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차근차근 ⑮ 민족의 용맹한 기상 드러낸 그림, 수렵도와 호렵도 그리기

호렵도
수렵도와 호렵도 그리기

드넓은 들판에서 말을 타고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수렵도狩獵圖와 호인胡人들의 사냥 장면을 그린 호렵도胡獵圖. 수렵도는 단순히 사냥하는 장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활달하고 힘찬 민족성을 담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산수의 표현과 원근법을 통한 입체감, 활기찬 동세를 모두 표현하는 그림인 만큼, 완숙한 필력이 요구되는 그림이다.

성립 과정과 상징

우리나라 수렵도는 삼국시대 고분벽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려 31대 공민왕(1330~1374)이 그린 <음산대렵도陰山大獵圖>가 현전하고 있다. <음산대렵도>는 광활한 강토에 호쾌한 광경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밖에 신라시대 솔거가 그린 천산대렵도가 조선시대까지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시대 정조의 군사정책 중 기마전술 확대와 맥을 같이하여 자비대령화원 녹취재의 시제로 출제되었다. 또 19세기에 활동한 학자 조재삼(1808~1866)이 엮은 《송남잡지》에는 호렵도를 처음 그린 사람이 단원 김홍도(1745~1806)라고 기록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박물관에는 김홍도가 그린 높이 2m, 폭 45cm인 그림이 전한다. 19세기에 그려진 작품을 보면 필력과 수묵담채의 산수표현, 근경·중경·원경으로 갈수록 작게 묘사된 인물표현과 공간감,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구현한 장식성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수렵도와 호렵도는 용맹의 표본으로 군사시설이나 무관이 거처하는 시설에도 장식용으로 사용되었으며, 호렵도 병풍을 쳐놓으면 집안에 잡귀들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어 벽사용으로도 사용되었다. 외적의 침략에 시달리던 민족으로서는 산과 들을 바람처럼 달리면서 야생의 짐승들을 뒤쫓는 씩씩한 모습이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리라 생각한다.

호렵도의 배경

호렵도는 한자로 ‘虎獵圖’ 또는 ‘胡獵圖’라고 표기한다. 전자는 ‘범 호虎’ 자를 사용하여 호랑이를 사냥하는 그림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오랑캐 이름 호胡’ 자를 써서 호복 차림의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라고 이르기도 한다. 대륙을 점령한 몽골이 원나라를 세우고 중국 북방의 음산(만리장성의 북방 일대에 동서로 길게 뻗은 산맥)에서 무력을 과시하기 위한 시위를 자주 벌였는데, 이를 계기로 원의 지배력을 상징하기 위한 사냥 그림이 창안된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워 중원을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 기사수렵이라는 교훈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즉 청나라의 황실, 왕공, 귀족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호렵도의 기원으로 추정된다.

호렵도 그리는 법

수렵도와 호렵도는 산수를 배경으로 다양한 동세의 인물과 동물을 그려내야 하므로, 과감한 수묵의 표현부터 세밀한 필선과 색채의 사용, 동물과 인체에 대한 이해 등 종합적인 이해와 능력이 필요한 그림이다. 인물과 말의 표현이 다채로울 수 있도록 색을 잘 이해하고 다양하게 채색하는 것이 좋다. 호탕하고 쾌활한 무인들의 기세가 느껴지는 그림, 호렵도를 그려보자.

1. 스케치(데생)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호렵도를 팔분할법으로 1폭~8폭 또는 10폭을 연결해서 스케치를 한다. 먼저 전체를 파악한 후 큰 형체부터 스케치를 하고 서서히 세밀한 곳을 스케치하여 화도(밑그림)을 만든다. 인물을 먼저 그리고 말과 동물을 그린다. 인물, 말, 동물을 그릴 때 먹은 농묵으로, 붓은 세필로 운필한다. 인물에서 얼굴과 손은 주색과 먹색을 섞은 후 세필로 운필한다. 산수 배경을 피마준이나 난마준으로 운필한 다음, 골짜기를 대미법이나 소미법으로 표현한다. 산과 바위는 점을 옆으로 긋듯이 그려 표현한다. 나뭇가지는 2수 교형이나 3~5수 교형을 녹각법으로 그린다. 나뭇잎은 개자점, 호초점, 대혼점, 북원수법, 오중수법, 단풍점을 산수필로 그린다. 풀은 수초점으로 운필한다.

호렵도 (스케치)

2. 아교 포수

아교포수는 물2/3, 아교1/3을 섞어서 중탕한 후, 식혀서 한다.

호렵도 채색하기

1. ë°°ê²½

산과 바위는 준이 없는 곳에 황토 + 주색 + 먹색을 섞어 담채로 바림한다. 골짜기는 감색으로, 먼 산도 감색으로 바림한다. 물은 선이 많은 곳에는 감색으로 넓게 바림한다. 지당의련법으로 선을 그린 곳에 감색으로 덧선을 그려준다. 풀도 감색으로 바림하고, 대자색을 선을 다시 겹쳐 그린다. 나무는 대자색으로 양 옆을 바림한다. 나뭇잎은 단풍점, 개자점, 호초점, 소찬취점, 묵원수법점, 오중수법점, 대혼점, 수등점을 황색을 묻힌 붓으로 그리는데, 붓 끝에 주홍색, 녹청색, 군청색을 묻혀서 그린다. 그리는 방법은 몰골법과 구륵법으로 그린다.

2. 인물

남자의 피부색은 황색을 더 섞고, 여자 피부색은 백색을 더 섞는다. 남자 피부색은 황색 2/10 + 주색 1/10 + 백색 7/10을 잘 섞어 손과 얼굴을 채색한다. 여자 피부색은 황색 1.5/10 + 주색 1/10 + 백색 7.5/10을 섞어 채색한다. 이마, 볼, 손은 주색에 먹을 약간 섞은 색으로 담채로 하여 바림한다. 눈썹, 눈을 일자형식으로 하되 약간 반달처럼 곡선으로 그리고 눈동자는 양쪽을 똑같이 농묵으로 점을 찍는다.

3. 깃발

청색 바탕으로 된 깃발은 주홍색으로 외곽을 채색하고, 연지색으로 바림한 다음 덧선을 그린다. 주홍색 바탕으로 된 깃발은 황색으로 외곽 채색하고 주홍색으로 바림한 다음 덧선을 그린다. 동그란 깃발은 가운데 군청색 바탕색을 채색하고 중간에 주홍색으로 채색한다. 외곽 테두리는 선을 굵게 긋고 울룩불룩 한 곳 가운데에 백점을 찍는다.

4. 인물 옷

주홍색 상의에 바지는 군청색, 녹청색, 연두색으로 그리고 먹으로 바림한다. 군청색 상의에 바지는 홍색, 연두색으로 바탕칠하고 연지와 먹으로 바림한다. 녹청색 상의에 바지는 주홍색 바탕으로 하고 연지색으로 바림한다. 연두색 상의에 바지는 주홍색, 군청색 바탕으로 하고 연지색과 먹색으로 바림한다. 소매는 각각 주홍색과 군청색으로 바탕칠하고 연지색과 먹색으로 바림한다.
※바탕색 채색과 바림이 끝난 다음 백색, 연두색, 분청색으로 무늬를 그린다.

5. 말

말은 백마, 적토마, 흑마, 갈색 말이 있다. 각각 백색, 붉은색, 검은색, 갈색을 말의 등, 다리 쪽으로 채색한다. 각 말의 배와 다리 뒤쪽에는 백색으로 바림한다. 얼룩말은 중간바탕색보다 더욱 진하게 얼룩점을 그려준다. 말 안장은 주홍색, 황색, 군청색, 연두색, 연지색 바탕에 채색하고 바림한 다음 무늬를 그려준다. 말 끈은 주홍색, 군청색, 녹청색을 채색하고 흰 점이나 황색 점으로 촘촘히 점을 찍는다. 말 꼬리 쪽 받침 안장은 항상 주홍색이며, 연지색을 바림하고 덧선을 그린다. 말 발굽은 중묵으로 앞쪽이나 뒤쪽에서 절반쯤 바림한다.

호렵도에 사용되는 의상과 말 안장 문양

▲호렵도에 사용되는 의상과 말 안장 문양

6. 기타 동물

호랑이와 사슴은 연한 대자색으로 바탕색을 채색한다. 산돼지와 토끼는 회색으로 바탕색을 채색한다. 여우, 늑대, 오소리, 기타 동물은 진한 대자색으로 바탕색을 채색한다.

※등은 진한 대자색으로 다시 바림하고, 배와 다리 뒤쪽에는 백색으로 바림한 다음 진한 대자색으로 털을 그려준다.

빠진 곳이 없나 확인하고 완성한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설명했던 각종 묘법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림에 따라 사용되는 기법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운필방법은 수시로 복습하여 익히도록 하자.

 

글·그림 : 박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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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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