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만든 두루마리 초본Ⅱ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지난 시간에 살펴본 두루마리 초본이다.
이 초본의 물리적인 형태를 살펴봄으로써 초본의 완성에 들어가는 작가의
공력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초본에 등장하는 3종류의 새

도2 두루마리 초본 갈매기 부분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두루마리 초본에서 이번에 소개할 새는 총 3종류이다(도1). 화면 오른쪽부터 魚狗(어구), 鷗(구), 雉(치)라는 새가 그려져 있다. 魚狗(어구)는 물총새를 말하는 단어로, 물가에 자라는 수풀과 작은 물고기를 함께 그려놓았다. 鷗(구)는 갈매기로,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목욕하고 있는 갈매기가 그려져 있다. 雉(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꿩으로, 암수의 특징이 잘 구분되어 그려져 있고 꽃도 한 송이 그려 정다운 모습을 표현했다.
초본 속 갈매기로 추정되는 새를 자세히 살펴보면 날개에서 흰 선을 발견할 수 있다(도2). 이는 붓이 종이가 겹쳐진 부분에 걸리면서 먹이 묻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두루마리 초본은 종이를 이어붙인 후 그려진 초본임을 알 수 있으며, 종이를 다량 준비한 후 한꺼번에 도상들을 그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 많은 종류의 새들이 두루마리 초본에 정갈하게 그려져 있으며, 낙관을 두 개나 찍어놓은 것으로 보아 그린 인물이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도3 《금수충린도회》 부분,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두루마리 초본의 용도와 연결 방식

도4
《금수충린도회》
종이 연결 부분

두루마리 초본은 9장의 종이를 연결해서 만든 긴 형태의 초본이다. 세로 길이는 27.5㎝에 불과하지만 가로 길이는 437.5㎝나 된다. 이 초본 그대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늘고 긴 종이의 장황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세로가 짧아 병풍으로 장황할 수 없고, 가로는 너무 길어 족자로 장황한다 해도 걸어놓고 감상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두루마리 초본은 어떤 용도로 제작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다른 초본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초본들 중에서 세로가 유난히 짧은 초본이 있다. 바로 책자형 초본이다. 책자형 초본들 중 과거에 소개한 적 있는 민화초본 교재 《금수충린도회》의 경우 표지를 제외한 내지가 18장의 초본을 길게 이어 붙인 구조다(도3). 이를 근거로 두루마리 초본의 용도를 추정해 보건데, 이 초본이 책으로 만들어졌다면 《금수충린도회》와 유사한 절첩장折帖裝 형태의 초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금수충린도회》와 두루마리 초본은 종이를 연결한 부분에 큰 차이가 있다. 《금수충린도회》의 종이는 붙은 면적이 넓은 반면(도4), 두루마리 초본의 종이는 붙은 면적의 가로가 5㎜도 채 되지 않는다. 종이를 섬세하게 연결한 방식을 통해서도 두루마리 초본이 공들여 만들어진 초본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은 작품만큼이나 초본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정성들여 초본을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상황이 작가를 도와주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초본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제작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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