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자연염색을 연구한 현대미술작가 이승철 –
“한국적인 그림, 고유의 색부터 다뤄야”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종이와 염료를 연구한 세월이 어느덧 30년을 넘었다. 오래도록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색을 어떻게 해야 낼 수 있는지 궁금했고, 전통 색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현대적 미감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최근 성북선잠박물관에서 자연염색 비단 작품을 선보이는 이승철 작가의 이야기이다.


민화 작가들 대부분은 오방색에 매료되어 그림을 배우지만, 정작 전통 색과 안료에 대해 잘 알고 사용하는 작가는 드물다. 물론 자연염색 기법이나 바탕재의 실험을 통해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전통안료는 값싼 화학안료로 대체되어 맥이 끊긴지 오래고, 전통채색에 대한 기록이나 연구 결과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에 근거한 현대미술’을 위해 30여년 동안 한지와 자연염색에 천착해 결과물을 집약한 이승철 작가의 전시 <선잠·비단·한국의 자연색>이 서울 성북선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의 취지는 한마디로 전통 색에 대한 경험이에요. 어렸을 때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던 것처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색을 보고, 만지며 아름다움을 느끼길 원합니다.”
관람객들은 4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치자, 홍화, 쪽 등을 전통방식으로 염색한 우리 고유의 색 표본과 ‘거울 방’에 마련된 자연염색 비단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선잠제(조선시대 양잠을 장려하기 위한 제례)와 선잠단의 가치를 되살리는 곳에서 개최되어 의미가 남다르다.

좋은 그림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이승철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간송미술관 상임연구위원, 동덕아트갤러리 관장 겸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부터 초대전 및 단체전을 다수 진행했고, 일본과 뉴욕, 프랑스 등 해외에서 개인전을 치렀다. 또한 2017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2018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 중앙연구소(ICPAL)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가해 우리의 한지와 자연염색 기법을 소개했다. 그는 어떻게 자연염색 기법을 연구하게 되었을까?
“대학 때부터 그림에 영향을 주는 재료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전통 색이 제 작품 안에도 깃들어 있기를 원했죠.간송미술관에서 전통 미술재료학을 연구하면서 그동안 그린 그림이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밑바탕 재료를 잘 알고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양평 농장에서 염료를 재배하고, 재료와 기법을 연구했지만 아는 만큼 작품으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자연염색한 천들이 팔리지 않아 직접 한복을 만들어 입고 다녔다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10년 전부터 비단 설치미술 작업을 시도했고, 전통 색 기준을 정립해 300여 가지의 한국의 자연색 표본집을 만들었다.

한국의 자연색을 담은 민화

자연염색의 재료는 매염을 해야 색이 짙게 나오고 변색되지 않는다. 염료에 여러 색소가 섞여 있어 매염제에 따라 오방간색 같은 다양한 색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백반이나 철 등 매염제를 잘못 사용하면 색이 빠져 그림이 망가지기도 한다. 호분에 염료를 염착시킨 안료로 그림을 그릴 때 먼저 염료에 대해 알고 쓰면 아름다운 색과 작품의 가치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인공물감으로는 전통 색을 오롯이 표현할 수 없을뿐더러 쉽게 변색된다는 이승철 작가. 자연색으로 그려낸 우리 민화가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꾸길 기대해본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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