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두 장의 쌍둥이 초본, 산신도 초본­

산신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

지금까지는 초본을 가지고 그린 완성본을 찾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시간은 초본을 바탕으로 그린 초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형제처럼 닮은 두 초본 간의 차이점을 찾다보면 초본의 또 다른 기능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통점과 차이점, 그 사이의 거리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바로 과거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가회민화박물관 산신도 초본과 목아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산신도 초본 두 점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두 초본이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초본의 크기와 전체적인 구도뿐만 아니라 산신령의 표정, 호랑이의 자세까지 같은 그림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똑같아 보이는 이 두 그림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색상 표기이다. 왼쪽의 그림에는 색상 표기가 없는데 비해, 오른쪽의 그림에는 각 부분마다 들어갈 색상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림 묘사의 섬세함의 차이다. 배경이 되는 산 부분의 묘사가 왼쪽의 그림보다 오른쪽의 그림이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소나무 등걸 또한 오른쪽의 그림이 좀 더 잘 묘사되어 있다.

산신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 목아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 목아박물관 소장

위에서 설명한 차이점은 세부묘사의 차이일 뿐 세부묘사 부분을 지우고 비교해본다면, 두 초본은 어느 누가 보아도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작된 초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초본이 먼저 그려졌을까

그렇다면 이 두 장의 초본 중에서 어떤 초본이 먼저 제작된 것일까. 어떤 초본이 먼저 그려졌든 간에 오른쪽의 초본은 교육용, 또는 선물용으로 제작되었으리라 추측된다.
교육용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오른쪽 그림이 세부묘사까지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는 점과 색채명이 쓰여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누군가가 이 초본을 사용하여 산신도를 직접 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제작되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선물용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두 초본의 손상도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초본을 두 장 그린다는 것은 대개 초본이 손상되었을 때 다시 그리는 것이다. 그런데 멀쩡한 초본을 두고 새로 초본을 그렸다면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신도는 주로 무속인의 신당이나 사찰의 산신각에 봉안되었던 그림이다. 이 초본의 구도와 섬세한 필체 등을 보았을 때, 이 초본에서 나온 산신도는 신당보다는 사찰 속 산신각에 모셔졌을 확률이 높으며, 따라서 금어승이 이 초본을 그렸을 확률도 높아진다. 만약 한 금어승이 다른 금어승의 초본을 보고 자신에게 같은 초본을 달라고 부탁한다면 같은 구도자求道者의 처지인 상황에서 누가 거절하겠는가?
이번 시간에는 산신도 초본 두 점의 비교를 통해 초본의 또 다른 기능인 교육의 기능에 대해 살펴보았다. 과거의 민화작가들은 초본을 통해 배우고 교류하면서, 민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의미를 더욱 널리 퍼트렸던 것이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사진제공 : 가회민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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