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황창배 특별기획전을 열며 – 일탈 거듭하며 완성한 현대적 한국화

황창배 작가는 한국화에 대한 고정관념과 형식적 틀에서 과감하게 일탈, 새 지평을 연 우리 시대의 대표 작가이다. 그는 한국화 작가로 시작했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현대적 재료를 성공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자유로우면서도 독창적인 기법을 발휘해 빛나는 화가가 되었다.


故 황창배 작가(黃昌培, 1947〜2001)는 한국화를 해체하고 경계를 허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기존 동양화의 인습적인 표현과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창작 본연의 자율과 즉흥적인 순수한 조형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현대의 각종 안료, 아크릴릭, 유채 등의 다양한 재료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표현에 있어서도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 몰골선과 백묘준, 번짐과 여백, 선과 면, 평면과 입체, 글자(문자)의 기입과 단기연호의 사용하는 등 한국 역사의 여러 단면과 오늘날의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담아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냈다.
특히 그는 조선시대 민화를 민족적, 한국적인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차용, 응용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른바 그는 1980년대 후반 민화적 요소가 짙은 ‘숨은 그림 찾기 시리즈’를 발표하여 전통화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숨은 그림 찾기 시리즈’란 다름 아닌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그 화면에 어울리게 인간의 모습이나 나무, 꽃, 새 등의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넣는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이다. 달리 말하면 그의 민화적 요소가 짙은 작품에는 먹과 채색이, 산수와 인간이, 동·식물, 바위 등이 뒤섞여 서로 신비롭게 통하고 호흡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이는 매우 파격적인 화면 구성이며 신선하고 새로운 묘법이다. 구성과 기법 그리고 색채의 어울림이 기존 미술 논리에 벗어나 있지만 볼수록 신명이 나고 온갖 형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깊은 느낌과 여운을 남기고 있어서 매력적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세계는 회화의 자율성, 순수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충만하다. 그는 한국화로부터 출발했으나, 우리 소재와 재료 연구를 거쳐 한국적 정체성을 독자적 화법으로 발전, ê²°êµ­ 한국화의 새 시대를 열었다. 특히 그는 1970∼90년대 ‘황창배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현대화단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에 그는 한국화의 고정관념을 깬 작가,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독보적인 작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화의 이단아’, ‘한국화의 테러리스트’, ‘무법無法의 법法을 그린 작가’, ‘무법無法의 자유주의자’, ‘구속을 깨어 부신 작가’ 등의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는 작가가 되었다.

‘우리 것’을 향한 끝없는 일탈

故 황창배 작가는 한국화의 현대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영역을 만들어냈으며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야말로 한국화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의 파격과 일탈에는 그 이상의 의미는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무법에는 그가 깊이 있게 터득해나간 학문과 예술 즉 미술사, 한학, 문인화, 채색화, 서예, 전각, 초상화, 민화 등을 완벽히 체득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파격과 일탈은 어쩌면 가장 깊은 학문과 예술 능력 바탕 속에서 가장 순수한 세계를 찾아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으며 그 귀결점은 언제나 우리 것을 향하고 있다.
故 황창배 작가는 한창 작업을 할 나이인 55세에 암으로 명을 달리하여 아쉬움이 크다. 이에 그간 미술평단과 학계에서 여러 형태로 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크고 작은 특별전을 개최해 왔다. 최근에도 황창배 작가의 재조명 작업이 계속해 이루어지면서 그의 회화적 업적을 찬양하면서 깊게 고찰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어느덧 타계한지 18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한국적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겸재정선미술관에서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맥락에서 〈황창배의 일탈, 한국화의 이정표〉란 제목으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했다. 유족이 간직하고 있는 43여점을 선보였는데, 1관에는 황창배 작가의 작품세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로써 먹과 채색의 자유분방한 표현을 통해 산수와 인간이 뒤섞여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 모든 사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부터, 민화적 요소가 가미된 19점의 작품으로 구성하였으며 2관에서는 북한 기행 작품들로 구성했다. 그는 1997년 12월 남한의 화가로서는 처음 북한을 방문(중앙일보 통일문제연구소의 ‘북한 문화유산조사단’ 일원으로 방문)하여 그의 눈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담은 24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번 황창배 특별전은 한국 미술계에도 의미 있는 전시로 기록될 것이며, 전통과 현대성이라는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번 <황창배의 일탈, 한국화의 이정표> 특별 전시가 관람객들에겐 작품, 나아가 작가와 교감할 수 있었던 창조적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더불어 전시에 협조해주신 유족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특별전이 진정 황창배 작가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글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사진 겸재정선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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