바다가 강조되어 지도라기보다 그림처럼 보이는데 바다는 수파묘水波描로 거친 파도의 물결을 표현하고 산지는 먹의 농담과 바위 주름의 입체적인 산형 묘사로 해안가에 위치한 고을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회화적으로 강조했다.(도6)

<영일현지도>는 지금의 경상북도 포항시 연일읍, 대송면, 오천읍, 동해면 일대에 해당하는 동쪽 해안가 고을을 그린 것으로 영일迎日은 동해 바다에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지도는 고을을 내려다 본 조감도식의 구도로 고을의 경관이 한눈에 파악되며 실경산수화풍으로 산지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산은 피마준과 미점준을 사용해서 입체감을 살려 표현했으며 ‘ㅜ’자 형태를 반복한 소나무 숲의 묘사는 진경산수화의 전형적인 화법으로 구사됐다. 읍치는 원래 형산강 남쪽에 있었는데, 장마 때 수해를 많이 입기 때문에 1870년(고종 7)에 지대가 높은 북쪽의 대잠리大岑里로 이전했는데 지도에도 신읍新邑이라 표시하고 관청 건물들과 촌락을 구체적으로 그렸다.(도7)
<선산부지도>는 지금의 경북 구미시 선산읍, 해평면, 산동면, 도개면, 옥성면, 무을면, 고아면 일대를 그린 지도로 경상도의 내륙에 위치하며 동쪽의 낙동강과 서쪽의 감천甘川이 합류하는 하류지역에 넓은 분지형의 평야가 펼쳐지고 곳곳에 산지가 이루어져 있다. 산지는 산수화준법인 피마준이 도식적으로 사용됐지만 지형의 모습을 회화적 기법으로 실감나게 표현했다.(도8)

국방을 위한 군사시설의 지도

동래부는 동남쪽 바닷가에 있어 일본과의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동래부를 그린 지도는 《1872년 군현지도》에 수록된 지도 외에도 축 형식의 단독 형태로 <동래부산고지도>(국립중앙도서관 소장)와 <부산고지도>(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가 전한다. 이 지도들은 산형 표현에 구사된 준법의 필치가 정교하고 읍성, 산성, 진영의 묘사도 상세하여 화가의 숙달된 회화적 기량을 보여준다. 《1872년 군부분현지도》의 <동래부지도>와는 구도, 지형 표현방식, 지명의 내용이 유사하다. 경상도 지도에서 이처럼 산수화 준법이 적극적으로 구사된 것은 18세기 이후 화사군관 제도로 통제영統制營, 병영兵營, 수영水營 등 지방의 상급군영에 파견된 중앙 화원들에 의해 회화성이 높은 지도가 제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상좌수영에 소속된 화원은 화원이 배치되지 못한 주변 지역의 지도 제작도 함께 제작했다. 《1872년 군현지도》 중 <경상좌수영영지도형>, <부산진지도>, <개운진지도>, <두모진지도>, <다대진지도>, <서평진지도> 등은 진성鎭城, 전선戰船의 배치 현황, 관청 건물과 군기고, 화약고 등 군사적인 내용이 상세한 지도들로 모두 《1872년 군현지도》의 <동래부지도>와 유사한 화풍으로 제작됐다.

<전라좌도섬진진지도>는 지금의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있었던 진을 그린 지도이다. 섬진진은 지리적으로 전라도 광양현에 있지만 경상·전라·충청 3도의 수군을 모두 다스리는 통영삼도수군통제영이 관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방의 요충지로서 섬진진을 그린 지도는 경상도 지도첩에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 지도는 섬진진과 주변의 모습을 민화풍으로 묘사했는데 진촌鎭村은 풍수의 산도山圖처럼 산에서 뻗어 내린 맥세를 강조해서 독특하게 그렸다.(도9) 경상도 지도는 경상도 고을 지도뿐만 아니라 각 고을 군사지역의 지도를 별도로 그려 군사적 이용에 많은 비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호에는 《1872년 군현지도》로 본 전라도가 이어진다.


김성희 |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명지대학교 미술사학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겸임조교수, 한국고지도
연구학회 학술이사이다. 공저로는 《옛지도로 재현하는 경상도 상주》가 있다.
또한 고지도 칼럼 기고와 전시 자문 등을 맡았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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