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가 살아온 흔적을 만나는 공간, 온양민속박물관

온양 민속박물관
온양민속박물관

우리의 생은 우리보다 앞서 살아온 조상들의 삶이 존재했기에 가능하다. 이 당연한 이치를 우리는 너무도 쉽게 망각한다. 전통을 등한시하는 교육의 책임도 있고, 급격한 문명 발달이 순식간에 전통을 단절시켜놓은 탓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옛것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다. 올해로 개관 36년째를 맞이한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선조의 삶과 생의 흔적을 살펴보고, 그 삶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을 우리의 존재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왕이나 궁중의 삶은 비교적 많은 관심을 받는다. 남아있는 유물과 사료도 많을 뿐더러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반복해서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 이 땅을 살아온 수많은 백성들의 삶은 비교적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한데, 그 흔한 것들도 생활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사라지고 있다. 이제 민초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물관 안에서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온전히 보존되어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온양민속박물관은 1978년 10월 25일에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민속박물관이다. 전체 대지 64,800㎡에 전시관만 6,090㎡ 넓이를 자랑하며, 소장된 전시품만 해도 1만 7천여 점에 이른다. 실내전시실은 총 네 군데로 상설전시실 세 곳과 특별전시실 한 곳이다. 온양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의 대부분 전시품은 전시를 위해 제작한 모조품이 아니라 실제 우리 조상들이 만들고 사용해온 것들을 수집한 것이다.

실제 사용하던 민속품을 통해 민초의 생을 돌아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

온양민속박물관의 제1전시실은 <한국인의 삶>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일생의 통과의례로 일컫는 관혼상제에 대한 민속품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돌잔치에 사용하던 돌상이나 전통혼례에 입었던 혼례복, 장례용품인 상여와 요여 등 다양한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풍부한 내용의 12폭 평생도를 통해 조선시대 양반의 이상적인 한평생을 그림으로 엿볼 수 있게 하였다.
제2전시실의 주제는 <한국인의 일터>다. 현대에서 일터라고 말하면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지만, 예전에는 산과 들과 바다가 곧 삶의 터전이었다. 조상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사용했던 쟁기, 써레, 괭이와 같은 농기구나 통발, 작살과 같은 어로 기구를 볼 수 있다. 거대한 크기의 전시품도 있다. 나락을 털지 않고 보관하는 나락뒤주나 경남 통영지방 내만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쌍돛대소형어선도 전시실에 보존되어 있어 그 실물을 감상할 수 있다.
제3전시실은 공예와 학술, 예술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신앙, 무속신앙, 불교와 관련된 물품들과 그림, 조각들을 볼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가장 끄는 소장품은 전통 탈을 모아둔 코너로 경기 산대놀이탈, 오광대 문둥이탈, 하회 병산탈 등 표정이 살아있는 각 지역의 탈이 집대성되어있다.

 
야외전시실에 전시된 석상과 너와집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 있는 이유

온양민속박물관은 실내 전시관만 해도 규모가 상당하지만,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드넓은 야외 전시실이다. 취재차 이곳을 찾은 날도 대여섯 팀의 유치원 학생들이 석상 사이를 뛰놀며 현장학습을 만끽하고 있었다. 잔디 위에 자유로이 조성된 야외전시실에는 18세기 무관석과 조선시대 석인상 무리, 돌호랑이 등의 석상이 있고, 청동기 시대의 제단 고인돌이나 고려시대의 아미타여래 입상도 볼 수 있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야외전시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너와집이다. 너와집은 나무를 기와처럼 지붕에 얹어 만든 목조 가옥으로 강원도 산간에서 주로 지어졌다. 온양민속박물관 야외전시실의 너와집은 1875년 지어진 것으로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에 있는 것을 1983년에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지금은 강원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건물로 너와집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라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다. 그밖에도 야외전시실에는 연꽃 가득한 연못이나 뮤지엄카페, 야외공연장이 있어 다채로운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설립자의 호를 딴 구정아트센터가 있어 기획전이 있을 때 찾아간다면 현대의 문화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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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에 선보이는 특별전 올해는 <부엌-삶의 지혜를 담다>

온양민속박물관의 1만 7천여 소장유물 중 4~5천 점만이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나머지 소장유물은 특별전을 통해 정리하고 선별하여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특별전은 보통 매년 개관일인 10월 25일 전후로 두세 달 동안 선보이는데, 이 시기는 가을이 절정으로 치닫기 때문에 야외전시실을 비롯한 박물관의 경관이 가장 좋을 때기도 하다. 개관 초기에는 외부 초대전도 자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소장품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2008년에는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겨레그림 꿈과 현실의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민화를 비롯한 소장 미술품을 700여 점 전시했다.
올해는 부엌을 주제로 300여 점의 유물을 공개하는 <부엌-삶의 지혜를 담다>를 선보인다. 부엌은 단순히 밥을 만드는 곳을 넘어 행복한 밥 내음과 함께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공간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또한 어머니의 공간, 며느리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부엌에 얽힌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부엌-삶의 지혜를 담다> 전은 9월 30일(화)부터 11월 2일(일)까지 본관 2층 특별전시실에서 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Interview. 온양민속박물관 신탁근 고문

온양민속박물관   신탁근 고문설립추진위원회부터 맺은 36년 인연
온양민속박물관은 아동도서 총판인 계몽사의 고(故) 김원대 회장이 1978년 설립했다. 현 온양민속박물관 김은경 관장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원대 회장은 평소에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또한 민속품에 대한 관심도 많았기에 사재를 털어 박물관 운영을 결심했다. 박물관 개관 전에는 설립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신탁근 고문은 그 추진위원회에서부터 온양민속박물관과 함께했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박물관장으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고문 직책으로 박물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물관 설립을 준비하던 1970년대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무분별하게 외래 문명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 민속자료들이 변질되고 소멸되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우리 것은 천대시하게 되고 정체성이 불분명해졌죠. 현대가옥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농기구 한 점이라도 보관할 장소가 없으니 제대로 계승이 되기 바라는 것도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신탁근 고문은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외치면서도 민속품은 쓰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버려지고 수몰되고 불태워지는 많은 민속품을 박물관에 소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박물관이 설립되기 전부터 함께한 그가 박물관과 소장 민속품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온양민속박물관이 묵묵히 지켜온 전통의 가치를 지금보다 더 많은 관람객들이 접할 수 있길 바란다.

  • 관람시간 : 오전 9시 30분~ 오후 5시 30분 (오후 5시 매표 마감)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관람요금 : 일반인 5천 원, 청소년 및 군인 4천 원, 경로·장애인 및 아산시민(신분증 소유자) 1천 원
  • 문의 : 041-542-6001~3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김호일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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