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민화다》 발간 기념 토크쇼 – 민畵에 담겨진 민話

지난 10월 13일 남산길 주한독일문화원 옆에 위치한 아담한 화랑 아트와에서 경주대 정병모교수가 《민화는 민화다》발간기념 토크쇼를 열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고연희교수가 대담하고 독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내용 중, 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정 교수의 대답을 보다 읽기 쉽게 요약하여 소개한다. (편집자주)


고연희(이하 ‘고’) 《민화는 민화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정병모(이하 ‘정’)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일보에 2주에 한번 토요일에 ‘민화의 세계’라는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대중들이 쉽게 민화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쓴 것이 《민화는 민화다》입니다.

고 책 제목의 ‘民畵는 民話다’에 화를 뜻하는 한자 두 개가 다른데요. 이 제목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요. 정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이야기를 통해서 민화의 세계를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는 민화 속에 담긴 ‘이야기’, 즉 스토리입니다. 이야기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입니다. 저는 제가 공부하고 있는 전문지식을 모두 이야기, 삶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고 민화에 담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주신다면요?

정 흔히 민화이야기라면, 주로 상징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야기는 상징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모란은 부귀, 석류는 다산, 복숭아는 장수라고 하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상징입니다. 이야기는 이런 상징이 어떤 맥락 속에서 나왔는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중들은 민화를 통해서 그들이 살면서 느끼는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민화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우리는 그것보다 소재에 담긴 행복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고 민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요.

정 민화는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매력은 창의성입니다. 얼마 전 어느 수집자께 그림을 왜 구입 하냐고 여쭈어봤더니 가슴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살짝 빌려 오면, 민화의 창의성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창의성”입니다. 저처럼 그림만 쳐다보고 평생을 사는 사람은 새롭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보면, 곧바로 흥분합니다. 특히 민화에서는 그런 경험을 자주합니다.

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정 책거리 전시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저기 보지 못한 새로운 책거리가 튀어나와서, 도대체 책거리의 끝은 어딘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인 세계가 민화에 담겨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창의성”입니다.

고 그렇다면 두 번째 민화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정 두 번째 민화의 매력은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는 사실입니다. 국악이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듯이,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민화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국수주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고 앞으로 우리가 민화의 대중화를 위해서 다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제 경험상 대중서 집필과 전시회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중서는 서서히 대중화에 기여한다면, 전시회는 짧은 시간동안 파급 효과가 큽니다.
제가 그 효과를 실감한 전시회는 2005년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연 ‘반갑다, 우리민화전’입니다. 이 전시는 일본에 소장된 우리 민화 명품을 가져다 보여드린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반갑다’로 시작합니다. 일본에서는 1978년과 1982년 두 차례에 걸쳐서 《이조의 민화》라는 민화명품도록에 실린 명품을 일본에서 가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민화하면 저속한 그림으로 낮춰보았는데, 이들 작품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창의성으로 인해 민화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전시회 때에는 일본 NHK에서 우리 민화에 관한 프로그램을 40여분 동안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고 민화의 어떠한 매력을 외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정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민화는 책거리입니다. 관람객들이 보이는 대체적인 반응은 한국에도 이런 책그림이 있었냐는 의문이자 놀라움입니다. 한국화하면 떠올리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습니다. 나지막한 산이 전개되고, 그 아래 물이 흐르고, 소나무 아래 선비가 노니는 그러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책거리는 이런 우리의 통념을 뒤흔들어 놓는 그림인 것입니다. 서재가 있고 책이 쌓여 있으며 도자기, 청동기 등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더욱이 서양화처럼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된 그림도 있는 반면, 추상적이면서 미묘하게 한국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습니다.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로 가득한 그림인 것입니다.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갖춘 그림이기에 미국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고 민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어떤 자세와 노력이 중요할까요.

정 얼마 전 미국에서 온 민화작가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K-팝, K-뷰티가 선풍을 일으키고, K-푸드, K-패션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K-아트는 뭐하냐? 민화가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입니다. 한국경제 김경갑 기자는 2017년 8월 14일자 신문에 “미국 사로잡은 ‘책거리’… K아트 뉴 브랜드로 뜬다”라는 제목으로 이 전시회 소식을 알렸습니다. 민화, 특히 책 그림인 책거리는 K-아트로서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민화를 세계화하려면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는 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를 추호의 의심도 없이 되뇌입니다. 이는 괴테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한 말을 우리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제 경험에 의하면,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고 의미 있는 지적이신데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정 가장 한국적이어야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세계인과 어느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판 한국적인 것을 들이밀면 호기심을 가질지언정 그것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청국장과 일본의 미소를 비교해 봅시다. 같은 된장국이지만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두 수프의 명암이 엇갈립니다. 청국장은 건강에 매우 좋은 한국적인 수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독특한 냄새에 있습니다. 그 냄새까지 좋아할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부드럽고 달콤한 미소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청국장은 특수성이 강하고, 미소는 보편성이 강한 음식입니다. 음식이든 문화든 세계화하려면, 특수성과 더불어 보편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수성만 강조되어서는 세계화되기 매우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책거리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드문 우리의 옛 그림인 것입니다.

고 앞으로의 민화계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 민화는 상당한 기간 동안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화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들자면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한 민화인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몰랐던 예술적 재능을 깨달으면서 민화작가가 된 분들이 많습니다. 조선시대 미술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여인들이 집안에서 만든 자수나 조각보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여성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민화 붐은 ‘나는 화가다!’ 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이처럼 민화계는 엄청난 재능과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미술의 미래와 관련하여 특별히 주목해야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고 앞으로 민화 발전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 민화가 부흥하려면 세계적인 민화작가, 세계적인 민화이론가, 세계적인 민화디자이너를 배출해야 합니다. 민화는 앞으로 우리 미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장르인데, 이에 대한 작가와 이론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합니다. 국악은 대학교에 여러 국악학과가 있고 곳곳에 국립국악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민화는 공적인 교육기관은 없고 사회교육원이나 개인교습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의 민화가 한국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민화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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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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