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포고택 錦圃古宅, 320년 고택에 민화가 녹아들다

금포고택 (錦圃古宅)
금포고택(錦圃古宅)

여행을 떠나는 목적 중 하나가 휴양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 숙박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여정을 통틀어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숙소. 최근 여행자들은 숙소에 대해 부가적인 여행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인 관광 상품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320년 된 고택에 고아한 민화가 어우러지고 정성이 깃든 식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종 공예 활동까지 체험할 수 있는 안동포마을의 금포고택을 찾았다.

안동시 임화면 금소리에 있는 금포고택은 예천 임씨 차종부 박금화 씨가 운영하는 숙박, 체험 시설이다. 예천 임씨 금포고택은 320여 년 전 지어진 집으로 옛 모습이 대부분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포고택에서 숙박체험을 시작한 시기는 2009년으로, 고택에서 숙박하고 싶다는 관광객 민원이 늘어나자 안동시에서 적극 추진했다. 숙박 체험을 위해 고택 정비사업을 마친 이후 금포고택의 모든 벽지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지로 교체됐다. 또한 300년이 넘은 고택의 구조와 아름다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화장실이나 샤워시설 등은 깔끔하게 리모델링해 편의성을 살린 것도 숙박업소로서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출처 : 금포고택 블로그(blog.naver.com/beomgu05)

▲출처 : 금포고택 블로그(blog.naver.com/beomgu05)

민화와 안동포 공예품이 고택 곳곳에

금포고택의 가장 큰 특징은 집안 곳곳에 민화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고택 여기저기를 장식하는 민화는 대부분 차종부 박금화 씨가 직접 그린 것으로, 각 방마다 걸려 있는 그림이 달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숙박객들은 안방과 상방, 사랑방에서 투숙이 가능하다. 이 방들은 실제 예천 임씨 대대로 살아오던 공간으로, 숙박체험을 시작하며 숙박객들이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각 방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모두 다른 것도 금포고택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궁모란도와 십장생도가 걸려있는 안방은 예로부터 집안의 아녀자들이 사용했던 방으로, 금포고택 가장 안쪽, 대청마루를 마주한 오른 편에 자리했다. 4~5인이 머물기에 적당한 이 방의 여닫이 창문을 열면, 장독이 있는 뒷마당 쪽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방안을 가득 메운다.
사랑방은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이 머물렀던 곳으로, 6~8명이 숙박할 수 있는 가장 큰 방이다. 사랑방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궁모란도와 문자도, 송학도 등과 서예 작품이 걸려 있다.
상방은 가장 작은 방으로 사랑방 옆에 있으며, 대청마루를 마주하고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공부방으로 실제 금포고택의 맏손녀가 공부했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다. 주로 커플들이나 신혼부부가 예약하기 때문에 부부금슬을 뜻하는 원앙도와 화조도를 걸어두었다. 아기자기하고 넓지 않지만 아늑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에 손님들도 부담 없이 머문다.
금포고택에서 숙박할 수 있는 방은 세 종류지만 그 크기와 용도가 달라 어떤 목적의 여행에도 어울리며, 소수의 손님만 수용하기 때문에 안주인의 정성이 더욱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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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깃든 요리와 함께 더욱 특별한 금포고택 숙박

금포고택의 특별함은 음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박금화 씨는 안동에서도 소문난 문어 요리의 대가로, 금포고택의 문어 요리는 KBS <한국인의 밥상> 등 여러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빼어난 맛을 자랑한다.
문어는 포항과 구룡포에서 주로 잡히는데, 내륙인 안동 일대에서 무려 40%가 소비된다. 밥반찬이나 술안주, 손님 접대는 물론 각종 잔치와 제사상에 문어가 올라갈 정도로 안동에서 문어 소비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글월 문文을 쓰는 문어文魚는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안동에서 곧 선비가 먹는 고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어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뿜어내는 먹물이 곧 선비의 지필묵 중 묵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라도 밥상에 홍어가 빠져서는 허전하듯,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이 문어 요리인 셈이다. 금포고택은 안동에서도 손꼽히는 문어요리의 명소로, 사전 문의 및 예약을 통해 그 특별한 맛을 볼 수 있다. 안동에서 문어요리만큼 유명한 것이 간고등어다. 숙박 전에 미리 예약하면 직접 담근 장, 직접 기른 야채, 전날 시장에서 직접 사온 간고등어가 올라온 금포고택만의 정갈하고 푸짐한 아침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안동포와 민화 활용한 각종 체험활동

금포고택의 곳곳을 장식한 민화와 안동포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다. 종부인 박차생 씨가 직접 안동포를 짜고, 그 포 위에 며느리인 박금화 씨가 민화를 그리니 그야말로 생활소품으로서의 민화가 공간을 자연스럽게 아우른다. 대청마루에는 각종 경진대회와 공모전에서 수상한 생활소품과 상장이 즐비하다. 박금화 씨는 민화를 배운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2009년 경북관광상품공모전 대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관광상품과 생활소품 공모전에서의 수상 이력이 화려하다.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민화와 안동포를 활용한 생활소품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활동도 금포고택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 숙박객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박금화 씨의 지도 아래 민화부채, 안동포 향주머니, 접이식 부채, 하회탈 등을 제작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단순히 보는 것에서 직접 체험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고택의 고즈넉함과 어우러진 민화 공예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은 금포고택 숙박의 색다른 즐길 거리로 다가온다.

민화는 본디 장식성을 가진 실용적인 그림으로, 집안 곳곳을 장식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민화를 그리고 감상하는 인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민화를 갤러리나 도록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실용화로서의 민화는 크게 발전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민화의 본디 목적에 따라 집안을 장식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어 좀 더 생활에 밀접한 민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특히 금포고택 같이 민화를 걸어 매일 새로운 숙박객들을 맞이하는 숙박체험업소가 늘어나는 것은 민화 수요 증가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장식화로서의 민화의 매력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언젠가 모든 가정집에 민화가 한 점씩 걸리는 날을 기대한다.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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