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차근차근 ⑩하늘에 사는 관념 속 닭의 모습 황계도

황계도 완성
황계도

중국 서한西漢에서 살았다는 동방삭東方朔이 지었다는 책, 《신이경神異經》에는 첫닭(옥계)이 울고 두 번째 닭(금계)이 울고 세 번째 닭(석계)이 울고 나면 온 세상의 모든 닭이 같이 울어 귀신이 도망가고 날이 밝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친숙한 가축이기도 한 닭의 이면에는 천상세계와 지상계를 잇고 새날이 밝았음을 알리며 귀신을 쫓는 영물로서의 면모가 있다. 황계도를 그려보자.

새로운 날의 시작을 알리는 영물, 닭

황계도황계도에서 닭은 사실적인 동물로서의 닭이 아닌 봉鳳의 모습으로 그려진 수탉이다. 이는 곧 관념상의 천계天鷄를 그린 것이다. 닭은 태양과 밀접한 관계로 그려졌다. 해가 뜨는 것을 알려주는 새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왕이었던 김알지가 흰 닭이 우는 숲 속의 금궤에서 발견되었다고 하고, 박혁거세의 부인 알영은 닭의 부리를 달고 태어났다고 전해질 정도로 우리 신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만물이 잠든 새벽에 동이 틈을 알리기 위해 우렁차게 회를 치며 우는 수탉을 백금百禽의 왕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계도는 선비의 사랑방에 놓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우는 닭처럼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해 닭 벼슬 같은 관을 쓰고 입신양명해서 부귀공명을 누리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닭의 볏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계두화, 계관화라고 불린 맨드라미와 닭이 함께 그려진 화조도는 관 위에 관을 더함, 즉 관직에서 더 높은 벼슬에 오르길 기원했다. 병아리를 돌보는 닭은 자손의 번창과 번영을 바라는 의미로 그려졌다. 또, 닭은 어둠과 삿된 것을 쫓는다고 해서 정월 초하룻날 대문에 닭그림을 붙여 집안에 액운이 들지 않기를 바라는 풍습도 있었다. 닭의 피에 영묘한 힘이 있다고 해서 전염병이 돌 때, 귀신을 쫓기 위해 닭의 피를 닭이나 벽에 발랐다고도 한다.

황계도 그리는 법

황계도는 국화와 단풍이 흐드러진 가을 언덕을 배경으로 그려져, 9월부터 작업하기 좋은 그림이다. 과감한 구도의 바위 절벽과 물가가 작품의 묘미를 더한다. 봉황의 기개에 맞먹는 황계를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새인 오리와 기러기, 수중생물인 옥잠화를 묘사해 작품에서 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필자는 배경에 더욱 과감한 색감을 사용해서 관념 속의 세계를 표현했다.

1. 그리기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황계도를 팔분할법으로 스케치하고 화도(밑그림)를 만든 다음 한지를 위에 놓고 먹으로 본 작업을 한다.
닭(황계), 오리, 기러기, 단풍나무, 바위, 구름, 국화, 옥잠화, 난초같은 잎 순으로 그린다.
아교포수는 물 2/3와 아교 1/3을 잘 섞어서 중탕한 후, 식혀서 한다.

황계도 초본

▲황계도 초본

2. 채색하기

바위는 세 가지로 채색한다. 우선 군청 2 + 먹 1 + 백색 7을 섞어 만든 분청색에 먹을 섞어 바위 전체를 채색한다. 바위의 골 패인 곳은 군청과 먹색을 섞어 바림한다. 붉은 대자색 바위는 주(홍색) 7 + 백 2 + 먹 1을 섞어 바탕을 채색하고 군청과 먹색을 섞어 골패인 곳을 바림한다. 연두색 바위와 바닥은 황록(연두색) 바탕을 채색하고 군청과 먹색을 섞어 바림한다.

태점은 연두색으로 바탕을 채색하고 군청색으로 연두색 바탕이 칠해진 곳에 점을 생김대로 찍는다. 주위에 백색의 작은 점을 빙 둘러 찍어준다.

구름은 주(홍색)와 백색을 섞어 담채로 바탕 채색하고 그 위에 금가루를 흩뿌린다.

호수의 물은 분청색으로 전체 바탕을 채색하고 호수의 끝쪽으로 중묵을 써서 바림한다.

단풍나무는 나무와 잎, 태점을 나누어 진행한다. 나무는 바위에 칠했던 분청색으로 바탕을 채색하고 군청색으로 나무결의 골이 패인 부분을 바림한다. 단풍잎은 전체의 3/4은 붉은 단풍으로 주(홍색)를 농채로 채색하고 나머지 1/4은 황색, 녹청색을 사용해 농채로 채색한다. 태점은 바위에 찍는 태점과 같은 방법으로 한다.

국화와 백일홍 채색은 다음과 같다. 흰 꽃은 황색 바탕에 백색을 진하게 하여 바림하고, 붉은 꽃은 주(홍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바림한다. 바림을 다 하면 연지색을 농채로 해서 덧선을 그려준다. 꽃심은 황색 바탕에 연지색 점을 찍어 표현한다. 잎은 녹청으로 절반쯤 바탕을 칠하고 황록(연두색)으로 절반쯤 바탕색을 채색한다. 농묵으로 가운데 선을 긋고 양 옆을 안쪽으로 쓸듯이 해서 잎맥 선을 긋는다.

옥잠화는 녹청으로 진하게 바탕색을 채색하고 가운데 잎맥은 농묵으로 단선을 긋는다. 가운데는 흰 점을 4개 찍는다.

난초처럼 생긴 잎은 진한 녹청색으로 절반쯤 바탕색을 채색하고 백록색으로 나머지를 채색한다. 가운데 흰 선을 그어준다.

대나무는 녹청으로 바탕색을 채색하고 농묵으로 외곽선을 긋는다. 잎 가운데 흰색 선을 긋는다.

닭(황계)은 머리와 턱 벼슬, 눈 주위에 주(홍색) 바탕을 칠하고 연지색으로 바림한 후 농채로 연지색 덧선을 그려준다. 몸과 꼬리는 녹황색 바탕에 백색으로 깃털을 하나하나 바림하고 중묵으로 덧선을 그린다. 다리는 황색으로 채색한다.

기러기의 머리는 농묵으로 채색한다. 2마리는 등을 백 9 + 군청 1을 섞어 바탕색을 채색하고 나머지 2마리는 황색으로 칠한다. 깃 부분은 앞쪽에 연두색 바탕에 녹청색으로 선을 긋고 뒤쪽에는 하늘색 바탕에 군청색 선을 긋는다. 배는 백색으로 채색한다.

오리는 머리를 백색으로 바탕색을 채색하고 감색으로 흐리게 해서 점차 바림한다. 등은 황색으로 바탕색을 칠하고 주(홍색)로 털을 선처럼 그린다. 등깃은 앞쪽에는 황록색을 채색하고 녹청색으로 덧선을 그린다. 뒤쪽에는 분청(하늘색) 바탕에 군청으로 덧선을 그린다. 다리는 주(홍색)로 채색한다.

황계도 채색과정

▲황계도 채색과정

 

※ 닭, 오리, 기러기의 눈동자는 황색 바탕에 농묵으로 동그랗게 찍어준다.

 

글·그림 : 박수학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