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기념전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

민화, 서양과 만나다


일자 5월 3일(목) ~ 10월 14일(일)
시간 수, 토 10:00~21:00 / 그 외 10:00~19:00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개관기념전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은 민화가 서양의 명암법이나 추상화법 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민화를 모티프로 독창적인 화풍을 창출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민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고찰해보자.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을 5월 3일부터 10월 14일까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우리 고유의 그림인 민화가 20세기 초에 본격 유입된 서양의 미술기법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민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김기창,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근대기 대표작가 73명의 작품 100여 점을 관람할 수 있으며, 덕수궁관의 전신격인 이왕가미술관李王家美術館의 설계도면과 덕수궁관 구조를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민화에 깃든 서양화풍

정찬영 작가의 <공작>(도2)은 서양의 명암법과 원근법 등 사실주의적 화풍을 민화·수묵화 등에 적용한 ‘마루야마 시조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기존의 민화가 공작의 화려한 외형을 강조하기보다는 주로 문재文才등의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그려졌다면, 정찬영 작가의 이 그림에서 공작은 깃털 하나까지 그려지고, 음영에 의해 색이 은은하게 도드라지는 등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마루야마 시조파가 당시 유행하던 화파임을 고려한다면, 민화가 시대적 영향 속에서 어떻게 변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그림이라고 하겠다.
이도영 작가의 <기명절지>(도3)에도 서양 화풍이 엿보인다. 작품 속의 주전자, 종정 등 일부 기물들의 바림에는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이용한 서양식 명암법의 흔적이 나타나는데, 덕분에 사물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 또한 기물들이 지그재그식으로 배치되어 있어 작품 원근감도 특히 도드라진다.

추상으로 표현된 민화

민화적 요소에 추상기법을 더해, 민화의 예술적 지평을 현대적으로 넓힌 작품들도 있다. 이응노 작가의 <문자 추상 (콤포지션)>(도4)은 문자도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으로, 작품 속 문자는 어떤 글자인지 파악하기 힘들만큼 추상적으로 변형돼있다. 의미의 강조와 관련 도상의 재현에 집중하는 기존의 문자도와는 달리, 한문이 지니는 특유의 조형성을 강조해, 문자도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혁림 <화조도>(도1) 역시 제목이 없었다면 꽃과 새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기존의 화조도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주로 꽃과 새의 재현에 힘썼다면, 전혁림 작가는 꽃과 새를 해체하고 추상화 한 후 마치 유리조각을 모으듯 재구성해 알록달록한 색채를 입혔다. 덕분에 작품 속의 꽃과 새는 평면적이면서도 특유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현대미학의 주요 주제이기도 했던 ‘사물의 본모습’ 등에 대한 물음을 재현과 추상의 관계 속에서 깊이 고찰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동화부터 불화까지

진환 작가의 <천도와 아이들>(도5)은 민화의 주요 상징들이 동심 가득한 화풍으로 표현돼 있다. 하늘에는 봉황 두 마리가 물고기와 함께 날고 있고, 땅에는 꽃이 사람보다 더욱 크게 자라나있다. 아이들은 발가벗은 채로 천장에 매달려있는 듯한 천도복숭아를 따먹고 있다. 마포 위에 크레용으로 그려진 덕분에 매우 거친 느낌이 들며, 실제로 아이들이 낡은 삼베옷 위에 몰래 그린듯한 착각도 들어 우리 민화의 풀뿌리같은 자생성을 고찰해 볼 수도 있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가 연상되는 측면도 있어, 삶의 본질로서의 회귀에 대한 의미를 고민해 볼 수도 있다.
민화와 밀접한 영역인 불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박생광 작가의 <제왕>(도6)은 그림에서 비롯되는 종교적 아우라의 실체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 신들은 오방색으로 강렬하게 표현돼있고 윤곽선은 붉은색으로 그려져있어 벽사의 힘이 생생히 느껴진다. 특히 이 작품은 칠이 벗겨진 듯한 효과가 더해져 실제 사찰 벽면에서 보는듯한 사실감이 느껴진다.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작품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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