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三月, 마음을 설레게 할 전시 BEST 3

신종코로나의 여파로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됐지만, 아쉬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봄을 애태우는 3월, 때 이른 꽃내음만큼이나 마음을 설레게 할 전시를 모아 추천한다.
이달에 보면 좋을 세 가지 전시는 봄과 어울리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테마전이다.
그림으로 남은 춘정春情부터, 부부의 화합과 자손번창을 기원하며 수놓은 베갯모, 능화판 문양과 함께 감상하는
허백련의 매화까지. 사람의 마음이 깃든 그림이 가장 먼저 꽃망울 터뜨려 봄을 일깨울지 모른다.




화정박물관(관장 이봉훈)의 춘화 컬렉션 <각자의 사정Ⅰ>이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5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박물관에 소장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중심으로 그림 속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된 개성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춘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평창동에 있는 화정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각자의 사정Ⅰ>은 화정박물관(관장 이봉훈)이 2017년 11월 1일 3층에 춘화실을 개관하고 7번째로 연 전시로,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5일까지 개최된다.
춘화春畵는 남녀 간의 성희 장면을 소재로 한 풍속화이다. 특히 성 풍속을 선정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장르적 특성상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감상하게 되는데, 여기서 인간이 느끼는 7가지의 감정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섬세히 묘사된다.
이번 전시는 춘화 속에 표현된 등장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됐으며, <애愛>와 <락樂>, <희喜>로 나뉘어 구성된다.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춘화 작품들 가운데 각 나라의 성 문화의 다양성과 해학성이 드러난 한중일 3국의 회화 25점이 공개됐으며, 중국의 전족과 페티시즘을 주제로 한 회화와 공예품도 함께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19금 빨간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붉은 전시장 벽면을 배경으로 나라마다 다른 에로티시즘을 담아낸 춘화 작품을 통해 보다 은밀한 시선으로 인간이 나누는 진솔한 감정과 심리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가 끝난 후 4월 7일부터 8월 2일까지 질투나 미움 같은 감정이 드러난 춘화로 <각자의 사정Ⅱ>가 이어질 예정이다.

과장과 은유로 펼쳐진 춘정春情

춘화는 춘화도春花圖(또는 운우도雲雨圖)라고도 했다. 중국에서는 봄밤에 궁궐 안에서 벌어진 일을 묘사하면서 시작되어 주로 춘궁화春宮畫라고 불렀다. 춘흥을 즐기거나 성욕을 촉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채색과 담채로 그려졌고, 판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유교 국가인 조선 시대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춘화의 등장이 늦었다고 한다.
그러나 3국 모두 춘화의 질적·양적 성장은 서민들의 경제·문화 발전과 함께 호색문화가 파급되며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작품은 음양의 조화를 중요시해서 이성 간의 행위를 묘사하고 있으나, 동성 또는 혼자 등장하는 장면도 표현됐다. 두루마리 또는 화첩 등 다루기 쉬운 형식으로 제작하여, 곁에 두고 손쉽게 보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일본의 춘화는 결혼을 앞둔 딸의 성교육용, <피화춘도避火春圖>처럼 화재나 액운을 막는 부적 등의 다양한 용도로도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춘화 속 성행위는 일상적인 생활 반경에서 일어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제작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다수 남아 있다. 또 장면 속에 묘사된 기물은 단순히 배경이나 정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제로서 역할을 한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우키요에[浮世繪]의 유행으로 대중화된 일본의 춘화가 많았지만, 우리의 춘화에 반영된 정서와 민화에 담긴 미의식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민화에서 보는 상징물의 다른 의미를 짐작해보는 것도 감상의 재미를 더하며, 전시장 일부에 설정한 긴장감 있는 시선은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19세 미만은 관람불가.

<각자의 사정Ⅰ>
2019년 12월 3일(화) ~ 2020년 4월 5일(일)
화정박물관 3층 춘화실
02-2075-0114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의 25번째 소장품 테마전 <꿈꾸는 베갯모>가 작년 12월 12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우리 옛 여인들의 규방문화에 관련된 유물을 중심으로 사라져가는 전통 베개와 베갯모의 다양한 문양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국 최대 규모의 전문 화장박물관인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관장 유상옥·유승희)에서 12월 12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제작된 베개와 관련된 유물을 모아 소장품 테마전 <꿈꾸는 베갯모>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5년 첫 전시 이래 25번째 소장품 테마전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베개와 베개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베갯모의 다채로운 문양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옛 조상들은 소망과 염원을 문양으로 표현해 주변 생활공간과 사용도구 곳곳을 장식하며 이루어지길 바랐다. 특히 사람이 잠자는 동안 머리를 괴는 베개의 양쪽을 장식하는 베갯모는 재료와 문양 구성이 다양해서 가장 특징적이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전통 베개와 동물·식물·문자 등 무늬로 장식된 베갯모, 자수 병풍, 바느질 도구 등 유물 130여점을 선보였으며, 같은 문양도 수놓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 방법과 시대에 따른 문양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지난 시절 우리 어머니들이 사랑과 소망을 담아 한 땀 한 땀 색실로 수를 놓아 표현한 솜씨를 감상하고, 베갯모라는 과거로 향하는 문을 열어 그들의 간절한 꿈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시 기간 중 초등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자수브로치 만들기 프로그램 <손 끝으로 만나는 전통문양>을 운영한다.

한 뼘의 천 위에 색실로 꿈을 담다

전통적인 베개는 재료, 용도, 형태에 따라 목침木枕, 수침繡枕, 퇴침退枕, 장침長枕 등 명칭이 다양하다. 머리가 놓이는 몸통, 재료를 채워 넣는 베갯속, 베개의 양쪽에 대어주는 베갯모, 덧씌우는 흰색의 천인 베갯잇 등으로 구성된다. 베개의 양쪽을 마무리하고 형태를 잡아주는 베갯모는 남자의 것은 원형 여자의 것은 사각형으로 만들어 음과 양의 조화를 표현했으며, 그 위에 나무, 옥, 나전螺鈿, 화각華角, 자수刺繡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고운 색실로 장식한 자수베갯모는 부부의 사랑과 화합을 상징하는 봉황과 원앙,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수壽·복福·희囍 등의 다채로운 문양을 수놓았다. 베갯모에 가장 많이 사용된 구봉문九鳳紋(봉황 한 쌍과 일곱 마리 새끼를 합쳐 아홉 마리의 봉황이 표현된 문양으로, 부부화합과 자손번창을 상징한다)은 민간으로 내려오면서 십장생의 하나인 학이나 닭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상징은 그대로지만 조형적으로 취향이 가미된 것이다. 또 일심一心이나 충성忠誠 등 시대상을 담은 문자가 새겨지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 의지를 나타내며 무궁화가 유행했고, 십자수 기법의 수복문壽福紋도 근대 이후 많이 사용됐다.
시대에 따라 변한 베갯모 문양일지라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누군가 잠든 이의 머리맡을 지키며 국가의 안녕과 가정의 행복을 바랐다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베갯모를 하나씩 찬찬히 뜯어보다보면 옛 사람들의 꿈과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의 화장 문화를 보여주는 상설전시가 전통적 미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꿈꾸는 베갯모>
2019년 12월 12일(목) ~ 2020년 6월 30일(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6층 특별전시실
02-547-9177




은평역사한옥박물관(관장 김시업)이 기획전 <능화판, 우리 책문화의 멋>과 <매화전_허백련·허달재>가 작년 12월 17일부터 올해 4월 26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능화판 문양으로 본 우리 책문화와 두 명의 화가가 화폭에 옮긴 매화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자료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매화 향기로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전시가 서울의 은평한옥마을 내 한문화너나들이센터와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관장 김시업)이 운영하는 한문화너나들이센터와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기획전으로 각각 <능화판, 우리 책문화의 멋>(이하 능화판전)과 <매화전_허백련·허달재>(이하 매화전)를 작년 12월 17일부터 올해 4월 26일까지 개최한다.
능화판전은 나무판에 문양을 새겨 책표지를 꾸미는 데 사용되었던 능화판菱花板과 옛 서책, 그리고 은평역사한옥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능화판을 모티브로 한 사진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마다 다르게 인식한 문양은 격조 높은 우리 책문화의 일부로서 전통의 재현을 넘어서 변용과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매화전은 허백련·허달재가 그린 매화를 통해 남종문인화의 정신을 발현한 작품과 창신創新적 남종문인화로 평가받는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한옥에서 맞이한 꽃물결, 마음 위로 흐드러지다

능화판전 1부에서는 능화지 제작과정과 도구, 문양이 새겨진 옛 서책 등을 통해 우리 책 문화와 문양에 담긴 수복壽福·부귀·번영·다산多産 등 생애적 염원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전통문양에 주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권민수, 이상규 작가의 사진예술과 작품의 모티브가 된 능화판을 함께 선보인다. 두 작가의 작품들은 문양을 단순히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얽혀있는 상징을 렌즈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탄생시킨다.
한편, 매화전 1부에서는 마지막 남종문인화가로 일컬어지는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891~1977)의 매화 작품을 중심으로 담백한 필묵과 격조 높은 문인 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의재 허백련의 맏손자이자 제자인 직헌 허달재(直軒 許達哉, 1952~)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3부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시집가는 딸에게 그려 보낸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를 미디어아트로 소개한다. 특히 허달재는 사군자와 포도, 연꽃 등 문인화 소재를 자신만의 화려한 색채와 구도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했으며, 홍차 찻물을 들인 화지 위에 피어난 홍매와 백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책의 능화문양은 민화의 도상과 맞닿아 있다. 민화에 그려진 모란처럼 책 포갑의 모란문은 부귀와 성실함을 상징하며, 학문에 매진하여 성공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는 매화는 고결하고 운치 있어 군자의 품성에 비유됐다. 남종문인화가들이 즐겨 그렸으며, 민화의 여러 화목에도 자주 등장하는 꽃이다. 관람객들은 북한산에 둘러싸인 은평한옥마을의 정취 속에서 두 전시를 통해 우리문화 한 자락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전통에 담긴 조형성과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작품들로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능화판, 우리 책문화의 멋>
2019년 12월 17일(화) ~ 2020년 4월 26일(일)
한문화너나들이센터
02-351-8554

<매화전_허백련·허달재>
2019년 12월 17일(화) ~ 2020년 4월 26일(일)
삼각산금암미술관
02-351-4343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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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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