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회화와 민화의 세계 한국의 채색화

한국의 채색화
한국의 채색화

새로 출간된 『한국의 채색화』 세 권은 채색화의 문화적·회화사적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시의적절한 자료집이면서 동시에 채색화 연구에 대한 근래의 성과와 새로운 관점의 보고서이다. 제1권은 산수화, 인물화, 제2권은 화조화, 제3권은 책거리와 문자도로 엮은 이 세 권의 구성은 채색화에 대한 현재 연구자들의 관점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선도하고 있다.

민화와 궁중회화 아울러 채색화에 주목

조선과 근대를 잇는 시기 즉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서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활발하게 향유된 회화문화가 현전하는 수많은 채색화彩色畵로 드러나고 있다. 오늘날 ‘민화民畵’라는 이름으로 포괄되어 불리고 있는 그림의 대종을 이루는 이 채색화들은 전하는 수량이 매우 많고 특히 규모가 큰 대작들이 많으며 전통의 감상화와 장식화의 다양한 주제를 반영하면서 창의적 주제와 표현이 아우르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이러한 채색화들은 20세기 중반 이래로 한국의 사회와 학계에서 ‘민화’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학계에서는 저급한 예술세계로 이해되어 연구가 보류되어온 경향이 있었다. 다행스럽게 근래에 들어서 ‘민화’라 불린 그림들이 보유한 문화적 회화사적 중요성 및 흥미로운 자료로서의 역할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고 보고되고 있다. 아울러 전통문화 콘텐츠의 풍부한 보고라는 점도 각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확언컨대, 근대 초기에 제작된 이러한 우리 채색화들은 이후로 서술된 새로운 미술사New Art Hisotory에서 의심 없이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제1권에 수록,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 General Guo Ziyi’s Banquet  10폭 병풍,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 106×37cm,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제2권에 수록, 모란도牡丹圖 | Peonies 2폭,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 76×37.5cm,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Guimet
제3권에 수록, 책가도冊架圖,  Chaekgeori, the Scholar’s Accouterments 8폭 병풍,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112×381cm, 개인소장
 
전통회화의 비중을 고려, 주제별 구성

새로 출간된 『한국의 채색화』 세 권은 이러한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자료집이면서 동시에 채색화 연구에 대한 근래의 성과와 새로운 관점의 보고서이다. 제1권 산수화, 인물화, 제2권 화조화, 제3권 책거리와 문자도로 엮은 이 세 권의 구성은 채색화에 대한 현재 연구자들의 관점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선도하고 있다. 전통회화에서 가장 중시되는 산수화와 인물화는 한 권으로 정리하고, 전통회화에서 상대적으로 연구가 약세라 할 수 있는 화조화를 별도의 한 권으로 실었으며, 전통회화에서 없었던 주제였던 책거리와 문자도를 다시 별도의 한 권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근대기 채색도에서의 화조화의 비중을 일깨워주며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또한, 책거리와 문자도가 이룬 회화적 성과를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책거리 연구를 진행 중인 국내외 소장학자들에게 품질 좋은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한국의 채색화』를 책임 편집한 정병모 교수는 근래 십수 년을 이 분야에서 몰두하였고,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2011)과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2012)의 저술을 거치면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우리 채색화들의 목록을 정리하였다. 또한, 수십 년간 고집스럽게 자료를 모으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가회민화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등의 전문적 수집의 성과 및 국내 정상급 박물관들이 소장한 우수한 채색화들의 존재를 새로 나온 『한국의 채색화』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1975년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펴낸 『李朝の民畵』 이후 국내에서 그 이상의 도록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한국의 채색화』 세 권의 출간은 우리 학계의 업적으로도 획기적인 의의를 지닌다. 다만 도록집을 보며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면, 이 책의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채색화의 선집選集이며 더욱 많은 작품을 싣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욱 많은 자료를 촬영하고 인쇄하여 한국채색화를 망라하는 집대성의 도록 기획이 앞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학계와 화단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주길

지난 십여 년 동안 수많은 해외전시와 강연을 통해서 한국채색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확인한 정 교수는, 우리 채색화는 국내의 관심을 넘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한국채색화Korean polo-graphy painting의 특별한 분야라고 확신한다. 사실상 이러한 증언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이 책에 실린 정선된 도판들은 한국회화사로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는 하나의 든든한 통로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가 크다. 조선시대 수묵회화가 보여주는 성과는 중국의 그것을 넘어서서 해석하고 자랑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다. 『한국의 채색화』에 실린 화려한 그림들과 세부도판들은, 혹은 화원화가의 손으로 혹은 문인의 합작으로 혹은 무명화가의 발랄함으로 제작된 근대 초기 한국의 역작들이며, 중국의 어떤 그림에 비교가 불가한 창의적 작품성을 보여주며, 여타 민간예술의 규모를 능가한다. 『한국의 채색화』를 통하여 한국채색화가 보여주는 채색과 구도의 미학적 특성과 다층적인 문화사적 함의에 대하여 미술사학자들을 위시한 여러 분야 연구자들의 면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고 현대 전통채색화 혹은 민화를 창작하는 화가들의 상상의 폭이 증폭되리라 기대한다.

 

글 : 고연희(이화여자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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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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