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소장 <구운몽도九雲夢圖> – 자유로이 그려낸 일장춘몽의 서사

이번 시간에는 소설《구운몽》의 내용을 담은 <구운몽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성진 스님이 인간의 부귀가 한바탕 꿈과 같음을 깨닫고,
팔선녀와 더불어 극락으로 간다는 내용이다.
일체의 부귀영화가 헛되다는 교훈을 그려낸 이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구운몽도>는 서포 김만중이 쓴 소설 《구운몽》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소설을 그림으로 그린 예로 <구운몽도> 이전에는 <삼국지연의도>가 유행하였다. 《삼국지연의》가 조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국소설이라면 구운몽은 가장 인기 있는 조선소설로 교과서에도 소개된 고전이다. 소설 구운몽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고전이다.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은 구운몽을 ‘The cloud dream of the nine’라고 변역하면서 책 속 구운몽의 내용을 16장의 삽화를 그려 넣어 영국에서 출판하였다.
중국에서는 구운류라고 번역하여 출판했고, 20세기에 와서는 알브레히트 후베가 여러나라에서 이를 번역하는 등 구운몽은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김만중이 소설 구운몽을 지은 것은 1687년 김만중이 평북선천에 귀양 갔을 때이다. 귀양지에서 어머니 윤씨 부인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룻밤 사이에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이 소설의 제작지에 대해 ‘남해설’ 등이 있지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소설로 임금에서부터 기생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 구운몽의 매력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품격 있는 시, 논리가 정연한 상소문, 등장인물들의 품위 있는 대화, 18세기 선비들의 기품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 고사, 전설, 신화 등을 잘 결합해서 서사구조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김만중이 이렇듯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선 내 대표적인 귀족 집안에서 누렸던 문학적 풍요로움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구운몽도> 병풍의 서사 구성

<구운몽도> 병풍은 8폭 혹은 6폭 병풍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운몽도 각 폭의 장면은 ① 성진과 팔선녀가 돌다리에서 만나는 장면, ②성진이 양소유로 다시 태어나서 팔선녀와 차례로 만나는 여덟 장면, ③낙유원에서 양소유와 월왕이 자신이 가진 기녀들과 재주를 겨루는 장면, ④육관대사가 깨달음을 주려고 누대로 올라가는 장면, ⑤요지연도나 곽분양행락도의 잔치 장면과 유사한 장면, ⑥고사도에서 차용한 듯한 장면 등 20여종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서사구성은 작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 글에서는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 <구운몽도> 8폭 병풍(도1)과 <구운몽도> 6폭 병풍(도2)을 통하여 구운몽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8폭 병풍의 경우는 우측 1폭에서 7폭까지는 소설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적용되나 8폭의 경우 소설의 내용에 따르면 가춘운이 선녀로 변장하여 양소유를 유혹하는 장면인데 이는 5폭에 해당된다. 그림을 병풍으로 꾸밀 때 소설의 내용과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생긴 착오임에 틀림없다. 6폭 병풍의 경우는 그림의 내용이 소설의 전개 과정과 상관없이 뒤섞여 장황이 되어 있어 이 역시 소설의 내용과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

성진과 팔선녀가 만나는 석교장면

도1과 도2의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이 이른바 ‘석교石橋 장면’으로 <돌다리에서 주인공인 성진스님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장면은 구운몽을 대표하는 장면이자 도입부로 스님 복장을 한 성진과 아름다운 팔선녀, 저 멀리 깊은 골짜기에 있는 사찰을 묘사하고 있다. (도3)(도4) 김만중은 이 장면을 통하여 성진과 팔선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암시한다.
‘중국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서역으로부터 불교를 전하러 온 육관 대사가 법당을 짓고 불법을 베풀었는데, 동정호의 용왕도 참석한다. 이를 기특히 여긴 육관 대사는 제자 성진性眞을 보내 용왕에게 사례하도록 한다. 용왕의 강권으로 성진은 계율을 어기고 술을 한잔하고 돌아오다가 돌다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팔선녀를 만나 서로 희롱한다.’

첫 번째 여인 진채봉을 만나는 장면

버드나무가 늘어진 작은 누각에 아름다운 여인이 시종과 당나귀를 타고 가는 그림은 팔선녀중 <첫 번째 여인인 진채봉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양처사의 아들로 태어난 성진이 낙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에 서울서 멀지 않은 화음현 어느 그윽한 곳에 작은 누각 앞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양류사楊柳詞>를 읊는 장면이다. 누각 위에 있는 여인은 진어사의 딸 진채봉이다. 누각 안의 책거리는 양갓집 규수인 진채봉이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체 높은 집안의 여인임을 암시한다.
(도5) 6폭 병풍에서 여인은 자수를 하다가 소유를 내려다 보고 있다. (도6) 양소유가 진채봉의 마음을 흔들어버린 버드나무시 <양류사>는 다음과 같다.

푸른 버들가지 베 짠 것 같으니 [楊柳靑如織]
긴 가지가 화려한 누가에 닿았네 [長條拂畵樓]
그대 부지런히 나무 심어라 [願君勤種意]
버드나무가 가장 풍류더라 [此樹崔風流]
버드나무가 어찌 그리 청청한고 [楊柳何靑靑]
긴긴 가지가 누각 기둥에 닿았네 [長條拂綺楹]
그대 함부로 꺾지마라 [願君莫攀折]
이 나무가 가장 정겨웁더라 [此樹最多情]

<양류사>는 중국의 한시 전통에서도 봄의 풍류와 사랑을 읊는 노래이다. 말하자면 양소유가 <양류사>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이 만남을 계기로 성진은 진어사의 딸 진채봉의 청혼을 받아 진채봉의 집에서 약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낙양에 반란이 일어나 남전산에 잠시 피신했다. 그곳에서 남전산 도사를 만나 거문고와 백옥퉁소를 배웠는데 그 음악은 인간 세상에서 배울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였다. 반란이 평정되고 소유가 진어사 진채봉의 집을 찾아갔으나 그들은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몰락해버리고 진채봉의 소식도 알 수 없었다. 과거는 내년으로 연기되어 양소유는 어머님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과거 길에 오른다.

두 번째 선녀 계섬월과 천진교에서 만나는 장면

이 그림은 누각 위에 세 명의 기생과 두 명의 공자가 모여 뭔가 아쉬워하면서 좌측 다리 위에 있는 여인에게 주목하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화면의 하단에는 나귀를 탄 성진과 시종이 걸어가고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앵두꽃에 파묻힌 집이 있다. 여기서 여인이 서 있는 다리는 낙양의 천진교이고 그 여인은 계섬월이다. 주목할 점은 계섬월이 앵두나무가 무성한 집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도7) 이 장면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양소유가 연기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에 낙양 천진교 앞에 오니 낙양성의 소년 공자들이 당대 최고 명기를 모아 잔치를 열어 기생 계섬월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회를 하고 있었다. 양소유가 그 자리에 참석하여 아름답고 훌륭한 시로 계섬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양소유가 시회를 파하고 나오니 계섬월이 따라 나와 다리 남쪽 앵두꽃이 무성한 집을 자기 집이라고 일러주었다. 저녁에 양소유와 계섬월이 하룻밤을 보내고 계섬월이 종이라도 좋으니 섬기고 싶다고 하였다. 소유는 진채봉을 만난 이야기를 하자 소유가 여자 보는 눈이 우물 안의 개구리 같다고 하면서 기생 적경홍과 규방여인 정사도의 딸 정경패를 추천한다.’

세 번째 선녀 정경패를 만나서 봉구황으로 구애하는 장면

이 장면에는 거문고를 연주하는 여인으로 변장한 양소유와 그가 거문고 타는 것을 보는 정사도의 부인과 딸 정경패를 그리고 있다. 높은 담장을 두른 저택을 묘사하였고 정원에는 봉황이 깃든다는 벽오동이 자리잡았다. (도8)
두 번째 여인 계섬월로부터 규방여인으로 최고인 정사도의 딸 정경패를 추천받고, 장안에 도착한 양소유는 과거 시험은 뒷전으로 밀쳐 두고 명문 재상 정 사도의 딸 정경패에게 거문고를 타는 도교의 여관女官처럼 접근하여 거문고로 봉구황곡鳳求凰曲을 타 자신의 마음을 알린다. ‘봉새의 수컷이 암컷을 구한다’라는 뜻의 ‘봉구황’은 한나라 때 사마상여가 연주하여 탁문군을 아내로 맞이했던 고사가 있어, 우리의 고소설에서 남자가 여자를 꾀려는 곡으로 자주 등장한다. 정경패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지만 양소유의 부인이 된다. 이 그림은 바로 여관으로 변장한 양소유가 거문고를 타는 장면이다.
양소유는 정경패에게 관심을 두면서도 회시와 전시에 모두 장원으로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어 정사도 집에 통혼, 납채를 보내고 자주 드나든다. 이때 양소유의 나이는 16세였다. 여장에 속은 정경패는 양소유를 골려 주려고 정경패의 시녀 가춘운을 선녀와 귀신으로 변장시켰다가 이것이 또 인연이 되어 가춘운도 양소유의 여인이 된다.

네 번째 선녀인 가춘운에게 속는 장면

이 그림은 양소유가 정사도의 사촌인 정십삼랑의 계책에 속아 시동을 데리고 종남산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나귀를 타고 학림학사의 사모관대를 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에 급제하고 명관名官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림의 상단에는 진짜 선녀의 거처인양 구름 속에 휘장을 두른 방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아래에는 소설에서 청의여동靑衣女童으로 표현되는 하녀가 선녀인 가춘운에게 무어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도9) 이 그림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이러하다.
‘정경패는 양소유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양소유가 여장을 하고 속였던 일을 복수하기 위해 자기의 여종인 가춘운을 선녀로 변장시켜 놀리고자 하였다. 사촌인 정십삼랑을 시켜 종남산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산장에 가춘운이 선녀의 자태를 하고 기다리고 있고, 양소유는 이들의 계책에 속아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다 시가 적힌 계수나무잎을 보니 “신선의 삽살개가 구름 밖에서 짖으니 양랑梁郞이 오시나보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십리를 더 가니 청의여동이 양소유를 발견하고 “낭자여, 낭군이 오시나이다.”라고 가춘운에게 고한다. 이때 가춘운은 홍초의紅綃衣를 입고 비취비녀를 꽃고 백옥패를 차고 복숭아꽃 아래에 선녀처럼 서있다. 가춘운은 자신이 전설 속 선녀인 서왕모의 시녀라고 한다. 가춘운과 하룻밤을 보낸 양소유는 마치 무산巫山의 선녀와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나눈 듯 꿈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주위 사람들의 놀림감이 된다.’

여섯 번째 여인과의 이야기, 퉁소를 불어 학을 부르다

이 장면의 그림은 8폭 병풍의 5폭에 해당한다. 그림을 보면 하단에 한림학사의 의관을 정제한 인물이 퉁소를 불고 있고 마당에는 학이 두 마리 춤을 추고 있는데 이를 시동이 보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역시 퉁소를 들고 있는 공주가 시녀와 함께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도10) 이 장면의 서사는 이러하다.
‘연왕의 반란이라는 국가의 큰 변란이 생겨 양소유가 사신으로 가서 연나라를 정복하고 오다 계섬월을 만나 잠자리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적경홍이었다. 적경홍은 양소유의 다섯 번째 여자이다. 연나라를 정복하고 서울로 돌아온 양소유는 제후로 봉해지는 것을 사양하고 예부상서 겸 한림학사로 만족한다. 예부상서 한림학사에서 숙직을 하면서 벽옥碧玉 퉁소를 불었다. 퉁소 소리를 듣고 청학 한 쌍이 궐내 깊은 곳으로 날아와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궁에는 난양공주가 로마국에서 선물 받은 백옥퉁소가 있는데 난양공주가 불어야만 소리가 나는 이 퉁소를 불면 청학이 날아오곤 했다. 양소유가 퉁소를 불자 그 학들이 양소유의 퉁소 소리를 따라갔고 이 일을 계기로 둘이 인연을 맺는다.’

일곱 번째 여인 심요연이 등장하는 장면

도1의 6폭 장면이다. 그림을 보면 좌측 상단에서 하늘의 선녀와 같은 모습을 한 여인이 쌍칼을 휘두르면 구름을 타고 군막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군막에는 촛불이 켜 있고 갑옷투구를 한 장수가 병서를 보면서 앉아있다. 군막 밖에 있는 병사들이 창검을 놓고 졸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장군이 있는 군중軍中이라는 것은 ‘원문轅門’이라는 깃발로 표시하고 있다. (도11) 도2에서 이 장면은 쌍검이 아니고 장검 하나만 들고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오고 있고, 군막에 있는 주인공은 투구를 벗어놓고 병서를 보는 것이 도1과 차이가 있다. (도12) 이 그림에서도 역시 촛불과 졸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은 동일하다. 이 장면의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임금과 태후가 난양공주의 배필로 양소유를 선택하였지만 양소유는 정경패와 이미 혼약을 했으므로 사양했다. 그럼에도 한사코 태후가 양소유를 부마로 맞이하고자 하였으나 양소유가 끝까지 거부하자 그를 옥에 가둔다. 그런데 마침 티베트가 침략해 오자 임금이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양소유를 대원수로 임명하여 출전시킨다. 전쟁에서 승전을 거듭하던 양소유가 적석산 아래에서 진을 치고 방비를 튼튼히 한 뒤 군막 안에서 촛불을 밝히고 병서를 보고 있었다. 한밤중이 되자 한줄기 찬바람과 함께 손에 서리 같은 비수들 든 선녀가 내려온다. 이 여자가 자객 심요연인데 스승의 말을 듣고 귀인을 만나기 위해 검술을 배워 양소유를 죽이는 임무를 띠고 군막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런데 심요연은 양소유를 죽이지 않고, 그의 일곱 번째 인연이 된다.’

여덟 번째 선녀 백능파를 위한 전투

이 그림은 도2의 4폭에 있다. (도13) 그림의 상단은 양소유의 군대와 남해태자의 전쟁장면이다.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공격하는 이가 양소유와 그의 군대이고, 우측에는 붉은 옷을 입고 용머리를 한 남해태자와 게와 새우 몸통의 병사들이 쫓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림의 하단에는 적의 포위를 물리칠 생각을 하다가 졸고 있는 양소유를 그려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2단으로 구성했다. 그림의 서사는 다음과 같다.
‘양소유가 대원수가 되어 반사곡에 이르렀는데 여기에서 적병에 포위되어 이를 물리치고자 고민하다가 탁자에 기대어 잠깐 졸게 되었다. 꿈에서 양소유가 금안장을 얹은 말을 타고 용궁으로 들어가 동정호 용왕의 딸 백능파를 만났는데, 백능파는 남해 용왕의 아들이 강제로 결혼을 요구해 토번으로 피했다며 양소유를 남편으로 모시겠다고 하면서 여덞 번째 여자가 되었다. 양소유와 백능파가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돌연 남해 태자가 무수한 군병을 거느리고 와서 양소유의 군대와 일전을 벌인다.’
그림에서는 남해 태자가 잉어 제독과 자라 참군과 달려들지만 양소유가 백옥 손잡이 채찍을 들고 공격하면서 단번에 남해 태자를 사로잡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양소유, 월왕과 낙유원에서 기예를 겨루다

도1과 도2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도1의 7폭을 보면 화면의 중앙에 좌우로 월왕과 양소유가 자리잡고 있다. 그림의 하단에 말을 타고 좌측아래 두 마리의 꿩을 겨누고 있는 이는 양소유의 다섯 번째 선녀 적경홍이고, 쌍칼을 들고 검무를 추고 있는 이는 일곱 번째 선녀 심요연이다.(도14) 도2의 1폭을 보면 월왕 오른쪽 아래에 여덟 번째 선녀 백능파가 이십오현금을 연주하고 있다. (도15) 두 작품에서 보이는 것은 월왕과 양소유의 서열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월왕은 왕의 동생으로 왕자이고 양소유는 신하에 해당하므로 궁중예법에 따라 양소유는 똑바로 앉지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이는 윗사람을 공경하는 뜻으로 곡좌曲坐라 한다. 이 장면의 서사는 이러하다.
‘임금의 동생인 월왕이 양소유에게 어느 봄날에 장안의 명승지인 낙유원에서 사냥도 하고 풍류도 하고 놀면서 서로 기예를 겨루어 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월왕과 양소유가 준마를 타고 사슴과 고니를 잡았고, 월왕의 미인 두운선, 소규아, 만옥연, 호영영과 양소유의 선녀 계섬월,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의 기예자랑으로 이어진다. 심요연이 검무를 추고 적경홍의 사냥, 백능파의 이십오현금 연주를 한다. 백능파의 이십오현금 연주는 순임금의 두 부인인 아황과 여영이 연주한 악기로 동정호 용왕의 딸인 백능파와 동정호 부근 소상강에 죽은 두 부인을 연결하였다. (실제로 동정호안에 있는 군산이라는 섬에 아황과 여영의 사당이 있다. 월왕의 미인인 만옥연이 아쟁을 연주하는 것으로 잔치를 마친다.’

<구운몽도>의 나머지 이야기

양소유가 왕의 부마가 되어 6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온갖 복락을 누리다가 어느 중양절에 처첩들과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면 제액하는 행사에서 ‘내 누릴 것 다 누렸으니 신선 적송자赤松子를 본받아 남해 관음보살, 오대 문수보살에 귀의하여 불생불멸의 도를 얻어 인간세상의 괴로움을 벗고자 한다’하니 처첩들이 모두 이를 따랐다. 이때 육관도사가 찾아와 지팡이를 들어 난간을 두어 번 내리치니 모든 것이 사라지고 홀로 작은 암자의 부들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이 연화도량의 성진임을 깨닫게 되었다.
“장자의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꿈속의 나비 입장에서 보면 나비가 현실에서 장자가 된 것이다. 다시 생각하니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끝내 분별할 수 없었느니라.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현실인지 누가 알겠느냐?”
팔선녀도 육관대사를 찾아와서 불교에 귀의했다. 육관대사의 설법을 듣고 금강경에 있는 “세상만사가 모두 꿈같고 물거품 같으며 이슬 같고 번개 같으며 마땅히 세상은 이렇게 볼지라”를 외웠다. 성진과 여덞 비구가 단번에 깨달아 적멸(생사번뇌의 괴로움을 끊는 일)의 큰 도리를 얻었다. 성진이 연화도량에서 크게 불법을 베풀었고 대중을 이끌었다. “마침내 모두 극락으로 갔다. 아아, 기이하도다.”라는 글로 끝을 맺고 있다.
<구운몽도>의 핵심은 자유로움이다. 작품 속에는 시대를 떠나서도 변하지 않는 활달함과 자유분방함이 살아있다.


글 이상국 ((사)한국민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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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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