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그 두 번째〉 서로를 보듬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민화향기

춘천에서 활동하는 고은미 작가와 제자들이 오는 10월 5일부터 춘천미술관에서 회원전 〈WE DO 그 두 번째〉를 연다.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며 하나둘 쌓아올린 성과들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는 시간이다. 제자들의 작품에서 기운을 얻는다는 고은미 작가와 그의 인품에서 남다른 따뜻함을 느낀다는 제자들. 서로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의 애정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개를 들면 금병산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고, 허리를 굽히면 도심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춘천시 교동의 작은 민화 공방. 이곳에 삼삼오오 모인 고은미 작가와 제자들은 유칼립투스의 향기가 카메라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낭만 가득한 대화를 나누며 여고생처럼 환히 웃었다. 이들은 10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춘천미술관 1,2층에서 회원전 〈WE DO 그 두 번째〉를 연다. 회원 8명이 참석해 지난 4년 동안 함께 그려온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전시에는 작품 캡션에 이름을 빼고 제목만 적는다고 한다.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이름을 내세워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결정한 일이에요.” 고은미 작가의 솔직한 답변이다.

현대적 감성을 자아내는 색감

전시 출품작 대다수는 색의 조합이 자유롭고 채도가 다소 낮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이는 고은미 작가의 지도 덕분이다. 그는 “민화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현하려 합니다. 오방색을 그대로 사용하면 너무 강한 느낌이 들거든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제자들도 고은미 작가의 생각에 대해 적극 공감을 표한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다 민화를 시작했다는 양승희 작가는 “힘들었던 시기에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 작품의 색감을 보고 단숨에 반했어요. 가족들도 고은미 선생님을 사사하며 그린 그림의 색감이 너무 세련됐다고 말해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늘 앞서 고은미 작가를 살핀다는 최금옥 작가는 “선생님의 색감은 은은하고 편안해서 정말 좋습니다.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웃는다. 5년째 민화를 그리고 있는 유점선 작가도 “선생님의 색감을 보면 민화의 멋을 새로이 느끼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제자들의 칭찬을 건네듣던 고은미 작가는 손사래를 치며 “과찬이 부끄럽네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제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입소문을 통해 모여든 제자들

고은미 작가는 본래 제자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자신도 배움이 부족하다고 여겨 함께 수학하던 최연우 작가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을 건네들은 춘천 지역의 사람들이 그의 작업실을 알음알음 찾아와 나름의 조언을 청했고, 그가 배운 것들을 하나 둘씩 일러주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은퇴 후에 춘천에 정착하며 민화를 시작했다는 김명숙 작가는 “선생님은 회원들의 끼니를 매번 직접 챙길 만큼 우리를 아껴주세요. 잊고 있던 따뜻함을 매 순간 느끼고 있어요”라고 미소와 함께 마음을 전한다. 모임의 막내이면서 총무 일을 도맡아하는 박민희 작가도 “민화가 재밌다고 해서 무작정 선생님을 찾아왔는데,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4년째 하고 있어요”라고 애정 어린 속내를 보였고, 5년째 민화를 그리고 있다는 유점선 작가도 “선생님은 늘 아낌없이 주려고 하셔서 저희가 뜯어말릴 정도에요”라고 말했다.
제자들의 고백에 이어 고은미 작가도 과거를 회상하며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창 마음고생을 했던 시기에 서민자 선생님이 위안이 될 공간을 마련해보라고 조언 해주셔서 작업실을 얻게 되었어요. 혼자 작업만 하려고 간판도 달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픈 마음으로

고은미 작가는 제자들과 함께 격년마다 정기적으로 회원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소신도 밝힌다. “횟수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해요. 지금처럼 즐겁게 그리다보면 작품은 쌓이기 마련이니까요.” 더불어 고은미 작가는 인간미 가득한 포부도 전한다. “제자들이 제게 항상 특별한 기운을 건네주듯, 저 또한 함께 민화를 그리는 선생님과 제자들의 힘이 되고 싶어요. 이들의 옆에 묵묵한 버팀목처럼 머무르며, 힘들 때 위안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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