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차근차근⑯ 옛이야기 속 인물들이 주는 교훈, 고사인물도 그리기

제자 전정식作

▲제자 전정식作

고사인물도 그리기

옛이야기나 소설 속의 여러 인물 가운데 후세에 길이 회자되는 인물들은 고결한 인품과 본받을 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인물들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알 정도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림으로도 숱하게 그려졌다. 민화에서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황, 소재들을 그리되, 어리숙하고 친숙하게 그려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고사인물도를 그려보자.

교훈적인 고사인물도의 제작 배경

고사인물도古事人物圖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역사 속 특정 실존인물이나 고전 소설속의 주인공이 주로 주제가 된다. 이 그림은 뜻이 고상하고 인격이 청렴, 고결하며 벼슬을 탐내기보다는 지조와 절개를 중하게 여겨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성현, 충신, 시인이나 학자, 고승, 은일처사들이 주로 등장하며, 이들의 고결한 덕과 인품, 이상적인 삶의 추구와 은둔세계를 나타내 보는 이로 하여금 교훈을 얻게 하기위한 교육적인 목적으로 그려졌다. 고사인물도는 대부분 중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지만, 마치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나게 풀어놓아 친근하게 느껴지는 점이 흥미롭다.
조선 후기 김홍도, 장승업, 안중식, 조석진, 황성하 등이 그린 그림이 전하고 있다. 신선들의 모습을 그린 군선도나 신선도 등도 넓게 보아 고사인물도에 포함되나,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실존인물의 고사에서 유래한 그림들만 다루기로 한다.

고사인물도의 결정적 장면

고사인물도는 화제畵題나 인물의 이름을 직접 적어놓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화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같은 도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어느 인물의 어떤 고사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주 등장하는 고사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일부 인물은 실존인물임에도 신선으로 추앙되어 신선도에 등장하기도 한다.

백이숙제 은나라 때 형제 성인인 백이와 숙제는 충절을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 숨어 살며, 주나라에서 나는 곡식은 먹지 않고 고사리만을 캐어 근근이 살다가 굶어 죽었다.

소부허유 허유는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준다는 제안을 마다하고 영천에서 귀를 닦고 기산에서 은거하여 세속의 영예를 물리쳤다. 이를 본 소부는 물을 먹이려던 소에게 더럽혀진 영천수를 먹이지 않고 상류로 끌고 갔다고 한다.

왕희지 동진의 유명한 서예가이자 문인, 화가로 서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예서를 잘썼으며, 해서, 행서, 초서를 완성했다. 그가 못가에서 글씨를 공부하는 동안 못물이 온통 검게 변했을 정도로 붓글씨에 매진했다고 한다.

이백 시선이자, 시중천자라고 추앙되는 대시인으로, 당 현종 때 살았다. 중국 전역을 두루 유랑하며 시를 지었고, 현종의 사랑을 받아 왕실에 불려갔다. 고래를 타고 달을 건지려하다 채석강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태백이 당나귀를 타고 화산으로 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개자추 진나라 문공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문공이 왕이 된 후 개자추를 불렀으나 금산에서 어머니와 같이 은거하다 불에 타죽었다고 한다. 한식은 개자추의 넋을 기리기 위해 불을 지피지 않고 찬밥을 먹는다고 한다.

엄자룡 후한의 광무제와 어릴 적 동문수학한 사이로, 훗날 황제가 된 광무제가 엄자룡을 찾았으나, 이름을 바꾸고 나타나지 않았다. 광무제가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궁중으로 데려다 잘 대접하고 같이 잠을 잤다. 끝내 벼슬을 사양하고 부춘산에 들어가 숨어살며 학을 벗 삼아 밭을 갈고 낚시로 세월을 보냈다.

부열 상나라의 어진 신하로, 담을 쌓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상나라 고종이 꿈에 어진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그림으로 그려 이 사람을 찾아오게 하였다. 그래서 담장을 쌓는 일을 하던 부열이 왕을 도와 어진 정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맹호연 중국 당나라의 시인으로 전원과 자연의 한적한 정취를 노래했다. 설중에 당나귀를 타고 매화를 찾아다닌다.

임포(임화정) 북송대의 은일시인으로,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아들 삼았다고 하여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죽림칠현(완적, 혜강, 산도, 향수, 유영, 완함, 왕융) 위나라에서 진나라로 바뀌는 혼란기에 세속의 어지러움을 피해 대나무 숲에 은거한 선비들이다.

*인물이 워낙 많으므로 나머지 인물은 차차 소개하기로 한다.

고사인물도
 

고사인물도 그리는 법

인체는 잘못 그리면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들어 그리기 매우 어려운 소재 중에 하나다. 특히 인물과 배경이 어우러지는 고사설화도의 경우, 의복과 기물, 동물, 건축물, 산수를 두루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은 인물간의 구도와 원근법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민화에서는 이런 미술의 표현방법을 따르기보다 내용 전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자유롭게 그리기도 한다.

1. 스케치(데생)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고사인물도를 팔분할법으로 1폭~8폭 또는 10폭을 연결해서 스케치를 한다. 먼저 전체를 파악한 후 큰 형체부터 스케치를 하고 서서히 세밀한 곳을 스케치하여 화도(밑그림)를 만든다. 인물에서 얼굴과 손은 주색과 먹색을 섞은 후 세필로 운필한다. 인물의 옷, 건, 관, 허리띠, 동물, 기타 기물, 집 등은 중묵과 담묵으로 운필한다. 산수 배경을 피마준이나 난마준으로 운필한 다음, 골짜기를 대미법이나 소미법으로 표현한다. 산과 바위는 점을 옆으로 긋듯이 그려 표현한다. 나무는 개자점, 호초점, 수등점, 단풍점, 송엽점 등을 산수필이나 세필로 그린다.

2. 아교 포수

아교 포수는 물2/3, 아교1/3을 섞어서 중탕한 후, 식혀서 한다.

고사인물도 채색하기

1. ë°°ê²½

산과 바닥은 대자색(주색 + 먹)으로 중간중간 바림하고 골짜기는 감색으로 바림한다. 먼 산은 감색이나 군청색으로 위에서 아래쪽으로 바림한다.
나무는 대자색으로, 솔잎은 감색으로 채색한다. 다른 나뭇잎은 단풍점, 개자점, 호초점, 수등점, 북원수점을 황색을 묻힌 붓으로 그리는데, 붓 끝에 주황색, 녹청색, 군청색을 묻혀서 그린다. 그리는 방법은 몰골법으로 그린다. 또는 먹으로 그린 각정 점법에 채색한다. 버드나무는 황색을 묻힌 붓 끝에 연한 군청을 묻혀 몰골법으로 그리거나 채색한다. 매화(도화점)는 연지색을 흐리게 하여 바탕색을 넓게 바림한 다음, 붓에 호분(백색)을 묻히고 붓 끝에 연지색을 묻혀 점을 찍는다.
물결은 감색으로 넓게 바림한다.
소, 말, 집, 탁자, 지게, 지팡이는 대자색으로 바탕을 채색하고 중북으로 바림한다.
겨울 풍경은 바위 일부분, 다리, 기중에 대자색으로 바림하고 전체를 감색으로 중담채하여 전체를 채색하고 먼 산이 있을 경우는 그 곳을 비워두고 채색한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감색으로 채색한다.

고사인물도

고사인물도

2. 인물

사람의 피부는 황색 2/10 + 주색 1/10 + 백색 7/10을 잘 섞어 손과 얼굴을 채색한다. 이마, 볼, 손은 주색에 먹을 약간 섞은 색으로 중담채로 하여 바림한다. 눈썹, 눈을 일자형식으로 하되 약간 반달처럼 곡선으로 그리고 눈동자는 양쪽 똑같이 농묵으로 점을 찍는다.

3. 복식

건, 관, 허리띠는 중묵으로 바탕색을 채색하고 농묵으로 바림한 다음 덧선을 그린다. 옷의 깃과 소매끝은 농묵이나 주홍색을 진하게 채색한다. 군청색 옷은 바탕색보다 진한 색으로 바림하고 덧선을 그린다. 주홍색 옷은 연지색보다 진한 색으로 바림하고 덧선을 그린다. 연두색 옷은 녹청색보다 진한색으로 바림하고 덧선을 그린다. 백색 옷은 감색보다 진한 색으로 바림하고 덧선을 그린다.

4. 기타 기물

붓은 황색으로 채색한다. 바둑판은 황색으로 채색하고 밑바닥은 주홍색으로 채색한다. 말 안장은 주홍색과 군청색 바탕에 연지색과 중묵으로 바림한다. 그릇, 화분, 책은 주홍색과 군청색으로 채색한다. 주전자는 백색 바탕에 주홍색으로 바림한다. 화로는 갈색 바탕에 중묵으로 바림한다. 학은 백색 바탕에 황색선으로 덧선을 그린다.

고사인물도

고사인물도

*빠진 곳이 없나 확인하고 완성한다. 이번 호에는 지난번에 설명했던 각종 점법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림에 따라 사용되는 기법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운필방법은 수시로 복습하여 익히도록 하자.

 

글·그림 : 박수학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One comment on “기초부터 차근차근⑯ 옛이야기 속 인물들이 주는 교훈, 고사인물도 그리기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