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재개관 특별전 –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지난 8월 4일 경기도박물관이 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해 현대민화 특별전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를 개최했다. 애초 기획했던 거란 문물 특별전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면서 4개월 만에 급박히 추진한 전시이지만, 전시는 탄탄한 서사와 높은 완성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유물과 현대 미술, 전통과 오늘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현장을 들여다본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경기京畿 6백여 년의 역사가 민화로 피어났다. 지난 8월 4일 경기도박물관(관장 김성환)은 설립 25년만의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박물관을 재개관하며 현대민화특별전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시의 키워드는 ‘경기도’와 ‘민화’로 두 가지 모두 우리네 전통과 다이내믹한 역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이번 전시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명의 민화 작가가 참여했으며 46점의 창작 민화부터 경기도박물관 소장 유물인 <책가도>, <어해도>, 미디어 아트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펼쳐졌다. 전시를 총괄 진행한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실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유물 위주의 박물관 전시관행을 탈피하고, 전통과 현대가 함께하는 전시를 구현하고자했다고 전했다.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콘텐츠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롭고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경기도의 역사문화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각 작품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경기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글로컬리즘(glocalism, 세계화와 지역화를 결합한 개념)적 성격을 띠고 있지요. 글로컬리즘적 관점은 민화의 성공적인 창작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박물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가 현대 민화 화단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경기도의 문화유산부터 역사적 이슈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방색의 벽면 위로 테마별 경기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제1부는 경기도의 유형, 문화재를 다룬 ‘경기 문화유산을 품다’로 시작된다. 김경희, 최서원 작가는 각자 주력하는 달항아리, 슈필라움 시리즈에 경기도 도자 문화를 녹여냈으며 문선영 작가는 즐겨 그리는 베갯모를 용문사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정현 작가는 현대적인 무속화로 표현한 군자봉성황제를, 조은희 작가는 트레이드마크인 책거리풍경에 행주산성을 담아냈다. 안미경, 이경미 작가는 남한산성과 여주 신륵사를 독창적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곽지영, 양재천, 유순덕 작가는 양주별산대놀이, 평택농악과 같은 무형 문화재를 한지 부조 작업, 강렬한 색감, 패턴화 등 직관적인 접근법으로 풀어낸다.
제2부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경기 역사 인물을 그리다’로 이어진다. 지민선 작가는 정몽주의 삶과 죽음을 문자도로 표현한 민화 용호도, 손유영, 조여영 작가는 황진이를 모티프로 작가의 마음을 투영한 고양이, 소녀 캐릭터를 함께 배치해 작업했다. 박희선 작가는 김정희의 과지초당을 모티프로 캘리그래피와 접목한 서화인생을, 이지숙 작가는 테라코타 기법으로 빚어낸 책거리에 나혜석과 최용신의 행보를 담아냈다. 김달지 작가와 이지은 작가는 여성의 한계와 차별에 저항한 나혜석의 삶을 독창적 초상화로 은유한다.
제3부의 테마는 ‘정조와 책가도’로 정조 시대와 관련된 작품과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장한종의 <책가도>, 엄재권 작가의 모사본 <화성능행도> 등이 함께 전시됐다. 라오미 작가는 김홍도작품 속 열린 구성 방식에 착안한 작품을, 윤경주 작가는 강세황과 김홍도의 인연을 사자성어로 함축하여 디자인한 문자도를 선보였다. 오순경, 김강미 작가는 정약용을 모티프로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과 방대한 공로를 화조도, 책가도로 표현했으며 안옥자, 정현, 정봉훈 작가는 용주사와 수원 화성에 깃든 정조의 꿈과 효심을 서사적으로 풀어냈다. 최재이, 이돈아 작가는 장한종이 그린 책가도를 새롭게 변주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돈아 작가의 책가도 작품은 2층에서 상영되는 미디어 아트로 이어지며 전통에 대한 관객의 새로운 사유를 유도한다.
제4부는 ‘역사의 장면을 담다’로 마무리된다. 각 작품들은 과거와 현대를 통틀어 경기도의 시대적 이슈로 손꼽히는 사건들을 들려준다. 권선경, 전소빈 작가는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를 각각 빈 책가도와 화접도로 표현했으며 손채수 작가와 이억배 작가는 군사분계선의 상처에 대한 극복의 메시지를 따뜻한 풍경으로 묘사했다. 차선미, 박소은 작가는 신미양요와 행주대첩을 창의적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외 이이남, 강애란, 김기라 작가가 각종 오브제 및 영상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민화의 무한한 잠재력 확인할 수 있었던 특급 프로젝트

경기도박물관은 8월 19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정병모 경주대 교수의 전시 연계 특강 <경기민화를 찾아서>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경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대면 특강을 진행했다. 정병모 교수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불화가 ‘고려불화’로서 독자적 양식을 구축하는 과정, 조선시대 서화가 및 현대 미술가들이 지역적 특색을 창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사례 등을 설명하며 경기 민화, 나아가 현대의 민화가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경기도박물관은 정병모 교수의 특강 영상을 경기문화재단 채널에 업로드했으며 오는 10월 21일 조은정 교수의 특강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역사와 예술, 과거와 현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지역적 소재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작가들의 높은 역량과 잠재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사였다. 민화가 노래하는 경기별곡은 멀리 멀리 퍼져 나가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일시 2020년 8월 4일(화) ~ 2021년 2월 14일(일)
장소 경기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 2층 상설전시실(조선실 통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잠정 휴관 및 개관 여부는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