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감정위원의 고지도 읽기 ⑦
1872년 군현지도 : 험준한 산지의 강원도 지도

《1872년 군현지도》에 수록된 강원도 지도는 표현방식이 다른 지역의 지도와 비교해 다소 거칠지만, 태백산맥에서 뻗은 주요 명산과 명승지가 회화적으로 묘사되어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강원도의 험준한 산세가 드러나 있다.

– 글 김성희(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강원도는 한반도 중부지방의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태백산맥이 치솟아 병풍을 둘러친 듯 동해를 접해 지난다. 함경남도 안변군의 황룡산 부근에서 시작하여 부산의 다대포에 이르는 태백산맥에는 금강산·설악산·오대산·계방산·함백산·태백산 등의 명산이 강원도 지역에 있다. 지형의 절반 이상이 험한 산지로 이루어진 강원도는 높고 굴곡진 산지가 동해와 함께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내고 조선 시대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비롯된 팔경八景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8곳의 명승지인 ‘관동팔경關東八景’을 이루었다. 관동팔경에는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평해의 월송정越松亭을 이르나, 월송정 대신 흡곡의 시중대侍中臺를 넣기도 한다. 강원도를 그린 지도는 대부분 강원도의 지형적 특색이 지도 제작에 반영됐다.

강원도의 험준한 지형을 드러낸 지도

<동국대지도>(보물 제1538호)는 18세기 중엽 정상기(鄭尙驥, 1678~1752)가 제작했다고 하는 우리나라 대형 전국지도의 원본에 가까운 지도다. 정상기는 백리척白里尺이라는 축척을 고안하여 전 국토를 일정한 비율의 축척으로 그렸고 다양한 기호를 사용하여 2,200여 개에 달하는 지명을 표시했다. 반면에 이러한 축척과 기호의 사용에도 전국에 펼쳐진 산맥들은 회화적 기법을 적용해서 녹색과 청록색을 칠해 입체감을 나타냈는데, 지금은 북한지역인 강원도 금강군·고성군·통천군에 걸쳐 펼쳐진 금상산 일대의 봉우리들은 흰색으로 색을 달리하여 일만이천봉의 바위 봉우리들을 강조했다.(도1)
18세기 후반 《팔도지도》에 수록된 <강원도관동지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강원도의 산지를 지명과 함께 독립적으로 그리고 녹색을 칠해 산이 많은 강원도의 지형적 특징이 드러나 있다. 특히 화면 상단부에 관북과 관서, 관동을 나누는 경계가 되었던 태백산맥에 뿌리를 둔 고산 철령鐵嶺 고개는 산수화처럼 표현했으며 금강산은 뾰족하고 높은 봉우리들을 그려 넣어 강조했다. 동쪽 해안가를 따라 관동팔경의 명승지 8곳 등도 표시되어 있다.(도2)
1872년에 만들어진 강원도 고을 지도에도 태백산맥에서 뻗은 주요 산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산형들은 전국지도나 도별지도에서 확인했던 방식과 달리 민화풍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지도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듯 자유롭게 그려져 있다. 《1872년 군현지도》(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에 수록된 강원도 지도는 다른 지역의 표현방식과 비교하여 다소 거칠지만 강원도 사람들이 느꼈던 강원도의 험준한 산세가 드러나 있다.

1872년에 만들어진 강원도 고을 지도

1872년 강원도 지역은 지금보다 좀 더 긴 모양으로 현재 경상북도에 포함된 울진, 평해 지역이 조선 시대의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에 포함되어 있었다. 전국 각 군현의 지도를 모아놓은 《1872년 군현지도》에 수록된 강원도 지도는 26개 고을의 지도 26점과 삼방진, 삼척진을 그린 진영지도 2점을 포함한 채색지도 28점이다. <울진현지도> 표지에 ‘동치십일년사월同治十一年四月’이 표기되어 있어 제작 시기가 1872년(고종 9) 4월임을 보여준다. 1872년 강원도지도의 내용은 산과 하천을 중심으로 읍치邑治, 사찰寺刹, 면面, 리里, 동洞, 산성山城, 령領, 치峙, 봉대烽臺, 진津, 포浦, 창倉, 장시場市, 역驛, 향교鄕校 등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지역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강원도 지도 28점을 모두 펼쳐보면, 지도마다 표현 양식이 다르고 그려진 방식도 다른 지방의 고을 지도에 비해 많이 거칠다. 표현의 특징을 살펴보면, <간성지도>, <김화지도>, <안협현지도>(도3), <양구지도>, <울진현지도>, <정선지도>, <철원구방지도>는 산과 하천이 모두 푸른색 안료로 채색되었고, <삼방진지도>와 <평강지도>는 산과 하천을 엷은 담먹으로 동일하게 칠해 구분하지 않았다. <강릉부지도>(도4), <고성지도>, <삼척부지도>(도5), <삼척진영지도>, <평해군지도>는 동해와 접하고 있어 산과 하천이 바다와 같은 푸른색으로 채색됐다. 이러한 방식이 지도를 제작할 당시에 채색 안료의 종류가 부족했던 탓인지 강원도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산과 물을 같은 색으로 채색한 지도가 강원도 지도에서는 무려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지방지도와 구별되는 강원도지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개성적인 산형 표현의 강원도 지도

1872년 강원도 지도는 채색 방식뿐만 아니라 산을 그린 방식에서 개성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산형의 묘사 방식에 따라 산봉우리를 단순화해서 이어 그리거나 회화적으로 자유롭게 그려내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회화적 방식에서 민화풍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표현이 확인된다. 특히 <통천지도>, <평창군오면지도>, <양양읍지도>는 회화적 표현의 장점을 살려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려했던 부분이 엿보인다.
<통천지도>의 우측면에 그려진 총석정은 강원도 통천에서 동해변을 따라 동북쪽으로 7㎞쯤 올라가면 고저읍 총석리 바닷가에 있는 누정이다. 바다 위에 빽빽하게 솟아 있는 돌기둥[叢石]에 세워 총석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총석들은 현무암이 오랜 세월 비바람과 파도에 부딪혀 그 면들이 갈려져 떨어지면서 6각형이나 8각형 등 여러 가지 모양의 돌기둥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총석정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이곳의 절벽과 바위가 신기하고 아름다워 이곳을 ‘통천금강通川金剛’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총석정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고송유수관 이인문 등 조선 시대 이름난 화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그려진 소재이고 1920년경 해강 김규진이 창덕궁 희정당 벽에 부착할 부벽화를 제작할 때 선택한 소재이기도 하다. <통천지도>에는 <총석정도>에 표현된 것처럼 빽빽하게 솟아있는 현무암의 돌기둥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도6)

<양양읍지도>는 화면의 위쪽 중심에 그려진 설악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의 흐름을 동글동글하게 굴려가며 빠른 필치로 그렸는데, 산과 산이 이어지는 산맥을 율동감 있게 표현한 필선이 독창적이다. 산세를 빠르고 유연한 곡선으로 단순화해서 그리면서도, 험준한 산악은 뾰족한 암봉의 특징을 살려 표현했다. 특히 천후산天吼山(울산바위)과 와선대臥仙臺 계류를 따라 올라가는 비선대飛仙臺의 험준한 암봉의 형세가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 이전의 전도나 도별지도 등 양양을 그린 지도에서 강조되지 않았던 설악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민화적 화풍으로 좀 더 실감 나게 표현됐다.(도7)
설악산은 수려한 산세 탓에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에 우뚝 솟아있는 설악산은 웅장하게 다가왔다. 양양은 현재도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마을을 둘러싼 설악산이 유달리 크게 보인다. 강원도 속초시의 북서쪽 외설악에 위치한 바위산은 거대한 바위가 마치 울타리를 친 것과 같아 울산 혹은 이산이라고 불렸고, 또 산중에서 큰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다고 표현하여 천후산으로도 불렸다. 지도에는 울산바위의 험준한 산세를 독립시켜 실제의 형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주변 산줄기의 곡선과는 대비되게 짧은 선을 수직으로 촘촘하게 그어서 묘사했다.(도7-1) 신흥사 뒤로는 와선대의 너럭바위와 비선대의 봉우리가 강조되어 있다. <양양읍지도>에서 산형의 특징이 강조된 묘사 방식은 지역의 현장성을 전달하면서도 당대 사람들의 땅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었다. 강원도지도의 개성적인 표현에서 지역의 지형적 특성이 엿보인다. 다음 호에는 《1872년 군현지도》로 본 충청도가 이어진다. 〔계속〕


김성희 |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명지대학교 미술사학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겸임조교수,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학술이사이다.
공저로는 《옛지도로 재현하는 경상도 상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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