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민화 전개 방향에 영향을 준 채색표현주의 작가들Ⅲ

김용권 교수의 ‘짧은 글 긴 생각’ ⑩
근대 민화 전개 방향에 영향을 준 채색표현주의 작가들Ⅲ
그 두 번째 이야기

지난 글 말미에 근대 민화 전개 방향에 많은 영향을 준 오원 장승업에 대해 언급하였다. 계속해서 장승업은 도화서가 폐지된 후에도 규장각(도화서 업무를 대신함)의 대령화원으로 차출되어 왕실에 필요한 장식적, 길상적인 그림을 그려냈다. 그는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춘남극노인도春南極老人圖(간송미술관 소장)>와 〈추남극노인도秋南極老人圖(간송미술관 소장)〉한 쌍을 화려한 채색으로 그려 진상하였다.
또한 그는 근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정물화 계통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畵>를 새롭게 유행시키기도 하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10폭 병풍>은 여러 가지 청동기와 도자기 그릇 그리고 과일과 화초의 가지를 섞어서 그린 것으로 아주 귀중하게 여겨진다. 그 이유는 국내에 남아 있는 〈기명절지도>가 대부분 1∼2점의 낱개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 10폭 병풍으로 남아 있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명절지도>는 장승업이 1894년에 그린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인 새뮤얼 버거(Samuel David Berger, 1911~1980)에게 선물했다가 버거의 가족이 2014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오원 장승업이 그린 산수·인물·화훼·화조·어해·기명절지 등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행복, 건강, 장수, 소원성취 등과 결부되어 있다. 그는 조선 최대의 서화시장인 청계`천의 여섯 번째 다리 광통교 근처에 ‘육교화방’이라는 간판을 내 걸고 위와 같은 그림을 그려 냈다. 그는 고고하게 여겨졌던 남종문인화의 이상을 그려냈을 뿐 아니라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러면서도 왜곡과 과장의 해학적인 작품을 그려냈던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오원 장승업의 작품들이 그의 제자 소림 조석진, 심전 안중식 등을 거쳐 근대기에 활동한 위사 강필주,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 등의 전문 작가들에게 이어졌던 것이다. 나아가 그의 작품은 광통교 병풍전屛風廛이나 지전紙廛의 ‘속사俗師’와 ‘향사鄕師’ 또는 ‘환쟁이패’로 지칭되던 화장畵匠들에게도 전달되어 줄여지고 보태지면서 폭넓게 향유되었던 것이다.
근대기의 국학자 자산自山 안확安廓(1886〜1946)은, 오원 장승업을 새로운 시대와의 매개자라고 평가하였다. 홍선표는 장승업 양식은 서울의 경화문벌들에 의해 촉발된 서화 애호풍조의 여항으로의 확산과, 상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사치풍조와 호사취미의 확대 등과 더불어 성행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오원 장승업은 전문 직업 화가들로 구성된 근대 화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우리 민화 전개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글 김용권(문학박사 /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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