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을 투영한 미디어아트 작가 이돈아

지난 3월부터 서울 코엑스(COEX)와 SRT-수서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예술로 위로를 건네고자 이돈아 작가의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그녀는 미디어를 활용하고 민화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길상적 메시지를 전한다.

–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우리는 때로 꿈속에서 현실에 있는 존재의 표상을 보곤 한다. 표상은 길상성을 띨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나 문양 등에서 형상화된 이미지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특히 민화의 도상들은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공유해온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돈아 작가는 길상적 도상과 개인적인 꿈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투영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 덕분에 민화가 작품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 Time and Space > 2015, lenticular, 99×70㎝



“저는 동화나 소설에 나오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상상을 즐겨 하던 소녀였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고 가족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쌓여만 갔고, 예전에 함께 살던 집에 전통 공예품과 조선 시대 화첩이 많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했죠. 저에게 민화는 추억과 그리움의 상징이었어요.”
이 작가는 꿈 많은 어린 시절과 집이라는 ‘그때 그곳’에 대한 기억을 ‘민화’를 매개로 소환해냈다. 추억과 꿈을 붙잡고 싶은 절박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족과 연결되는 듯 느꼈고,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상은 사람들 인식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민화를 소재로 비구상 작업을 하던 그녀는 감상자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직관적으로 사유하기를 원했다. 이돈아 작가에게 꿈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지만, 이상을 실현하는 환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욕망이 표출된 꿈의 이미지에 존재의 진실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도 다시 꿈꾸는 존재로서 자아를 세워야만 했다. 2004년 미국 뉴욕의 SVA(School of Visual Art) 연수를 마치고 첫 개인전을 치른 것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 Space Odyssey > 2020, single channel video, 3’02”
– 책가도에 책뿐만 아니라 화려한 기물이 많이 그려진 것은 소유물을 통한 권력의 과시와 욕망의 투영으로도 해석된다. < Space Odyssey >는 책가도가 분할된 채 움직임을 갖게 되고, 현재를 상징하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만나 욕망이 가득 ì°¬ 빌딩으로 바뀐다. 또 화면에 등장하는 모란과 무궁화, 나비 등은 상징성을 갖고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킨다. 진화된 욕구가 새로운 시대의 부흥을 예고한다는 주제를 비유한 영상작품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음침한 작업실에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불안이 거듭 저를 무너뜨렸죠, 그래도 결코 넘어질 수 없었어요. 제 자신을 견고한 콘크리트 빌딩을 닮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투영해 그림 속에 세우면서 버텼습니다. 그것은 프레임처럼 형태가 단순했지만 저만의 도상이었고, 현실을 버티게 하는 부적이 되어 주었어요.”
이 작가는 2005년 뉴욕에서 기하학적 도형으로만 구성된 작업으로 <여기 지금(Here Right Now)> 전시를 열었고, 이후 민화를 소재로 끌어들여 환상의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부적 같은 힘을 발휘한 기하학적 도형은 민화가 품은 길상성과도 연결됐다. 점차 옛 사람들이 품은 소망과 자신의 소망이 일치되는 현상을 목격한 그녀는 꿈꾸는 과정과 꿈 자체를 투영하는 수단으로 작업을 이끌어갔다.

<花鳥圖-Time and Space> 2014, mixed media, 72.8×91㎝



<榮華-Time and Space> 2018, acrylic on canvas, 65.1×90.9㎝

미디어아트로 시공간을 넘나들다

이돈아 작가는 민화의 도상을 해체하여 개인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현재를 상징하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혼합해 유동적인 시공간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면에서 민화는 화조도, 연화도, 책거리 등 다양한 화목으로 등장하며, 기하학적 도형은 육면체, 사각형, 액자, 빌딩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화여대에서 시청각교육을 전공한 그녀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라이트 캔버스, 영상, 렌티큘러(Lenticular), 미디어파사드(Media Façade) 등 미디어 작업을 활발히 해오면서 미디어아트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모든 작업에서 회화가 우선이며, 매체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른 시각적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회화의 이미지는 디지털화를 거쳐 영상의 이미지가 되고, 영상의 한 장면이 회화로 재현되기도 합니다. 2년 전 <조선시대 꽃그림 : 민화, 현대를 만나다> 전시에서 선보인 화조도 영상 속 이미지도 회화에서 나온 거죠. 시대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자극을 받으며 좀 더 자유롭게 매체를 활용하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녀는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의 변화, 여러 차원의 공간과 무의식의 공간을 다루며 ‘Time and Space’라는 주제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길상적 메시지의 전달한다. 최근에는 민화를 시간 여행 이상의 정신적 유대감을 주는 대상이라고 여겨 유명 작곡가 김형석과 협업하며 ‘Time Odyssey’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통계, 프로그래밍과 회화를 접목한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신작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이돈아 작가가 월간<민화>의 기획전 <화조도 Today>에서 선보일 새로운 투영 방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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