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1 <감모여재도, 가회민화박물관>

감모여재도

필자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민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고 깊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민화民畵가 민속회화民俗繪畫의 준말이라면 크게 틀린 용어는 아니다. 민속학의 범주에서 민화를 다루는 것은 이상하지는 않으나 민속학 연구자들은 회화라는 조형예술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으며, 회화 전공자들은 일반적으로 사대부 그림을 주로 공부하므로 민화의 양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민화를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민화에는 선사시대 이래 지금까지의 전통이 축적된 두꺼운 문화층을 이루고 있어서 그 모든 시대의 조형예술을 깊이 공부하지 않고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필자는 광범위하게 연구하여 인류 조형예술의 성립과 전개의 원리를 6,000점의 작품들을 채색분석하면서 찾아냈으며, 민화에도 그 방법을 적용해 풀어내면서 뜻하지 않게 인류 문화의 보고寶庫를 찾아낸 것이 기쁘기 한이 없다.

사람들은 필자 개인적 견해로 민화를 심오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화는 원래 그렇게 심오한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이런 연재를 할 수 있게 자료를 제공해 주신 민화 연구자, 수장가, 서울옥션과 K옥션, 그리고 윤열수 관장님 등 여러분께 새삼 감사드린다. 사람들은 필자 개인적 견해로 민화를 심오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화는 원래 그렇게 심오한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이런 연재를 할 수 있게 자료를 제공해 주신 민화 연구자, 수장가, 서울옥션과 K옥션, 그리고 윤열수 관장님 등 여러분께 새삼 감사드린다. 이른바 민화라는 그림은 보기에 그리도 쉬운데, 민화에 대한 필자의 글은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아예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 한편 이해하기 쉽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개 필자의 강의를 오래 들은 경우다. 왜 그럴까. 필자는 13년째 연구원에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인류와 세계의 조형예술품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짐작해 보면 4,000여 회의 강의를 해온 셈인데 강의 내용이 모두 새롭고 다르다. 매주 새로 밝힌 진실을 강의하고 있으며, 건축·조각·회화·금속공예·도자공예·목공예·복식 등 모든 장르를 다루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오래 듣지 않고 도중에 중지한 분들은 그 이후의 성과를 알지 못한다. 더구나 조형예술을 해독하는 방법인 <채색분석>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채색분석법은 필자가 개발한 조형언어의 해독법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조형들을 필자가 찾아낸 해독법의 원리로 흑백이든 컬러든 새로운 색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채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낸 원리를 모르면 채색분석할 수 없는 특수한 해독법으로, 세계의 조형예술품이 이 방법으로 모두 풀린다. 실제로 필자는 작년 1년 동안 매주 서울신문에 동서고금의 세계의 조형예술품 등을 영기화생론으로 풀어낸 적이 있다.

잃어버린 조형과 상징을 찾는 과정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의 조형예술품에는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현실에서 보이는 사물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 현실의 것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도 차원이 다르므로 같다고 할 수 없다는 진실을 마침내 알아냈다는 점이다. 근대에 이르러 자연주의와 사실주의가 문학과 조형예술에 나타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생긴 이후 우리는 생각이나 시각이 그런 방향으로 익숙해져서 현실에 없는 조형은 물론 상징도 모두 잃어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잃어버린 줄도 모르므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잃어버린 조형과 상징>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현실에서 본 것을 전부로 알고 있으므로, 현실에서 본 것으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조형예술에 나타난 조형에 빗대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쓴 글은 모두 올바르지 않다. 그리고 조형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문헌기록에 남겨진 내용을 무조건 따르므로 역시 이를 기초로 연구하여 글을 쓰면 오류가 축적될 뿐이다. 조형예술에 관한 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것 이외의 문헌기록은 ‘대부분 옳지 않음’ 역시 필자가 알아냈다. 이상과 같은 인습이나 오류에 화석화된 사람들은 조형예술품을 올바로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조형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해 각각의 시대의 드높은 차원의 정신이나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요즈음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오랜 시대에 걸쳐 보이지 않았던 ‘우주에 가득 찬 기운’을 조형예술가들은 형상화해왔기 때문에 그 형상화된 조형들 역시 보이지 않았던 것이며, 더욱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필자는 세계 최초로 그러한 조형언어들을 해독하였으며, 그 보이지 않았던 조형들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도 오류가 많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필자는 특히 우리나라의 선사시대-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의 모든 장르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므로 감모여재도의 여러 조형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며 세계의 많은 조형을 빌어서 설명하고 있다.

자연의 형태를 따른 것이 아니다!

민화를 살펴보면, 현실에서 보이는 자연의 형태는 하나도 없다. 필자가 여러 가지 조형들을 그려서 채색분석하여 친절히 설명하여도 어렵다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용어가 낯설고 해석이 낯설기 때문이고, 자신의 정신을 고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과거의 인습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인습因襲이란, 이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습관으로 ‘낡은 인습’을 말한다. 항상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한번 인습에 얽매여 버리면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 인습에 대해 더 생각해보자.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습 중에서 합리적이나 진보적 관점에서 가치가 의심되거나 부정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고대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식주衣食住의 터부가 집단으로, 그리고 강력한 사회적 명령도 따로 없이 그저 지금까지 지켜져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이 인습은 사회의 확대개방 및 합리적 정신의 발달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자들은 인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습의 벽을 굳게 다져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자연물自然物에 상대하는 조형예술품造形藝術品에 있어서는 인습의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 필자의 방법론은 바로 이러한 인습을 타파하려는 데 있으므로 혁명적 경향이 강하다.가회민화박물관 소장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를 살펴보면, 역시 현실에서 보이는 자연의 형태는 하나도 없다.(도 1) 이 그림의 바닥부터 살펴보자.(도 2-1) 이 역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바닥의 조형이다. 비록 바닥이라고 말은 했지만, 현실의 바닥이 아니고 그림 아랫부분으로 차례상까지 한 가지 조형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림의 바탕을 이룬다. 필자는 항상 불화나 민화를 밑에서부터 살펴본다. 왜냐하면 회화란 <생명이 생성하는 단계적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필자가 이름 붙인 영기문靈氣文들이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바로 이 바닥의 영기문이나 주변의 영기문에서 사당도가 영기화생한다. 그러면 아래 부분의 조형을 그려서 채색분석해 보기로 하자. 채색분석이라는 것은 영기문 해독의 도구이므로 반드시 해봐야 상징을 체득할 수 있다. 마치 현미경 없이는 미세한 생명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필수의 도구이며 수단이다. 그러므로 전개원리를 모르면 누구도 채색분석할 수 없다.바닥의 조형을 그저 ‘무늬’라고 부르고 지나친다. 무엇인지 모르면 무늬라고 치부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인류의 조형예술품 가운데 80%가 무늬이고 보편적이고 뚜렷한 전개원리가 있어서 채색분석이 가능하다. 감모여재도도 전체 조형이 무늬다. 그래서 채색분석을 통하여 조형원리와 상징을 풀어내고 있다. 바닥의 조형을 부분만 그려서 채색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도 2-2, 도 2-3) 그림에서도 단색이어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채색분석을 해보면 뚜렷이 볼 수 있고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보주寶珠>라든가 <영기문靈氣文>을 모르면 채색분석을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개념은 필자가 처음으로 밝힌 것이어서 이하의 해석이 가능하다. <보주>는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는 있으나 그 조형과 상징은 아무도 모르고 있으며, 여러 책에 쓰인 내용은 모두 올바르지 않다. <영기문>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조형이었으므로 이름도 없던 것을 필자가 만든 용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몇 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며 작품들을 다루어가면서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중대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장식화 아닌, 사상 담은 그림

한눈에 국화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국화꽃은 현실에 없다. 중심에 작은 원이 있고 가운데에 더 작은 원 세 개가 있다. 씨방 안의 씨앗이다. 그러나 씨앗이 보주가 된다는 것을 필자가 서서히 인식의 깊이를 지속하다가 절감할 때는 바로 채색분석할 때이며 그때마다 인식의 골은 새롭고 깊어간다. 씨앗의 색은 한 가지가 아니다. 씨방 안의 보주를 빨갛게 칠하는 이유는 가장 강력한 영기를 나타내는 색이기 때문이다. 씨앗은 생명의 근원이다. 씨앗에서 싹이 터서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가을을 거쳐 겨울에는 줄기만 남지만, 이듬해 봄에 씨앗에서 다시 생명이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대우주의 순환이라는 자연적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씨앗이 보주로 된다는 것은 자연현상을 고차원으로 승화시켜 우주의 진리를 담는다. 보주란 대우주에 충만한 영기, 즉 신령스러운 기운을 압축한 것으로 모양은 여러 가지이나 흔히 입체적인 구체球體나 평면적인 원圓으로 나타낸다. 씨방 안에는 하나에서 수많은 씨앗이 들어있다. 그 수가 정해진 바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무량한 보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무량한 보주들은 거대한 보주 안에 들어 있으며, 그 거대한 보주라 하더라도 작은 좁쌀같이 표현하기도 하고, 사과만큼 크게도 표현할 수 있는데 크기와 관계없이 대우주를 상징한다. 즉 보주라는 조형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큰 보주 안의 작은 보주 안에도 무량한 보주가 들어갈 수 있다. 보주라는 개념을 필자가 서서히 정립하여 오고 있다. 보주란 대우주의 영기를 담고 있으므로 만물생성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보주라는 형태에서 조형적으로 만물을 직접 생성시키기 어려우므로, 보주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으로부터 보주가 연이어 나오거나 갖가지 영기문이 나오는데 그 모든 영기가 제1영기싹과 제2영기싹, 제3영기싹 세 가지 기본 영기문으로 성립한다.(도 3) 그러므로 보주-제1, 제2, 제3 영기싹 영기문은 가장 중요한 생명생성의 근원이 된다. 영기문이란 개념은 여러 가지 형태의 영기문을 하나하나 명칭을 만들 수 없으므로 다른 형태의 모든 영기문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보주 안에 무량한 보주를 넣고 그 중심으로부터 긴 잎 같은 모양들을 이중으로 해서 방사선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증명하기 어려우나 연꽃잎이 보주화寶珠化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필자의 독자적 방법론인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은 활력을 띠게 된다. 미술사에서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미술사학자는 필자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80%가 이 이론으로 풀린다. 긴 잎의 끝을 보주로 표현하면 중심의 보주에서 작은 보주들이 사방으로 확산하는 모양을 띠게 되고 연이어 더 넓게 더 많은 보주가 확산하여 무한히 퍼져나가지만, 이 정도에서 그친 것뿐이다. 이론적으로는 3중, 4중 등 무한히 전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을 포함한 큰 것을 역시 보주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시 큰 원을 그리면 옹색해질 수 있어서 제한적인 큰 원으로 둘리지 않았다. 바로 이 큰 보주에서 제1영기싹이 나오고 대칭으로 또 제1영기싹이 나와서 제2영기싹을 이루지 않는가. 그리고 제1영기싹에서 다시 제1영기싹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그림에서는 현실에서 보는 잎 모양의 영기문이 연이어 생겨나 또다시 제2영기싹을 이룬다.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따라오면서 조형을 살펴보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해독을 따라오다가 금방 지쳐버려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이런 조형이 바닥에 가득하다. 즉 바닥에 강력한 영기문을 배치함으로써 그 윗부분의 갖가지 조형들, 즉 사당건축과 차례상 등을 영기화생하는 것이다. 바닥에 함께 제사 차림상이 있는데 그 상의 앞면에도 같은 영기문을 그대로 두었다.(도 4-1)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귀찮아서 지우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목가구인 제사상에 그런 영기문을 가득 채우고 측면과 다리의 형태를 영기화함으로써 제사상에서 촛대나 각종 음식이 화생케 하기 위함이다. 흔히 상의 아랫부분을 안상眼象이라 부르는데 말도 안 되는 틀린 용어다. 역시 일본에서 쓰는 용어를 가져다 쓴 것으로 일본의 미술사 용어들 가운데 틀린 것이 너무나 많지만, 사람들은 틀린 줄도 모르고 그러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채색분석한 것을 보면 아래의 곡선이 제1영기싹으로 연이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도 4-2) 이렇게 제1영기싹이 연이은 조형은 이미 인류의 선사시대부터 나타난 것으로 <물>을 상징한다. <물> 역시 만물생성의 근원인데 제1영기싹이 물을 상징하고, 보주 안에는 가시적으로 물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보주와 영기문은 물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이라 해도 현실에서 보는 물이 아니고 정화된 물인 정수淨水, 성화된 물인 성수聖水, 영화된 물인 영수靈水를 가리킨다. 그런 조형이 이루는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고 대우주를 머금고 있다. 이 공간의 입구를 필자는 <영기창靈氣窓>이라 이름 지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대우주의 영기가 충만한 사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당의 지붕을 보기로 한다.(도 5-1) 건축에서 지붕이 지니는 상징은 크다. 지붕이 어떤 형태이든 천공天空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지붕은 대우주를 상징하므로 영기가 충만해 있어서 밖으로 영기문이 발산한다. 그런데 이 사당에서는 소나무가 발산하고 있다! 요즈음 소나무를 유심히 관찰하여 오고 있는데 그 까닭은 솔잎의 날카로운 잎들이 강력하게 확산擴散하는 조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나무의 용틀임을 항상 용목龍木이라 여기며 우주목이고 보주목이라 생각해 왔다. 붉은 나무줄기와 짙푸른 솔잎이 조화롭고, 솔잎모양 영기를 내뿜는 신령스러운 나무다. 한국을 상징하는 나무로 바위에서도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모습은 중국 소나무에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작품에서 소나무의 형이상학적 성격을 강력히 보여준다. 감모여재도의 사당 옆에 반드시 소나무가 서 있다. 이 그림에서도 사람들은 사당 뒤에 서 있는 소나무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건축의 추녀마루 좌우 끝과 곳곳에서 강하게 발산하는 솔잎 모양 영기문이다.(도 5-2) 뿐만 아니라 용마루 양쪽 끝에서도 보주가 발산하고 있으며 보주에서 솔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고, 그 아래쪽에서는 굵은 소나무 가지가 뻗쳐나가고 있으며, 용마루 중간에서는 가장 굵은 소나무 줄기가 용틀임하며 뻗어나고 있다. 솔잎이 영기문이므로 빨간색으로도 써보았다. 이제 소나무가 영목靈木이며 우주목이며 생명수임이 증명된 셈이다. 지붕 아래의 둥근 서까래들도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보주를 상징하고 있다. 사당의 양쪽에 서 있는 만병과 ‘우주목=보주목’은 건축만큼 커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듯하다.(도 6-1) 향해서 오른쪽의 만병에서는 보주꽃이 오르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란이라고 부른다. 줄기에서 잎이 나오고 있는데 현실에서 보는 잎이 아니란 증거는 연두색 잎에서 노란 잎이 생겨나는 조형이다. 실제로 그렇게 생겨날 리 없다. 그 조형을 단순화시키면 제2영기싹이 된다.(도 6-2) 붕긋붕긋한 모양의 꽃잎마다 놀랍게도 빠알간 보주의 표현이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보주들의 덩어리가 아닌가. 보주들의 집적集積이기에 꽃잎 모양의 두 곳에서 짙은 녹색으로 칠한 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다. 그다음에 뻗어 올라간 두 줄기 양편에 아래 보주꽃과 줄기에서 생긴 제3영기싹 영기문이 있는데 제2영기싹 갈래에서 빨간 보주가 생겨나지 않는가! 향해서 왼쪽에는 제2영기싹 줄기에서도 보주가 생기며 그 보주로부터 짙은 녹색의 잎 모양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으며, 제2영기싹 갈래에서 보주가 생겨나 제3영기싹 영기문을 이루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보주에서 연이어 또 하나의 보주가 생겨나지 않는가!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떻게 제1영기싹과 제2영기싹과 제3영기싹을 알았고, 제3영기싹에서 보주가 생겨난다는 것도 어찌 알았으며, 보주에서 보주가 생겨난다는 것도 어찌 알았단 말인가. 맨 위의 보주꽃도 보주의 집적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사방으로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다.향하여 왼쪽의 연꽃도 현실에서 보는 연꽃이 아니다.(도 7-1) 그 증거로 만병에서 처음에 양쪽으로 나오는 ‘면面으로 된 제1영기싹’을 보면 알 수 있다.(도 7-2) 만병 안에 가득 찬 영기, 그것을 가시화한 ‘영화된 물’, 그리고 영화된 물에서 성립된 갖가지 영기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제1영기싹 영기문이 중요하다. 제1영기싹에서 제2, 제3영기싹 등이 성립하므로 제3영기싹 가운데는 제1, 제2영기싹이 포함되어 있다. 그 갈래 사이에서 연꽃모양이 생기므로 크게 보면 제3영기싹이 된다. 먼저 크고 넓은 연잎이 나오는데 중심에 보주가 있고 보주로부터 여러 갈래의 영기문이 발산하고 있으며 위아 래에서 번엽, 즉 뒤집힌 부분이 있는데 사물을 영화시키는 방법이다. 바로 그런 연잎 모양 영기문에서 빨간 연꽃잎 모양의 영기문이 발산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연잎 모양 영기문으로부터 연봉 모양 영기문이 다이아몬드 모양의 매체를 거쳐 화생하고 있다. 그 증거로는 만병에서 생겨난 물을 가시화한 제1영기싹 두 가래 사이에서 두 줄기 영기문이 위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므로 각각 잎 모양과 꽃잎 모양과는 관계가 없다. 어리숙한 그림이지만 영기문의 전개원리가 정확하게 아니 오히려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훈련받은 화가가 그린 영기문에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쉽게 풀리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 보이지는 않으나 만병에서는 이미 밝힌 것처럼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므로 연잎과 꽃잎 모양은 무량한 보주를 머금고 있다. 매우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차차 밝혀질 것이다.차례상 위의 촛대를 보자.(도 8-1) 가운데 빨간 보주가 있고 초를 꼽는 대臺는 놀랍게도 위아래가 번엽되어, 즉 뒤집혀서 영기화하고 있다. 가운데 필자가 그려 넣은 연잎 모양 영기문과 같지 않은가. 이 촛대도 만병이며 보이지는 않으나 만병 중심의 보주에서 빛이 화생하는 격이다. 빛이란 영기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촛대는 차례상에 불가결의 존재다. 마지막으로 차례상에 무슨 음식이 차려져 있는지 살펴보자. 지난달에 다룬 감모여재도에 차렸던 각종 ‘열매=보주’는 보이지 않고 처음 보는 차례상 차림이 있다.(도 8-1) 넓은 차례상 위에는 달랑 두 그릇이 있다. 지금 다루고 있는 감모여재도와 비교해보면, 지난달에 다룬 감모여재도는 차례상 위에 전형적인 궁궐용 제기祭器들이 놓여 있고 회화양식도 화원화양식이어서 화원의 그림이라 단정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전형적인 제기 형식이 아니고, 사발이나 병 모양인데 각각 보주가 듬뿍 담겨 있지 않은가! 조상신께 보주를 상징하는 열매들을 차려놓지 않고, 아예 보주들이 가득 찬 사발이나 병을 차려놓고 보주들을 잡수리라고 바치고 있으니 매우 흥미 있는 그림이다.(도 9) 이 민화에는 영기문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미해결의 문제들을 완벽하게 풀어낼 수 있어서 기쁘기 한이 없다. 화원화畵員畵에서는 이렇게 적나라한 영기문의 표현은 드물다. 이제 ‘궁궐화’, 혹은 ‘궁궐장식화’ 등 이와 유사한 용어들을 쓰지 말고 ‘화원화’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장식화裝飾畵’가 아니다. 매우 중요한 사상을 담고 있는데 어찌 장식화라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