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연 제1회 개인전 – 춤추는 붓끝을 따라가니

동양화 붓은 다루기가 까다롭다. 서양화 붓보다 붓털[毫]이 부드럽고 둥글게 모아지기 때문이다. 붓을 잡고 어떻게 힘을 주고 움직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된다.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붓을 이끌지 말고 붓이 이끄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대의 몸짓과 호흡에 온 감각을 집중하고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민화를 그리다보니 종이 위에서 붓끝이 춤을 추는 것 같다는 강호연 작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베테랑 댄스스포츠 강사이기도 한 강호연 작가가 춤을 추듯 붓질의 즐거움을 느껴온 작품을 모아 첫 번째 개인전 <민화, 춤추다>를 개최한다.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KBS춘천방송국 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병풍 4점을 포함한 전통민화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그녀가 4년 동안 권매화 작가를 사사하며 그린 능행도, 궁모란도, 책가도, 송하맹호도, 십장생도, 요지연도 등 다양한 화목을 감상할 수 있다.
“왈츠, 탱고, 차차차, 룸바 같은 댄스스포츠를 지도한지 15년 정도 됐네요. 요즘은 민화를 매일 그리다보니 춤을 추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몸을 대신해 붓끝이 춤을 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시 제목에는 저를 드러낼 수 있는 춤과 그림을 모두 담았죠.”
강 작가는 <봉수당진찬>과 <환어행렬>을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그림 속 축제 분위기가 전시 제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방학 때 <화성능행도華城陵幸圖> 8폭 병풍 가운데 두 폭을 하루도 쉬지 않고 붓을 놀려 두 달 만에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화성능행도>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 현륭원을 방문한 행사 장면을 8폭에 순서대로 나누어 그린 기록화이다. 그녀는 작품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견학하고,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화면 아래에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원근투시법이 구사된 <환어행렬>에 손자와 손녀가 행차를 지켜보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 그림으로 남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춤을 추듯, 붓을 잡고 살다

강호연 작가가 민화를 그린 햇수는 8년이지만, 그림과 맺은 인연은 훨씬 오래됐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수채화와 유화를 배웠고, 대입 미술특기생을 준비하기도 했다. 뛰어난 배색 감각과 꼼꼼함으로 한때 애니메이션 작화 감독으로 일한 적도 있다. 전통안료로 우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권매화 작가에게 궁중민화를 배우면서였다. 강 작가는 권작가를 만난 뒤로 남편의 퇴직 시기와 비슷한 시점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고자 개인전을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남편은 그림 그리는 제 곁에서 신경쓸만한 일들을 알아서 해줬어요.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을 켜주고, 지쳐 보이면 밥하지 말고 외식하자고 그랬죠. 전시를 열게 된 것도 남편의 외조 덕분이죠. 언제나 저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한 강호연 작가는 가회아카데미를 통해 민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작가들과 전국적으로 교류하며 감명 받은 작품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해왔다. 제8회 (사)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특선을 받은 <송하맹호도>와 여러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었다. 앞으로 춘천에 화실을 오픈해 붓질의 즐거움을 나누겠다는 강호연 작가. 그녀는 탱고를 가장 좋아한다며 영화 <여인의 향기> 명대사를 인용해 ‘춤추는 붓끝을 따라가면 그게 바로 민화’라며 웃었다.
“저는 전통민화를 간색으로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해요. 어느 공간에 장식해도 보기 좋고, 민화의 매력을 놓치지않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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