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차근차근⑤ 일생동안 부귀영화 누리기를 소망하는 그림 모란도

박수학 민화가

모란꽃은 목단이라고도 하며 예로부터 꽃 중의 왕, 즉 화중왕이라고 불렸다. 또 그 풍성한 꽃잎과 화려하고 고운 색감때문인지 부귀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모란꽃 그림은 부귀영화와 행복, 성실, 안락 등을 뜻한다. 특히 목단과 괴석을 함께 그려 부귀를 누리며 장수하기를 기원했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모란도의 상징적인 의미

삼국유사에는 신라시대 선덕여왕의 슬기를 엿볼 수 있는 지기삼사知機三事 중 모란과 관련된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선덕여왕은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에 벌과 나비가 그려지지 않은 것을 보고 필경 꽃에 향기가 없으리라는 알아차렸다. 함께 보내온 씨를 심었더니 과연 그러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선덕여왕은 자신의 배필이 없음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실 모란 가운데 향이 없는 종은 일부다. 그러나 나비는 한자로 80세를 뜻하는 한자와 음가가 비슷해, 자칫 80세까지만 부귀를 누리라는 의미로 해석될까봐 나비를 잘 그리지 않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선덕여왕의 아버지인 진평왕조에도 당나라에서 모란도를 보내왔으며, 고려시대는 국교가 불교임에도 세속적인 부귀를 뜻하는 모란 그림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어 아이러니하다. 특히 고려청자에 많이 그려져 지금도 모란문 청화백자가 제법 남아있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궁중에서 사용했던 모란도를 벼슬아치에게 하사하기도 했고, 점차 양반과 선비들은 모란도 병풍을 별도로 소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민들은 모란도 병풍을 함부로 소장할 수 없어 평생에 단 한 번 혼례식 때에만 왕실에 물품을 조달, 관장한 관청인 제용감이나 양반집에서 빌려 쓰기도 했다고 한다. 모란 병풍이 혼례식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었던 것은 음양, 즉 남녀의 화합을 상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장 위에 올라가는 꽃이 붉으면 양, 분홍이면 음, 청색 괴석은 양, 분홍 괴석은 음을 뜻한다고 한다.
모란은 바위 외에 다른 소재와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목련은 4월 초에, 모란은 5월에 피어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모란과 목련, 해당화가 함께 그려진 그림이 전한다. 또 봉황이 어우러져 있는 그림도 있다. 병풍으로는 폭마다 괴석 위에 모란이 그려진 대형 병풍이 많고, 전체적으로 땅이 연결된 연결 모란도도 있다.

제자 송영옥 작

▲제자 송영옥 작


모란도 그리는 법

1. 스케치(데생)
모조지나 화지에 그리려고 하는 모란도를 팔분할법으로 스케치를 하고 화도(밑그림)를 만든 다음 한지를 위에 놓고 본 작업을 한다. 화도는 2장을 조금 다르게 그려 준비한 다음, 8폭 병풍으로 그릴 경우 각각 4장씩 그려 8폭으로 준비한다.

2. 한지 재단하기
병풍으로 만들려면 한지에 그리려고 하는 그림의 폭당 사이즈를 재고, 양 옆으로 2~3cm 간격마다 송곳으로 미장나무 자를 대고 눌러 접는다.

3. 모란도 그리기
바위를 먼저 그린다. 바위는 화지 양 끝을 좌우대칭 하듯 똑같은 높이로 연필 선을 긋고 이를 기준으로 삼아서 그린다. 괴석도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를 한 것이 있으니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려 그리도록 한다.
꽃은 중앙부터 좌우 균형을 맞춰 선을 긋는다.
꽃 주위에 잎을 그리는데, 물감으로만 칠할 경우도 있으므로 잎 주위는 단번에 매끈한 선을 그어 그린다.
나무는 먹선으로 선을 긋고 나뭇결(무늬)을 좌우, 즉 횡선으로 긋는다.
물 2/3과 아교 1/3을 잘 섞음 다음 아교포수를 한다.
바위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바위에 무늬는 2/3 정도를 진하게 바림해 입체감을 준다. 태점은 연두색 안에 감색이나 녹청색 점을 작게 찍고 흰 점을 테두리에 둘러 마감한다. 바닥은 황토색으로 바림하여 채색한다.
꽃은 중앙부터 좌우 균형을 맞춰 선을 긋는다. 꽃은 다양한 각도로 그리고, 특히 꽃잎은 풍성하게 그린다. 만개한 꽃뿐 아니라 아직 덜 핀 꽃이나 꽃봉오리, 꽃눈이나 잎눈도 함께 배치한다. 흰 꽃은 흐린 연지색으로, 붉은 꽃은 진한 연지색, 노란 꽃은 진한 황색으로 바림한다. 꽃술은 서족점으로 찍는다. 외곽선을 그어 마무리한다. 꽃받침과 봉오리에는 삼지창 모양을 그려 넣는다.
꽃 주위에 잎을 그리는데, 잎은 정면, 조금 뒤집힌 것, 뒷면 등으로 그린다. 끝 부분이 자연스럽게 뒤집힌 모양을 그려 입체감을 준다. 잎맥은 안쪽으로 숙이듯이 그린다. 잎은 녹색과 황색으로 채색한다. 외곽선을 따로 그리지 않고 물감으로만 칠할 경우도 있으므로 잎 주위는 단번에 매끈한 선을 그어 그린다.
나무는 먹선으로 윤곽선을 긋고 나뭇결(무늬)을 좌우에 가로선 즉 횡선을 긋는다. 주 4.5+황토 4.5+먹 1을 섞어 바탕을 칠하고 나무 양 가장자리는 중묵으로 바림한다. 먹점 안에 연두색 점을 그려 태점을 찍는다.

모란도
모란도
 
모란도 채색하기

1. 바위 채색
맨 우측부터 1번이라고 하면 1번은 분홍색, 그다음 2번은 분청색, 3번은 다시 분홍색으로 반복해 나간다. 이렇게 1번부터 8번까지 덧선을 긋는다. 이때 바위의 입체적인 무늬를 살리기 위해 2/3 정도는 진하게 칠한다. 분청색은 남색 1/5와 백색 4/5, 분홍색은 홍색 1/5와 백색 4/5를 섞어 사용한다. 군청(남색)에 먹을 섞어 진하게 만들어 덧선을 긋는다.
황록(연두색), 백록 바탕에 바위가 전부 다른 경우가 있을 때, 군청(남색)으로 일월도나 십장생도처럼 청록산수의 채색법으로 바림한다.
괴석에 호랑이나 기타 동물형상이 있을 경우 대자색 바탕에 감색과 먹을 섞어 골이 파인 부분을 바림한다.
바닥은 황토색으로 바림해 채색한다.

2. 꽃 채색
가장 오른쪽인 1번은 홍색, 좌측은 백색 순으로 맨 위에 꽃봉오리를 칠한다. 3번은 다시 홍색, 4번은 백색 순으로 8번까지 차례로 색을 칠한다. 홍색 꽃은 진한 연지색으로 바림하고 백색 꽃은 흐린 연지색으로 바림한다. 외곽의 덧선을 진한 연지색으로 긋는다. 황색이나 연두색, 감색 꽃이 있는 경우에도 외곽선은 연지색으로 덧선을 그려준다.
꽃술에 해당하는 꽃점은 홍색 꽃은 황(노란색)으로 흰색 꽃은 홍색으로 꽃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점을 찍는데, 서족점(쥐 발 모양 점이라는 뜻으로, 네다섯 개의 살짝 구부러진 작은 선이 부채꼴로 펼쳐진 모양)으로 찍는다.
꽃받침은 황색 바탕이므로 연지색으로 외곽선을 긋고 꽃받침 안에는 삼지창을 거꾸로 하듯이 연지색으로 선을 긋는다. 줄기도 연지색으로 선을 그어준다.

3. 잎 채색
꽃봉오리 주위에 잎을 진한 녹청(녹색)으로 1/2 칠하고 황색(노란색)으로 1/2 칠한다. 전체를 이와 같이 칠한다. 녹색 잎맥은 농먹(진한 먹)으로 가운데 선을 굵게 긋고, 안쪽으로 숙이듯이 엇갈리게 그으면서 끝쪽으로는 점차 짧게 긋는다. 황색 잎맥은 꽃 가까운 데부터 연두색으로 흐리게 바림한다. 잎의 끝쪽으로 주(홍색)를 짧게 바림하고 잎맥은 연지색으로 선을 긋는다. 녹청색 잎이 뒤집혀 잎 뒷면이 보이는 부분에도 황색 바탕에 연지색으로 선을 그려 표현한다. 녹청색 잎은 녹색 9/10과 백색(호분) 1/10, 황색 잎은 황 9/10과 백색 1/10을 섞어 사용한다.

4. 나무 채색
주 4.5와 황토 4.5에 먹 1의 비율로 섞은 후 바탕을 칠하고 중묵으로 바림한다.

5. 태점 찍기
바위에 찍는 태점은 황록(연두색)으로 크고 작은 것을 섞어 불규칙하게 찍고 마르면 남색과 녹청색으로 모양 따라 가운데에 작게 찍어준다. 그 후 황록색 테두리에 백색으로 촘촘히 점을 찍는다.
나무에 찍는 태점은 진한 먹으로 점을 찍고 마른 다음 황록색으로 먹점 안쪽에 점을 찍는다. 황록색 점이 먹점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정성 들여 찍는다.

다 그렸으면 빠진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완성한다. 모란도는 단순 작업이 많지만 다른 곳에 물감이 묻지 않게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인내가 필요한 그림이다.

모란도

 

글·그림 박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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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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