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이다. 산천초목은 푸르러지고 작은 동식물들은 저마다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며 만연한 봄을 즐기는 듯하다. 따라서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은 초충도와 백접도라 하겠다. 한 폭의 그림에 다양한 동식물을 그려낸 매력 넘치는 주제로 오늘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초충도와 백접도의 상징적인 의미

초충도草蟲圖는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 백접도百蝶圖는 수많은 나비가 있는 그림을 뜻한다. 화려하거나 소담한 꽃과 과일, 열매 등이 있고 그 주위로 몰려든 곤충과 동물 따위를 그린 것이다.
보통 꽃과 나비는 남녀나 부부간의 다정한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을 치장하는데 주로 쓰인 소재다. 거기에 다산과 자손 번창을 의미하는 수박, 가지, 오이, 개구리 또는 장수를 의미하는 나비, 출세를 의미하는 맨드라미 등 다양한 상징들이 더해져 행복하고 영화롭게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스케치(데생)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그림을 팔분할법으로 스케치를 하고 화도(밑그림)를 만든 다음 한지를 위에 놓고 작업한다. 초충도는 화도를 밑에 깔고 몰골법으로 바로 채색을 한다. 연필로 흐리게 선을 긋고 채색을 한다.
아교포수는 물 2/3과 아교 1/3을 잘 섞어서 중탕한 후, 식혀서 한다.

▲ 가지와 방아깨비

<한 폭에 함께 그려지는 동·식물들>
– 수박, 석죽화, 패랭이꽃, 사마귀, 벌
– 하늘나리, 패랭이꽃, 쥐, 나비
– 가지, 딸기, 방아깨비, 개미, 벌, 나비
– 오이, 조, 개구리, 벌, 귀뚜라미
– 개양귀비, 패랭이꽃, 도마뱀, 장수하늘소, 나비
– 맨드라미, 구절초, 쇠똥벌레, 나비
– 범부채, 개구리, 매미, 벌, 나비
– 도라지, 개양귀비, 개구리, 여치, 고추잠자리, 나비
– 산차조기, 사마귀, 검은잠자리, 벌
– 물봉선화, 패랭이꽃, 쇠똥벌레, 잠자리
– 맨드라미, 도라지, 개구리, 나비
– 원추리, 국화, 벌
– 봉선화, 민들레, 방아깨비, 잠자리, 나비
– 나리, 붓꽃, 수선화, 도라지꽃, 나비

초충도 그리는 법

초충도는 다른 민화와 달리 몰골법이 종종 쓰인다. 몰골법은 윤곽선을 따로 그리지 않고 면을 채색하는 것으로 그림의 형태를 완성하는 기법을 말한다. 따라서 그리기와 채색을 따로 나누지 않고 그림에 필요한 기법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초충도는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하는 8폭의 병풍 가운데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가지와 방아깨비’ 두 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1.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그리기
맨드라미 : 진한 잎은 황록(연두색) 4, 녹청 4, 주(홍색) 1, 먹 1을 섞은 후 화도를 밑에 놓고 아교포수한 한지를 위에 놓고 바로 채색한다. 연한 잎은 황록(연두색)에 황(노란색)을 섞은 후 진한 잎과 동일하게 채색한다. 잎은 중묵(중간 먹)으로 빙 둘러 바림한다. 진한 잎의 잎맥은 중간 먹으로 그리고, 연한 잎의 잎맥은 연지색으로 그린다. 맨드라미꽃은 주(홍색)를 위에서 밑으로 바림하고 밑에서 위로 백색을 바림한다. 연지색을 위에서 밑으로 바림하고 덧선과 점을 찍은 후 마무리한다.

구절초 : 진한 군청색으로 바로 꽃을 그린다. 꽃심은 황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점을 찍는다. 잎과 잎맥은 맨드라미 잎과 동일하게 그린다.

바닥 : 농묵으로 점을 찍고 마른 후 대자색으로 엇갈려 점을 찍는다.

갈대풀 : 대자색과 녹청색을 섞은 후 단숨에 그린다.

나비 : 흰 바탕에 보라색(군청과 연지색 혼합)을 흐리게 하여 재차 칠한 후 진한 보라색으로 선을 긋고 눈과 더듬이, 다리를 그린다.

쇠똥벌레 : 중묵(중간 먹)과 대자색을 섞어 쇠똥을 그리고 농묵으로 쇠똥구리를 그린다.

▲ 단계별로 보는 초충도의 동물과 곤충 Ⅰ

2. 가지와 방아깨비 그리기
딸기 : 딸기의 진한 잎은 황록(연두색) 4, 녹청 4, 주(홍색) 1, 먹 1을 섞은 후 화도를 밑에 놓고 아교포수한 한지를 위에 놓고 바로 채색한다. 연한 잎은 황록(연두색)에 황(노란색)을 섞은 후 진한 잎과 동일하게 채색한다. 잎은 중묵(중간 먹)으로 빙 둘러 바림한다. 진한 잎의 잎맥은 중간 먹으로 그리고, 연한 잎의 잎맥은 연지색으로 그린다. 딸기는 주(홍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점을 찍는다. 수초 같은 풀은 연한 잎과 같은 색으로 그린다. 일반 풀은 녹청색으로 그린다.

가지 : 가지는 흰색과 갈색이 있다. 흰 가지는 백색 바탕에 감색을 흐리게 하여 바림하고 꼭지도 감색으로 바탕을 칠한다. 그리고 흐린 먹으로 선을 그어 마무리한다. 갈색 가지는 갈색(주(홍색)+황+먹 약간)으로 바탕을 칠한다. 꼭지 부분 밑에 백색을 칠하고 꼭지는 농묵으로 바탕을 칠한다. 가시 같은 것은 선으로 긋는다. 가지는 농묵으로 양옆을 바림한다.

벌 : 대자색 바탕에 중묵으로 몸통을 바림하고 더듬이와 눈을 그린다.

나비 : 흰 바탕에 갈색으로 바림하고 갈색 선으로 나비의 무늬를 그린다. 몸통은 대자색 바탕에 중묵으로 바림하고 무늬를 그린다. 꼬리 부분은 농묵으로 채색한다. 더듬이와 다리, 눈은 갈색이나 중묵으로 그린다.

개미 : 농묵으로 머리, 몸통, 배, 다리를 그린다.

방아깨비 : 몸통은 연두색 바탕에 중묵으로 바림하고, 꼬리는 흰 바탕색에 주(홍색)로 무늬를 그린다. 다리는 중묵으로 선을 긋고, 눈은 농묵으로 그린다.

▲ 단계별로 보는 초충도의 동물과 곤충 Ⅱ

①장수하늘소 ②쇠똥구리 ③개구리 ④잠자리 ⑤매미 ⑥벌 ⑦도마뱀 ⑧여치 ⑨개미 ⑩쥐

백접도 그리는 법

백접도는 각양각색의 나비를 한 화면에 그리는 그림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나비는 대략 3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나비가 그림에 등장한다. 필자가 백접도에서 확인한 나비만 해도 30여 종이다.
나비는 나뷔로, 남이, 나부, 나베이 등 여러 가지 말로 불리다가 나비라는 말이 표준어가 되었다. 숙종 때(1675~1720) 쓰인 <시몽언해불명>에는 ‘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백접도는 구화점엽법이라는 구륵법과 몰골법이 합쳐진 기법으로 그린다. 특히 나비는 작지만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으므로, 집중력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바위를 그리고 나리, 도라지, 붓꽃, 수선화, 백합 등 꽃을 그린 후 나비를 그린다.

▲ 여러 가지 나비의 모습과 앞·뒷면

①산호랑나비 ②흑제비나비 ③청띠제비나비 ④노랑나비 ⑤각시멧노랑나비 ⑥암검은표범나비 ⑦풀흰나비 ⑧모시나비 ⑨붉은점모시나비 ⑩북방기생나비 ⑪큰줄흰나비 ⑫시가도귤빛부전나비 ⑬금강산귤빛부전나비 ⑭왕세줄나비 ⑮긴꼬리부전나비 ⑯줄흰나비 ⑰배추흰나비 ⑱부처나비 ⑲참나무부전나비 ⑳황오색나비 ⑳수풀알락팔랑나비

<백접도 그리기>
바위 : 농묵으로 힘차게 바위준법으로 바위를 그린다. 밝은 쪽은 황에 주(홍색)를 섞어 대자색을 만들어 채색한다. 전체를 황록(연두색)으로 채색하고 대자색으로 바탕을 칠한 곳은 비운 상태로 바림한다. 바위 끝쪽이나 골이 파인 곳은 군청색으로 바림한다.

나리꽃 : 나리꽃은 주(홍색) 3에 백색 7을 섞어 위쪽을 채색한다. 주(홍색) 1에 백색 9를 섞어 밑쪽을 채색한다. 잎은 녹청색을 절반쯤 채색하고 연두색으로 나머지를 채색한다.

도라지꽃 : 꽃은 하늘색(백색 9+군청색 1)을 만들어 밑쪽을 칠하고 군청색(군청색 8+주(홍색) 1+먹 1)을 섞어 위쪽을 칠한다. 잎은 녹청색을 바탕으로 채색하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중묵으로 바림하고 잎맥을 농묵으로 선을 긋는다. 꽃심은 둥글게 삼지창같이 백색을 진하게 하여 채색한다.

붓꽃 : 중심 쪽으로 백색을 바림, 채색한다. 끝 쪽에서 연지색이나 홍색 4, 군청색 4, 백색 2를 섞어 보라색을 만들어 바림, 채색한다. 꽃잎은 중심 쪽을 놔두고 보라색을 붓에 묻히고 붓끝에만 중간 먹을 묻힌다. 그리고 점점이 점무늬를 찍는다. 잎은 연두색과 녹청색을 각각 절반쯤 채색한다. 잎 중심 쪽에 중간 먹으로 잎맥 선을 그린다.

수선화꽃 : 꽃은 백색 바탕으로 채색하고 꽃심은 황색 바탕에 상하구분을 해 위쪽에는 갈색으로 3개 정도 점을 찍는다. 잎은 연두색과 녹청색으로 절반쯤 각각 채색하고 중심 쪽에 중간 먹으로 선을 그린다.

백합꽃 : 백색 바탕에 가운데 구분을 하고 황토색이나 감색으로 중심을 구분하여 바림한다. 꽃심은 홍색으로 4~5개가량 수술을 그리고 가운데 한 개는 크게 그린다. 잎은 황록(연두색)으로 채색한다.

▲ 제자 김애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