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차근차근⑬ 수중 낙원 헤엄치는 천태만상 물고기들, 어해도 그리기

어해도
어해도 그리기

어해도는 생동감 넘치고 구도에 얽매이지 않는 수중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그려지는 소재에 따라 다양한 뜻이 있지만, 주로 초복벽사, 부귀영화, 부부화합, 자손번영, 수복강령, 다산다복, 장원급제, 지조와 절개의 의미를 담는다. 평화로운 물고기들을 그려 남녀의 화합을 뜻하고, 흩어졌다 모였다 헤엄치는 모습에서 인생무상, 세상살이의 변화무쌍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양한 수중 낙원과 물가 풍경이 어우러지는 어해도 그리기.

성립연대와 소재

어해도의 성립연대는 실학 사조가 널리 행하게 된 영조(1724~1776) 대 무렵이며, 조선 말기에 임전 조정규에 의해 마무리됐다. 어해도의 소재는 매우 다양하여, 잉어, 붕어, 숭어, 방어, 병어, 상어, 고등어, 은어, 민어, 청어, 홍어, 가오리, 가자미, 오징어, 메기, 복어, 갈치, 꺽지, 쏘가리, 모래무지, 열목어, 가물치, 명태, 준치, 꼴뚜기, 피라미, 미꾸라지, 송사리, 개구리, 홍합, 소라, 조개, 전복, 게, 새우 등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를 가리지 않았다. 또 물가에는 철쭉, 금강화, 나리꽃, 제비꽃, 패랭이꽃, 복사꽃, 매화, 연꽃, 작약, 수초, 버드나무와 소나무, 백로와 학, 촉새 등이 함께 그려진다.

어해도
 

어해도의 상징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항시 눈을 뜨고 있으므로 학문 수행을 밤새워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재물을 밤낮없이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또 비늘이 갑옷에 비유되어 수호와 제액 예방의 뜻으로 쓰였다. 물고기가 곧 집안의 파수병이며 수호신이었던 것이다. 또 많은 알을 낳아 풍요와 다산, 생명력, 부귀영화의 뜻이 있다.
물고기는 오생사상으로 보면 나무에 해당a하며, 같은 물고기라고 하더라도 사는 물의 높이에 따라 3음陰, 3양陽으로 나눴다. 맨 위는 용이고 가장 아래는 미꾸라지나 모래무지였으며, 음에 해당하는 물고기들은 하찮은 물고기, 양에 해당하는 물고기는 등용문을 통과한 물고기에 비유됐다. 이중 잉어는 1양이라 하여, ‘어중왕魚中王’이라고 했다. 등용문 고사를 배경으로 하는 약리도의 경우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그리는데, 이때 한 마리는 과거에 합격한 영광을 누린다는 의미고, 두 마리는 뛰어난 학문으로 소과와 대과에 합격함, 세 마리는 영상, 좌상, 우상에 오름 또는 독서삼여(농사에서 세 가지 여유로운 때-밤, 겨울, 비 오는 날-책을 읽음)에서 따와 삼여도三餘圖라고 하기도 했다.
어변성룡도는 선비들의 등용문인 과거급제를 이루기 위한 학문의 성취 과정을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고군분투에 비유한 것이다. 잉어는 용왕의 시녀가 낳은 용왕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어룡도는 잉어의 모습에 용신사상이 더해진 그림이다. 신어도(호어)는 머리가 용처럼 생기고 몸은 잉어처럼 생긴 그림이다. 연못의 잉어는 부귀의 상징이기도 하다.
메기는 투구를 쓴 모습이라 하여 장수에 비유되었고, 철갑상어는 고관대작인 경대부卿大夫, 송사리 떼는 다산, 새우는 사람이 늙어 꼬부라지는 모습에 빗대어 장생 등을 상징했다. 복어는 복福과 동음으로 삼았다. 게는 수중군자에 비유됐다.
백어도나 군어도는 물고기 무리를 그린 그림이고, 약리도는 잉어가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그림이다. 어류화는 성애를 희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 구멍 뚫린 바위와 함께 그려진 물고기는 부부상화夫婦相和의 의미로 해석됐다.

어해도 스케치
어해도
 

어해도 그리는 법

물고기는 그 종류만큼이나 성질과 특징이 다양하므로, 그리려는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잘 이해하고 그리도록 한다. 민화에서는 과학적인 사실과 달리 바닷고기와 민물고기가 함께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평화롭게 화합하여 행복과 번영이 이뤄지기를 염원하기 위해 사실과 달리 그렸다.

1. 스케치(데생)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어해도를 팔분할법으로 스케치를 하고 화도(밑그림)를 만든 다음 한지를 위에 놓고 먹으로 본 작업을 한다. 물고기와 배경, 꽃나무를 그린다. 연결 그림일 경우 물고기와 꽃이 잘리지 않도록 하고, 배경은 잘려도 상관없다.

2. 한지 재단하기

한지에 그리려고 하는 그림의 폭당 사이즈를 재고 난 다음 양옆에 2~3㎝ 간격으로 송곳으로 조기대(미장나무자)를 대고 눌러 접는다. 그래야만 병풍을 꾸밀 때 든든하다. 연결 병풍이기 때문에 재단을 신중히 한다. 초안을 잡을 때부터 우측을 1번으로 하여 1번에서 8번까지 계속 연결해서 그리고, 1번과 8번을 2~7번보다 4~5㎝ 작게 한지를 재단한다.

3. 어해도 그리기

화도(밑그림)를 밑에 대고 재단한 한지를 위에 놓고 본격적으로 작업한다. 물고기부터 먹선 작업을 한다. 배경(바위 등)은 피마준이나 난마준으로 외곽선을 먼저 그리고 세밀하게 골을 만들면서 준을 친다. 꽃과 나무, 수초점을 그린다. 아교포수는 물2/3, 아교1/3을 섞어서 중탕한 후, 식혀서 한다.

※피마준은 실이 휘날리듯이 그리는 준법이고 난마준은 엉킨 듯이 그리는 준법이다.

어해도 그리기
 

어해도 채색하기

1. 물고기

등 위쪽과 지느러미, 꼬리는 감색을 담채로 넓게 채색하고 바림한다. 주둥이, 아가미, 지느러미, 꼬리 끝, 배는 백색을 사용해 담채로 채색하고 바림한다. 등 위쪽, 지느러미 안쪽, 꼬리 앞쪽에 담묵으로 감색같이 좁게 다시 바림한다. 눈은 백색으로 채색하고 농묵으로 눈동자를 점안한다. 배, 지느러미, 꼬리 끝으로 대자색을 바림하고, 배와 아가미 끝에서 안쪽으로 대자색을 담채로 하여 굵게 선을 그리고 바림한다. 등의 비늘은 마름모꼴의 절반쯤 앞에서 뒤쪽으로 진한 중묵으로 무늬를 만들고, 밑에는 담묵으로 무늬를 만든다. 선으로 비늘이 되어있는 경우 머리에서 볼 때 선 뒤쪽으로 중묵, 위에는 넓게 배 쪽으로 선을 그으면서 삐친다. 위쪽에 농묵으로, 아래쪽에 담묵으로 무늬를 그리고 중묵으로 무늬를 그린다. 꼬리 쪽으로 굵게 선을 긋는다. 그래야 비늘같이 보인다.

※아가미와 배는 대자색으로 먹선 안쪽을 선 긋는다.

2. 바위

배경이 되는 바위에 준치지 않은 부분을 대자색으로 흐리게 하여 바림한다. 골(준을 친 곳)은 감색으로 바림한다. 즉 난마준으로 그린 바위를 능선 쪽으로 대자색 담채를 채색하고 골 쪽으로 감색을 바림한다.

3. 꽃과 나무

꽃과 나무는 화조도 채색과 같게 한다. 도화, 철쭉은 백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바림하고 연지색으로 덧선을 그린다. 여뀌는 백색을 묵법식으로 먼저 붓에 묻힌 다음, 연지색으로 위에서부터 점점이 찍어 내려온다. 금강화와 패랭이꽃은 주(홍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바림을 하고 연지색으로 덧선을 그린다. 홍점나무는 꽃이 핀 것 같이 홍점으로 점을 찍는다. 제비꽃은 남색으로 3번 점을 찍고 가운데 흰 점으로 점을 찍는다.

※잎사귀는 모두 황토색 바탕에 녹청색으로 바림하고 먹선으로 잎맥을 그린다.

4. 수조점(수초)

황토하고 감색을 봉채로 따로 접시에 갈아둔다. 먼저 붓에 황토색을 묻히고 붓촉에 감색을 묻힌다. 밑에서 위로 선을 그으면 밑에는 진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황토색이 비쳐 연하게 보인다. 즉 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에 감색으로 물로 바림하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조점은 반차륜법으로 송엽점 같이 밑에서 위로 따라 올라가면서 지그재그로 선을 그어 밑에는 진하고 위에는 흐리게 한다. 단 솔잎을 그릴 때의 송엽점은 직선으로 되어 있지만, 수조점은 곡선으로 휘어야 한다.

어해도

 

글·그림 : 박수학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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