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지 민화부티크 초대전 – 민화에 담은 일상의 유희

‘욜로(YOLO)’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김달지 작가는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민화의 주제의식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민화부티크 연말 초대전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최근작을 공개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김달지 작가는 더 이상 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누구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신작을 통해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치환했다. 지난 12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 서울 익선동의 갤러리카페 민화부티크 초대전에서 대표작 <호접지몽> 시리즈와 신작 <욜로일월도> 시리즈를 함께 선보였으며,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놀고, 웃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왕도 누구에게나 단 한번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품경향의 변화는 시대의 단면뿐 아니라 작품관의 재정립을 암시했다.

소진되지 않는 삶, 민화로 은유하다

현대인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자유롭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김 작가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 전작과 달리 힘을 빼고 작업 과정을 즐기면서 <욜로일월도>를 제작했다. 더불어 작품에도 행복을 쫓아 삶을 능동적으로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10년 전에 문선영 선생님을 만나 민화를 배우고 창작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더 정밀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옭아매더라고요. 행복을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자괴감에 빠진 모습은 모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풋에 집중하기로 했고, 2년간 마누스 아트스쿨을 다니며 여러 가지 회화재료기법을 배웠어요. 아트스쿨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죠. 생활이나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 김 작가는 친환경재료인 젤라틴을 판으로 만들어 판화 작업을 하면서 자유로운 드로잉과 감정의 직관적인 전달을 경험했고, 판화 기법의 우연성을 민화에 도입했다.
“견고한 목판이나 석판과 달리, 물렁하고 부드러운 젤라틴을 성형해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판화지에 찍어내면 판은 금방 망가지고 결과물의 반 이상은 휴지통으로 들어가요.(웃음) 하지만 <호접지몽>처럼 붓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젤라틴판화로 완성된 <욜로일월도>는 행복의 비결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취미나 여가로 일상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왕도 부럽지 않으니까요.”
<호접지몽>과 <욜로일월도> 연작은 소재와 주제, 제작 기법 등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둘 다 그녀가 민화를 현대의 삶과 어울리는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결과다. 이번 전시는 작가만의 자유로운 발상이 돋보이는 동시에 섬세함과 단순함이 대비를 이뤄 작품세계의 변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기존작과 다른 새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달지 작가는 관념의 세계를 작품에 구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