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개와 액자로 재탄생한 병풍 작품 – ‘오늘의 민화’를 고민하다

민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대에 맞는 용도와 색감을 고민하며 민화를 그려온 박현희 작가의 작품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편집자주)


30년 전에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민박제도가 있었는데, 그 제도에 참가했던 필자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고궁 등을 안내 하던 중 왕의 옥좌 뒤에 꼭 있는 일월오봉도에 주목하게 됐 다. 이화여고 재학시절부터 동양화를 그려왔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후 1993년부터 연곡 안영혜 선 생님을 사사하며 민화를 그린 것이 올해로 26년째다. 그러 다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1999년 프랑스 한국문화 원에서 연 전시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파리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은데다, 당시 한국문화원장으로 재직하던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격려에 자신감을 얻은 덕분이다.

8폭 병풍 해학반도도를 2폭 가리개로

그 당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민화가 오늘날의 생활과 어우 러질 수 있을까’였다.
일례로 병풍 작품은 요즘 사람들의 주 거공간인 아파트에 어울리거나 실용적이지도 않고, 너무 원 색적인 색감의 경우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감성과는 괴리감 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십장생, 책가도, 연화도 등 병풍 작품 들을 가리개나 벽에 거는 액자 형태로 축소하고 색감의 채 도는 낮추었다. 즉, 현대의 공간과 색감이 작품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개 민화는 본에 따라 그대로 모사하기만 하면 된다고 알려졌지만, 8폭 병풍을 2폭 의 가리개에 담으려면 그에 맞는 구도나 소재의 균형과 조 화 등을 재설정해야하므로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어려 움이 많았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되고 보니 실내에서 부담없이 사용하기에도 좋고, 실용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는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에 맞는 민화 작업 해나갈 것

제2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수상작인 2폭 가리 개 책가도도 병풍 책가도를 2폭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민화의 다양한 주제 중 책거리, 책가도에 심취해있던 나에 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소장하신 분이 외국 손님이 오실 때 마다 가리개를 선보이며 과거 쓰임새, 의미 등을 설명해주 면 외국인들이 흥미진진해하며 극찬한다고 현재까지도 고 마움을 표하시는데, 오히려 필자야말로 민화를 그리는 보 람을 느낀다. 내 손을 떠난 작품이지만 많은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민화 작업에서 고민하는 바는 현대에 서의 민화 용도와 색채이다. 민화는 본을 따라 그대로 모사 하기만 하는 그림이 아니라 미래까지 계승하며 발전시켜 야할 전통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요즘의 공간이나 가구에 어울리는 민화 작업을 연구하고 트렌드 에 맞는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그림 박현희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