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갤러리오매 초대전

한 땀 한 땀 기도하는 마음으로

김민성 작가에게 자수는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간절한 염원이 한데 모여진 삶 그 자체이다.
마치 수를 놓듯, 종이에 색실을 한 올 한 올 그려넣으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그는 오는 3월 갤러리오매에서 초대전을 통해 한층 진일보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자수刺繡를 그대로 옮겨온 듯, 종이 위에 베풀어 놓은 색실의 향연이 새봄처럼 화사하다. 향낭, 복주머니, 베갯모 등 전통 자수품을 주제로 작업해온 김민성 작가가 오는 3월 갤러리오매에서 초대전을 열고 신작을 대대적으로 공개한다. 2020년 동덕아트갤러리 초대전 <삼인삼색> 이후 3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그간 내면을 거듭 들여다보며 성찰해왔던 시간의 값진 산물이다. 김민성 작가는 누군가의 소망이 성취되고 복을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수를 그려오곤 했는데, 문득 붓을 든 스스로는 ‘마땅히 복을 받을 만큼 성실한가, 떳떳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즐겨 그리는 복주머니에는 소망이 담기지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염원을 담을 텐데, 정작 이를 그리는 저는 소원하는 복을 받을 만큼 정직하게 노력했는지 되묻게 되더군요.”
작품의 특징은 ‘강박적’이라 자평할 만큼 디테일이 세밀하다는 것. 그 이유에 대해 김민성 작가는 작업 과정을 삶과 맞닿은 수행이자 기도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수를 그린 화폭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녹아있어요. 첫 한 땀을 그릴 때는 현재였던 것이 두 번째 땀을 뜨는 순간 과거가 되고, 세 번째 땀을 뜨는 순간 새롭게 현재가 생겨나니까요. 삶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과거는 오랜 옛날, 미래는 훨씬 뒤의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고 봐요. 현재에 충실해야 원하는 미래가 오겠지요.”
대표작 <2022_03>은 영친왕이 소장했던 향낭을 모티프 삼아 그린 작품이다. 금사로 수놓은 길상문부터 술의 가닥가닥 실감나게 표현했다. 여기서 술은 ‘관계’를 의미한다. 엉키지 않은 그 모습처럼 상호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관계야말로 만복의 중심이라고 여기기 때문.


김민성, <2022_03>, 2022, 한지에 안료, 93.5×113㎝



과거에는 행복의 요건 1순위를 ‘지혜’로 여겨 지혜를 상징하는 흑색으로 바탕을 처리했지만 신작에서는 흑색을 걷어내고, 밝은 바탕에 옅은 길상문을 그려 넣음으로써 비단의 질감을 연출하고 도상 속 ‘관계’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을 표현한 자수 3층장 작품도 선보인다. 딸을 낳으면 마당 앞에 오동나무를 심었다가 혼인 때 이를 베어 정성스레 자수장을 만들었다는 선조들의 이야기에 착안, 깊은 가족애를 한 땀 한 땀 녹여냈다. 삶 속 다양한 관계를 통해 매 순간의 행복을 발견하고, 또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전시에서는 자수의 외형적 질감과 특질을 치밀하게 재현함으로써 극사실주의적 면모를 부각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도상마다 개별적 의미와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한층 진일보한 서사를 선보이는 셈.
한편, 김민성 작가는 제17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최우수상, 제40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재위원장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3회의 개인전과 2회의 초대전을 개최했다. (사)한국민화협회 회원, (사)국가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회원이며 인사동에서 화실을 운영 중이다. 스스로의 복주머니에 “사랑으로 베푸는 관용과 어떠한 상황도 기꺼이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채워가고 싶다는 김민성 작가. 올올이 빚어낸 그림마다 기꺼이 이뤄질 그의 소망이, 또 우리의 소망이 다복하다.

3월 20일(월)~3월 26일(일)
갤러리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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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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