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카페 무랑가배

산수山水의 그림자 그윽하게 내려앉은 호반
물왕호수에 피어오르는 민화의 꽃



서둘러 찾아온 초여름의 기운에 녹음이 짙어가는 산 그림자가 그윽하게 반영된 물가. 경기도 시흥시 물왕호수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무랑가배는 민화 전문 갤러리이자 전망 좋은 카페를 겸하고 있다. 누구든 자유롭게 민화를 그릴 수 있는 담장 없는 민화의 낙원을 꿈꾸었던 故 유영희 작가의 선한 영향력이 깃들어 있는 그곳. 오늘도 무랑가배에서는 커피처럼 진한 민화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글·사진 우인재 기자


어변성룡도에서 보았을 법한 물고기가 힘차게 도약하고, 왜가리가 미끄러지듯 하늘을 유영하는 한갓진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물왕호는 잿빛 도시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물왕호수가 자리 잡은 시흥시 물왕동 일원은 수도권 제1순환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까지 무려 3개의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호반의 동남쪽이 고층 아파트들에 둘러싸여 있어 그야말로 섬 같은 완충녹지이기 때문이리라. 시흥 일대의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이 고즈넉한 호숫가에 갤러리 카페 ‘무랑가배’가 자리 잡고 있다.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공간


무랑가배는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故 유영희 작가의 아들인 오원택 대표가 지난 2019년에 오픈한 카페로 물왕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반 북쪽 도로변에 위치한다. 처음에는 전망 좋은 보통의 카페로 문을 열었던 무랑가배는 유영희 작가와 그 스승인 설촌 정하정 선생의 권유에 따라 갤러리를 겸하게 되었다.
지금은 오로지 민화 작가들을 위한 민화 전시만 진행하고 있는 무랑가배는 오픈 당시만 해도 사방이 통창으로 된 탁 트인 실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 카페로 용도변경을 위해 일부 창문을 가리고 그림을 걸 수 있는 가벽을 세우는 등 내부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미 커피가 일상의 문화로 깊이 자리 잡은 요즘, 카페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훌륭한 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터. 그러나 오원택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처음부터 민화 화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작가들을 지원하자는 뜻을 담아 변화를 모색했던 공간이기 때문.

행복과 길상의 느낌으로 가득한 공간

무랑가배 곳곳에는 유영희 작가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가 따로 화실을 구하기 전까지 그림을 구상하고 창작 작업을 이어가던 곳이기에 그리고 제자들에게 민화를 지도했던 공간이 바로 무랑가배였기 때문이다. 민화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카페 2층으로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유영희 작가의 작품들과 만나게 된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서면 오른편 벽에 100호 크기의 커다란 작품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서울 인사동에 갤러리 올에서 진행되었던 유영희 작가의 초대전 <행복민화>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엄마의 정원>이다. 언제나 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던 유영희 작가가 자신의 고운 심성을 한 올, 또 한 올 붓에 적셔 그렸을 이 작품에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묘한 이끌림이 느껴진다. 화사한 색감으로 담아낸 길상의 꽃 모란들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고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듯 넉넉하게 표현한 고봉밥은 유영희 작가의 작품세계를 함축해 놓은 것 같다.
이러한 행복과 길상의 느낌 때문일까. 이 작품 바로 앞은 무랑가배 방문자들의 단골 포토 스팟이기도 하다. 테이블 대신 작은 소반들을 두어 좌식으로 꾸민 2층의 안쪽 공간에도 유영희 작가의 작품들이 놓여있다. 한지 대신 목재 위에 석류와 복숭아, 모란 등을 그려 넣은 소품 덕에 카페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선한 영향력으로 민화를 널리 알리다

오원택 대표는 지난 3년여 기간 이곳 무랑가배 2층에서 진행된 전시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초대전으로 얼마 전 끝난 김수환 작가의 개인전 을 꼽았다. 지난 3월 27일(월)부터 4월 17일(월)까지 열렸던 전시에는 김수환 작가가 그린 故 유영희 작가의 초상이 선보였기 때문. 생전에 김수환 작가의 작품활동에 대하여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냈던 유영희 작가였다. 그에 대한 보은의 의미로 완성된 초상화인 만큼 아들 오원택 대표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 같은 전시였으리라.


무랑가배에는 현재 김도현 작가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오는 5월 29일(월)까지 김도현 작가의 초대 개인전 <민화, 일상의 태평성대>가 개최될 예정.



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는 일을 낙으로 여겼던 유영희 작가의 유지를 이어받은 오원택 대표는 무랑가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의 힘을 지속시키는 한편 서울 근교에 또 하나의 갤러리를 오픈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눈여겨보고 있는 갤러리 후보군도 정해놓았다고.
“현재 무랑가배의 전시 일정 관리는 어머니가 활동하시던 설촌회에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개인전을 처음 하시는 작가님들 위주로 전시 계획을 잡고 있는데 올해는 이미 전시 일정이 꽉 찬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직접 일정관리를 해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어머니와 설촌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무랑가배를 민화의 공간으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865-5
0507-1318-1754
영업시간 : 매일 12: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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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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