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민화 전개 방향에 영향을 준 채색표현주의 작가들Ⅳ

김용권 교수의 ‘짧은 글 긴 생각’ ⑪
근대 민화 전개 방향에 영향을 준 채색표현주의 작가들Ⅳ

소림 조석진과 심전 안중식은 오원 장승업의 화법을 근대 화단에 전수하고 보급시킨 가교 역할을 하였다. 그들은 장승업과 다를 바 없이 산수화·인물화를 비롯한 길상적인 호사취미와 결부되어 있는 화훼, 화조, 어해, 기명절지 등을 많이 그려냈다.
조석진의 작품에는 조부인 임전琳田 조정규趙廷奎(1791∼1860년경) 화풍과 장승업의 화풍이 가미되어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조석진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 임전 조정규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장승업과는 1881년 이후부터 1897년까지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부인 임전 조정규는 단원 김홍도에게 영향받았으며, 도화서 화원답게 산수를 비롯해 인물·화조·어해 등 다양한 화제를 통해 자신의 회화세계를 정립하였다. 조석진은 그런 할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워 도화서 화원이 될 수 있었으며 그 역시 모든 화제를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조부 임전 조정규에 이어 〈어해도〉를 더욱 잘 그려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임전 조정규는〈책가도〉 작가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선배화가 옥산玉山 장한종張漢宗(1768〜1815)이 이룩해 놓은 〈어해도〉의 성과에 이어 한국적 〈어해도〉 양식을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조정규의 〈어해도〉를 그려내는 기량은 후배인 장승업과 손자 조석진에게 이어졌으며, 조석진의 외손자 변관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석진과 변관식의 〈어해도〉는 그 내용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집안의 전통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영향 아래 〈어해도〉는 18세기 이후 20세기까지 화원, 서민화가는 물론 문인화가들에 의해서도 널리 그려지게 된 것이다.
끝으로 조석진은 말년에 ‘공업전습소工業傳習所’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으며, 복, 수, 다자, 부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산수도〉, 〈인물도〉, 〈화훼도〉,〈화조도〉, 〈어해도〉, 〈기명절지도〉 등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다작多作하였다. 이 가운데 〈군리도群鯉圖〉, 〈음중팔선도飮中八仙圖〉, 〈매림유거도梅林幽倨圖〉, 〈노안도蘆雁圖〉 등의 작품이 전하고 있다.
한편 조석진의 조카뻘인 운전雲田 조광준趙廣濬(1890〜?)도 화가로 활동하였는데, 조석진의 화풍을 그대로 따른 까닭에 그의 그림이 때때로 조석진의 그림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조석진의 조카 조광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들이 조석진의 작품을 모델로 삼은 경우가 많았기에 비슷한 그림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글 김용권(문학박사 /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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